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친환경” 녹색 마케팅의 오류 ‘그린워싱’
“짝퉁 친환경” 녹색 마케팅의 오류 ‘그린워싱’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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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하는 척, 뒤로는 허위 과장 광고에 아이러니 투성이?”
디젤 게이트 폭스바겐, 그린워싱의 어머니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정치권, 그린워싱 제재 수위 높이기 위해 개정안 연이어 발의

[한국뉴스투데이] ESG가 경영계의 화두가 되며 ‘그린워싱’ 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탁을 뜻하는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인 것 처럼 위장해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Zoskek 마케팅 회사인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지난 2007년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6가지 죄악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주목받은 단어다.

(사진/픽사베이)
환경단체인 어스사이트(Earthsight)는 보고서를 통해 이케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 벌목을 하고 있으며, 이를 인지하고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픽사베이)

이케아, 불법 벌목으로 발목 잡혀

천연원료를 1%만 함유해도 법정 규정이 없는 것을 이용해 ‘천연’이나 ‘유기농’ 문구를 붙인다거나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은 뒤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친환경적이지 않은 활동을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로 ‘디젤 게이트’라고 불리는 폭스바겐 사례가 있다. 2015년 폭스바겐은 디젤차량의 배출 시험을 조작해 적발됐다. 이들은 배출량을 시험 중에는 낮게 유지하고, 실제 운행 시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이 스캔들은 큰 벌금과 소비자 신뢰의 손실로 이어졌다.

폭스바겐은 스캔들 이전에 디젤차량을 ‘클린 디젤’로 마케팅하며, 기존 가솔린차량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배출량이 적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차량의 해당 엔진들은 질소산화물 오염물질을 허용치의 40배까지 배출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1년은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단체인 어스사이트(Earthsight)는 보고서를 통해 이케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 벌목을 하고 있으며, 이를 인지하고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벌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카파트산 산맥에서 이뤄졌다. IKEA는 즉각무고를 밝히며 합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벌목한다고 주장했지만 비난이 이어지자 결국 불법 인지하고 이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특히 불법 목재가 산림 관리협의회에서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폭스바겐은 디젤차량을 ‘클린 디젤’로 마케팅하며, 기존 가솔린차량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배출량이 적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사진/픽사베이)

그린워싱의 역사 다시 쓴 BP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그린워싱 사례도 넘처난다. 2018년, H&M은 새로운 라인 컬렉션을 출시하며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다는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친환경 캠페인 기구인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hanging Markets Foundatio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컬렉션에서 사용된 많은 소재들은 마케팅만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제품에 사용된 일부 소재들이 유해한 화학물질로 제작되었고, 컬렉션은 많은 양의 일반 면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자라와 유니클로도 마찬가지인데, 2020년 자라는 조인라이프 라인을 출시하며 “기농, 재활용 및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 스탠드어스(Stand.earth)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제품군 중 일부가 환경 파괴와 밀접한 재료인 비스코스로 제작되었다고 폭로했다. 유니클로 역시 2019년 플라스틱 병으로 제작한 의류 컬렉션을 출시했지만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 비가용성인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네슬레 역시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017년 네슬레는 생수 브랜드 '폴란드 스프링 워터’가 일반 지하수를 100% 천영 광천수라고 속이고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판매한다며 미국 소비자 11명에 의해 집단소송을 당했다. 집단소송에는 뉴저지, 뉴욕,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주 등의 소비자들이 참여했는데, 그들은 네슬레의 폴란드 스프링 워터가 메인주에 있는 8개의 천연 광천수에서 생산한 생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소위 ‘그린워싱의 어머니’라 비난받는 석유대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British Petroleum)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은 광고사를 통해 녹색 석유를 판매하는 친환경 석유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재생 에너지의 선구자로 마케팅 변신을 꾀한다. 하지만 멕시코 만의 시추 시설인 딥워터호라이즌에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추공 원유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카트린 하르트만(Kathrin Hartmann)은 그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에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을 '비욘드 페트롤리엄'(Beyond Petroleum), 즉 '석유를 넘어서'로 이미지를 변경한 BP를 그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어머니'이며, 이를 위한 캠페인은 '그린 워싱의 혁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석유대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British Petroleum)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픽사베이)

SK르부리컨츠 탄소중립 윤활유 그린워싱?

그린워싱은 해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소비자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은 SK루브리컨츠가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기후솔루션과 소비자시민모임은 SK루브리컨츠가 ‘탄소중립 윤활유’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다며 생산, 수송, 소비,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한 3종의 프리미엄 저점도 엔진오일이라고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는 이어 제품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이와 동량의 탄소배출권을 구매 후 소각하는 메커니즘에 의거한 탄소중립이라 밝혔다. 하지만 기후솔루션은 SK루브리컨츠의 주장에 관련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검증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러면서 “SK루브리컨츠가 광고에서 실제로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수치나 감축량을 명시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SK 루브리컨츠는 광고에서 베라 탄소배출권을 통해 흡수되는 온실가스가 780만 톤(tCO2e)이라고만 밝혔고, 실제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수치나 실질적인 감축량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된 환경부의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SK루브리컨츠를 비롯해 SK에너지, 포스코 등 국내 정유, 철강 업체에 대한 그린워싱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SK에너지는 2021년 판매한 탄소중립 석유제품과 관련해, "제품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소각해 배출량을 보상한다"고 홍보한 부분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또한 포스코로부터 이산화탄소 3만5000톤을 감축했다는 '탄소중립 LNG'의 탄소 감축 증명서와 구매계약서 등도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유니클로가 플라스틱 병으로 제작한 의류 컬렉션을 출시했지만 비가용성인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를 주로 사용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사진/픽사베이)

금감원, 그린워싱 제재 방안 논의

국내 그린워싱 사례는 수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당 환경성 표시·광고로 적발된 건수는 전년 대비 17배 늘어난 4558건으로 알려졌다.

현행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르면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 판매자 등은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기만 광고를 할 수 없다.

진 의원이 발표한 ‘최근 3년간 그린워싱 적발 현황’에 따르면 99.8%(4931건)의 제재 수위는 환경부의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에 그쳤다. 또한 시정명령 조치는 총 9건이었고 적발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해의 경우에도 시정명령 조치를 받은 제품은 단 4건에 불과했다.

관계자들 역시 모호한 규정으로 이뤄지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우려가 가득했다. 제품·서비스·행위의 어떤 부분이, 또 어느 정도의 행위와 위반이 그린 워싱, ESG 워싱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공감대 형성 대한 논의가 불충분했거나 부재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올해 1월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상반기 중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현재 환노위 상정을 앞두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친환경’과 같은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을 위반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최근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환경부가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적발할 경우, 조사한 결과를 공개토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역시 지난 13일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를 통해 환경표지 유효기간을 법제화하고, 인증 사후관리 관련 규정을 신설해 환경표지 제도의 신뢰성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무늬만 ESG인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신용평가사의 인증평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원 역시 신용평가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들의 사후 자금 집행까지 확인하도록 하는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최근 적용했다. 또한 최근 투자자들의 ESG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펀드도 급증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ESG 펀드에 대한 기준은 없는 불투명한 상황과 관련해, 펀드 공시 기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금감원은 다양한 형태의 ESG 펀드들의 등장할 수 있게 하되 투자자들이 펀드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관련 공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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