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재난의 문을 닫는다
‘스즈메의 문단속’... 재난의 문을 닫는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4.16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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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이 눈앞에, 역대 일본 영화 최고 기록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운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최고 기록을 40일 만에 뛰어넘었다. 16일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즈메의 문단속>의 누적 관객 수는 전날까지 4,598,263명으로, 500만 달성이 눈앞에 왔다. 이는 역대 일본 영화 최고 흥행 기록으로, 문단속의 기세는 아직 진행 중이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원제: Suzume>(2022)스즈메의 모험을 담은 영화로 일본이 겪은 역대 크고 작은 재난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2007),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등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감독이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스즈메의 문단속>은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던 작품.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에서 스즈메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모두 일본에서 역대 큰 재난을 입었던 지역들이다. 미야자키현, 에히메현, 고베, 그리고 도쿄까지.

스즈메가 사는 규슈 미야자키현은 2011년 대일본지진의 피해지역이다. 스즈메가 고향을 떠나 배를 타고 시코쿠 서부에 위치한 에히메현으로 이동하는데, 이곳은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2020'서일본 호우'로 불리는 수해 지역이다. 그리고 고베는 1995년 고베대 지진을 겪은 지역이다. 모두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참담한 상처를 겪은 지역이다.

감독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영화에서 반복되는 인사말로 가족의 부재를 상기시킨다. 영화에서 스즈메가 집을 나서며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에, “잘 다녀오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 이처럼, 재난은 죽은 자살아남은 자를 분리하며, 산자에게 상실의 충격과 평온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준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감독은 영화 제목 스즈메진정시키다라는 의미로 썼다고 한다. , 바위로 된 문을 진정시킨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영화에서 은 죽은 장소와 살아있는 장소를 분리하는 경계선을 함의하며, 회복하지 못한 재난의 흔적을 암시한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쇼박스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2014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세월호 사고가 있었다고 전하며, “가라앉는 배(세월호)에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신카이 감독은 "그 방송을 듣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 실제로 있었던,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라며, "세월호 사건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됐다"라고 무척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참사 9주년인 2023416.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나.금, 우리는 재난의 문을 잘 닫고 있는가.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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