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미국 IRA 전기차 보조금 대상 발표 후폭풍
【글로벌경제】 미국 IRA 전기차 보조금 대상 발표 후폭풍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1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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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전기차 보조금 미국 완성차업체에만 지급
현대차, 기아 포함 독일, 영국, 일본 완성차업체 제외
자국 우선주의라는 IRA 확인된 셈, 세계 경제 악영향
17일 미국 재무부가 IRA 세액공제 대상 차종, 즉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16개 차종을 발표했다. 기존 북미 최종 완성 조립이라는 조건에서 더 강화된 조건을 적용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모두 미국 완성차업체 차량이 됐다. (사진/픽사베이)
17일 미국 재무부가 IRA 세액공제 대상 차종, 즉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16개 차종을 발표했다. 기존 북미 최종 완성 조립이라는 조건에서 더 강화된 조건을 적용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모두 미국 완성차업체 차량이 됐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이 발표됐다.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되는 차량은 포드와 GM, 스텐란티스, 테슬라 등 모두 미국 완성차업체로 현대차, 기아를 포함한 독일, 영국, 일본의 완성차업체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보조금을 받는 미국 완성차업체와 승부를 해야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행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 보조금 미국 완성차업체 4곳에 몰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IRA 세액공제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되는 차량은 GM 5개 차종, 포드 6개 차종, 스텔란티스 3개 차종, 테슬라 2개 차종 등 총 16개 차종이다. 당초 25개 차종이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실제 발표는 예상보다 축소된 모양새다.

업체별로 자세히 보면 포드의 경우 E-트랜짓, 이스케이프, 머스탱 마하-E, 링컨 코세어는 보조금 3750달러, F-150 라이트닝과 링컨 에비에이터는 보조금 7500달러를 받게 된다. GM은 쉐보레 블레이저, 볼트, 이쿼녹스, 실버라도와 캐딜락 리릭 등 5개 차종이 모두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의 경우 7500달러를,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랭글러는 3750달러를 각각 보조금으로 받는다. 테슬라 모델3는 3750~7500달러, 모델 Y는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지난해 IRA 발표 당시만해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완성차면은 세액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 1월 미국 정부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한 차량에 보조금 3750달러를 지급하고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한 차량에 3750달러를 지급하는 등 세액공제 조건을 세부화했다.

여기에 가계소득에서 부부 합산 30만 달러 이하나 차량가격(승용차는 5만5000달러 이하, SUV·밴·트럭 등은 8만 달러 이하)로 보조금 지급 조건을 강화했다. 이에 우리나라 현대차, 기아를 비롯해 독일과 영국, 일본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은 북미에서 최종조립을 했다해도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요건 등을 맞추지 못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현대차는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동시에 IRA 혜택에서 제외된 상업용 전기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상업용 전기차는 렌트나 리스 차량을 말한다. (사진/뉴시스)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현대차는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동시에 IRA 혜택에서 제외된 상업용 전기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상업용 전기차는 렌트나 리스 차량을 말한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비상

이번 결정에 따라 현대차, 기아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분기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점유율에서 1위인 테슬라(75.8%)에 이어 9%로 점유율 2위에 오른 바 있다. 이어 폭스바겐(4.6%)와 포드(4.5%), 기타 6.1% 순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소매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41%가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14억2000만달러(1조7800억원)로 약 17%가 늘었다. 

하지만 IRA가 통과된 8월 이후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였던 현대차는 11월에 포드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포드는 지난해 11월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7.4%로 발표했고 1~11월 기간동안 총 5만3752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를 포함할 경우 같은 기간 미국에서 5만4043대를 팔아 여전히 2위라고 주장했다. 

2위 자리를 두고 현대차와 포드가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결국 IRA의 보조금에 따라 판도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서 최종 조립해 그동안 유일하게 보조금 혜택을 받았던 GV70 판매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GV70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한국 배터리업체가 장착하는 방식이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는 2025년 완공되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IRA 적용을 받지 않는 렌트카나 리스 차량 등 상업용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3~5% 비중의 상업용 전기차를 판매했지만 올해 1월 25%, 2월 27%, 3월 29%로 판매 비중을 끌어올렸다. 1분기에만 미국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평균 28%로 올린 현대차는 올해 연말까지 판매 비중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IMF 등 기관들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사진/픽사베이)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IMF 등 기관들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사진/픽사베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 세계 경제 부정적 영향

한편, 이번 결정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결정이란 비난이 거세다. 사실 IRA는 처음부터 시장 논리가 아닌 자국 우선주의 의중이 팽배하다는 논란을 겪어왔다. 미국 정부는 IRA가 배출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지원하는 친환경적인 부분과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 견제 등 2가지 부분을 충족하는 정책이라 말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 완성차업체에만 보조급 지급을 결정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은 해외경제 포커스에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와 원자재 등 공급히 악화되고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타격을 입자 일부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미국은 IRA를 내세워 가장 선두에 선 모습이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전기차와 이차전지, 반도체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번 전기차 보조금 지급 외에도 미국 내에서 가공된 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규정했고 반도체 산업에도 대규모 보조금과 지원을 퍼부어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유럽에서도 포착된다. EU는 유럽판 IRA인 CRMA를 통해 역내에서 가공된 소재를 일정 비율 사용하도록 규제했다.

결국 좋은 의도로 환경 문제를 전면에 앞세운 IRA나 CRMA 정책 이면에는 다른 국가들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와 함께 자국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셈이다.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무조건 잘못됐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세계 경제에는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으로 세계 교역 단절이 심해질 경우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2%까지 감소될 것이라 내다봤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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