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④이어지는 집단 폐사, 서식지 잃은 위기의 동물
[이상기후] ④이어지는 집단 폐사, 서식지 잃은 위기의 동물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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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희귀 동물 쇠푸른펭귄 뉴질랜드서 떼죽음
농장동물 대량 폐사 이어지고 폭염에 서식지 잃어
“2080년까지 건조지와 반건조지가 5~8% 증가할 것”
한정된 자원 두고 동물과 인간 경쟁 심각 ‘경고등’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한파, 폭설,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의 출현이 잦아지며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많은 국내외 기관들이 지구 기후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적도 동태평양 엘리뇨·라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를 감시하고, 나아가 북극진동, 제트기류, 계절몬순 등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분석하고 있지만, 다가 올 이상기후는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 기상청에서 발표한 ‘2022 이상기후 보고서’를 중심으로 국내 이상기후 사례, 전세계에 경각심을 울리는 이상기후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인류가 일으킨 기후위기로 인해 수많은 동물이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빗발치는 동물 연쇄 죽음

전세계에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동물 연쇄 죽음’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 이상기후가 가져온 기후 위기에 비정상적인 개화 시기, 이로 인한 벌과 과일 등의 이상 현상을 살펴봤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좀 더 확장해 동물의 직접적인 피해로 시선을 돌려본다.

지난해 5월, 라디오 뉴질랜드(Radio New Zealand, 이하 RNZ)는 뉴질랜드 다우틀리스만 토케라우 해변에서 펭귄 40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뉴질랜드 환경부(Department of conservation, DOC)의 수석 고문 그레이엄 테일러(Graham Taylor)는 같은 매체를 통해 “매일 수십 마리에 달하는 펭귄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도 이 현상을 주목했다. 매체들은 앞다투 “‘작은 파란 펭귄’이라고도 불리는 쇠푸른펭귄이 남반구 뉴질랜드에서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펭귄은 쇠푸른펭귄으로 다 자란 성체의 몸길이가 30㎝ 정도로 크기가 작아 ‘꼬마 펭귄’이라고도 불린다. ‘요정 펭귄’으로도 불리는 쇠푸른펭귄은 주로 호주, 뉴질랜드 일대에 서식하며 전 세계에 약 47만 마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엄 테일러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CNN에 이들의 죽음을 굶주림으로 분석했다. 쇠푸른펭귄은 주로 차가운 바닷물에서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지만 라니냐의 영향에 따른 뉴질랜드 북부 해역의 수온이 상승하며 크릴, 멸치, 정어리 같은 작은 먹이를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쇠푸른펭귄은 보통 20~30m까지 잠수할 수 있지만, 더 깊은 수심까지는 도달하기 어려워 먹이 섭취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먹이 섭취가 어렵자 체지방이 감소해 체온 유지가 어려워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테일러는 "펭귄 대량 폐사는 보통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지만 최근 빈도가 잦아졌다"며 "새끼뿐만 아니라 성체도 대량 폐사해 개체 수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변으로 떠밀려온 사체들은 새끼 쇠푸른펭귄의 평균 몸무게의 절반 수준인 500~600g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픽사베이)
펭귄 대량 폐사는 보통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지만 최근 빈도가 잦아졌다. (사진/픽사베이)

이상 기후의 심볼, 북극곰은 정말 위험할까?

여러 환경 단체들은 기후위기의 경고 모델로 북극곰을 앞세운다. 녹아내리는 빙하 위에서 갈 곳잃은 북극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피해 동물이다. 북극곰은 1984년 180만㎢에 이르던 그들의 서식지인 빙하가 2016년 110만㎢까지 줄어들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여 현재 3만여 마리만 남아 멸종 위기에 놓였다.

BBC는 북극곰 멸종 위기 연구에 참여한 폴라 베어스 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의 관계자 말을 인용하며 “높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서 극소수의 북극곰 개체군을 제외하고 모두 2100년까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적절한 배출량 감축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북극곰의 멸종을 막기 힘들 것이라 밝혔다.

