고스팅(Ghosting) -사라지는 사람들-
고스팅(Ghosting) -사라지는 사람들-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4.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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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

"나는 붕괴됐어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사랑해선 안될 그녀 서래를 사랑하게 되며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깨지고 무너져버렸다는 남자 해준의 처절한 사랑 고백의 대사다.

해준은 자신의 사랑을 숨기기 위해 헤어질 결심을 했지만, 서래는 그를 위해 영원히 떠나갈 결심을 하며 사라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은 바로 그녀의 마지막 결심과 행동으로 보여진 게 아닌가 싶다.
사랑한다면 곁을 지키고 함께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지키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남은 사람의 고통은 남은 사람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간혹 연애 관계에서 한 사람이 연락 두절 되는, 일명 잠수타기를 겪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고스팅'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스팅은 남녀관계뿐만 아니라, 고용 시장에서도 사용되며 그 의미가 확대됐다. 취업 후 입사 당일 출근을 하지 않거나, 직원이 퇴근 후 연락두절된 채로 더 이상 출근하지 않는 경우를 고스팅이라고 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에서만 80%가 넘게 면접, 출근, 퇴사 고스팅 경험이 있다고 한다.
기업에서는 고스팅이 꽤나 큰 문젯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고스팅 당하는 쪽의 고통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이든 이성 교제든, 왜 잠적이라는 비겁해 보이는 수단을 써서 관계를 매듭짓고 싶어 할까?

그것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선택지 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싫은지를 설명하기 어렵고, 거절이 불편한 사람들.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어색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고, 그 이후의 피드백이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고스팅을 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사회는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그런 개인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면 용서받기 힘든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매우 이기적이며 비열하기까지 할 수도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겪을 힘든 상황은 뒤로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자 무작정 피하는 행동은 비겁한 게 맞다.

그러나 고스팅을 당했다고 무조건 경멸과 분노로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결할 수 없다 해도 이해하는 것은 할 수 있다. 그것이 또다시 고스팅을 당하지 않을 방법이다. 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당연히 어렵다. 그렇지만 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그것을 키우는 것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관대해지는 편이 조금은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는 힘들면 힘들수록 숨는구나. 연락은 다 피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네."
"나 힘든 거 너에게 옮기기 싫었어. 서운하게 해서 미안한데 난 내 나름대로 죽을힘을 다해 버텼어. 멘탈 나가더라.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널 보고 싶다는 감정도 사치 같았다. 징징거리고 싶지 않았어."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중에서-

힘들 때면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의 위로보단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숨지 말고 동굴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지만, 이기적인 그는 그것이 쉽지 않다.
떠나가는 사람과 사라지는 사람은 다르지 않다. 왜 그랬는지는 생각해보고 이해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나에게 남은 사람이다. 

될 인연은 그렇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지 않는가. 사실 갑작스러운 헤어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그널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의 세계에서 사라졌다면, 화내고 아파하는 데에만 감정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라지고 싶었던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고 이해해 줄 때, 나에게 남은 소중한 인연들을 지킬 지혜와 힘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작별인사는 아무 의미도 없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지 어떻게 떠났느냐가 아니다."
             -트레이 파커-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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