세계자연기금의 ‘기후변화가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얇아진 해빙이 바람과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면서, 북극곰이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떠내려 가는 가능성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북극곰은 공해를 헤엄쳐서 튼튼한 얼음 덩어리를 찾거나 육지로 돌아와야만 한다. 해빙 감소가 증가하면 북극곰이 익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고 먹이를 찾아 인간 주거지 근처로 점차 접근하게 됨에 따라 인간과의 갈등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새끼 북극곰의 생존도 해빙의 조기 분열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굴에서 나오면, 주 먹이가 되는 바다표범을 찾기 위해 해빙으로 가야한다. 강우 형태의 변화 역시 어미와 새끼가 미처 빠져나오기 전에 굴 천장을 무너뜨려 어미와 새끼를 악천후와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속도로 해빙이 계속 감소할 경우 북극곰의 여름철 서식지로 적합한 면적은 21세기 중반까지 42%나 감소할 전망이라고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해빙 서식지의 유실로 인해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북극곰 개체수의 3분의 2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새끼 북극곰의 생존도 해빙의 조기 분열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먹이 줄어 생식 능력 부족해져”

보고서는 오랑우탄과 대왕판다, 아프리카 코끼리 등의 동물에 대해서도 경고 신호를 보냈다. ‘제4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보고서(Four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에 따르면 2080년까지 건조지와 반건조지가 5~8% 증가할 것이며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 심각한 가뭄이 더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끼리의 담수 수요가 엄청나게 높다는 것으로 일상적 활동, 번식과 이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가용 수자원과 먹거리의 양이 줄어들면서 점점 희박해지는 자원의 확보를 위해 인간과 야생동물이 더 치열하게 경쟁 하게 될 수도 있고 그 결과, 인간과 코끼리의 갈등 역시 심화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 폭증이 예상됨에 따라,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감소가 우려된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2025년까지 연간 강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우량 증가는 산림에 직접적으로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오랑우탄이 선호하는 식물의 성장 속도와 번식 주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용한 먹이의 양이 줄어들고 암컷의 생식 능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또심각한 가뭄 역시 발생시킬 수 있어, 이미 오랑우탄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산불의 위험도 증가 시킬 수 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에 칼리만틴(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수백 만 헥타르의 산림이 전소 되었는데, 해당 지역에 서식하던 수많은 오랑우탄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낮 온도가 42도까지 치솟은 스페인 남부 세비야와 코르도바에서는 수백 마리의 새끼 칼새가 사망했고 미국의 3대 소고기 생산 지역인 캔자스주에서는 소를 비롯한 가죽 2천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눈표범, 뱅골 호랑이, 아프리카 치타, 자이언트 팬다와 같은 많은 종류의 동물도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히말라야산맥과 중국, 부탄, 네팔 등 눈 덮인 고산지대에 사는 눈표범은 변화로 서식지가 사라짐으로써 멸종의 위기에 처했다. 눈표범은 현재 5천여 마리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 네팔, 말레이반도 등지의 숲과 습지에 서식하는벵골호랑이도 해수면 상승으로 대부분의 서식지가 침수되는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인간과 야생동물 서로 간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상 기후에 이상 증상 보이는 동물들

그런가하면 이상 기후와 관련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위협받음에 따라, 한정된 자원을 두고 야생동물과 인간이 경쟁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브리아나 아브라힘 미국 워싱턴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월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기후 변화로 한정된 자원을 두고 인간과 동물의 갈등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학술지에 따르면 2009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산이 있는 탄자니아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고, 코끼리떼가 농장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뭄으로 먹이를 찾으러 마을에 내려온 코끼리는 농작물을 먹고, 수도관을 파괴해 농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코끼리 여섯 마리를 언덕 위로 몰아냈다. 코끼리들은 모두 추락해 그 자리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또 히말라야 설산 지대에 사는 눈표범이 지구 온난화로 먹이를 찾지 못해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와 인명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또한 바다 수온 상승으로 혹등고래의 대규모 이동 시기가 바뀌면서 선박과 충돌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처럼 인간과 야생동물 서로 간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 세계 6개 대륙, 5개 대양에서 일어난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 사례 49건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중 80% 이상이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이상 기후가 지속됨 미국에서 회색곰이 평소보다 이르게 겨울잠에서 깨어나거나 국내에서는 구룡계곡 일대에 사는 북방산 개구리가 평소보다 27일 빠르게 산란하기도 했다. 해당 조사를 발표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겨울철 날씨가 온화해진 이상 기후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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