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전쟁] ① 생수병만 모아도 지구 14바퀴
[플라스틱 전쟁] ① 생수병만 모아도 지구 14바퀴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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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 플라스틱 폐기물 사상 최대 규모, 1193만 톤
1인당 연간 소비량 19kg, 국내 전체 연간 소비량 558억 개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용기 플라스틱 세계적으로 모두 증가

저렴하고 내구성 있으면서도 가벼워 다양한 용도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우리 삶의 핵심적 요소로 자리 잡은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사용이 이제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소각이나 매립 과정에서 환경호르몬 발생, 맹독성 폐기물의 불완전연소 등으로 토양 및 대기오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심각한 원인을 제공한다. 이처럼 해양과 매립지의 오염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야기되며 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고 있지만, 전세계는 여전히 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 사용율의 증가에 따른 환경 오염, 이를 막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과 그럼에도 남은 과제를 훑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의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절반 가까이(46.5%) 차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040년까지 플라스틱 13억톤 나온다?

플라스틱의 시대(Plastic Age)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플라스틱은 우리 삶 곳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대 약 150만 톤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약 3억 9천만 톤으로 70년 사이 약 260배 이상 증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은 버리고 나면 없어지지 않고, 잘게 부서져 우리 곁을 떠돈다. 2022년에 발표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체의 혈액 속, 모유, 그 리고 공기 중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으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야생 동물의 분변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 150만 톤이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0년 3억6천7백만 톤으로 70년 사이 약 24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영국 리즈 대학의 코스타스 벨리스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20년 후의 플라스틱 폐기물량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과 증가 추세, 재사용 및 재활용량의 변화가 없는 ‘기존의 사업 모델(business as usual)’에 근거해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2040년까지 약 13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를 뒤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플라스틱은 99% 이상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다. 국립 환경 센터는 전체 수명 주기(가스와 석유 추출, 플라스틱 정제와 생산, 소각 및 매립, 재활용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8억5천만톤으로 추산된다. 국립 환경 센터는 이 양이 500메가와트 용량 화력발전소 198개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3월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t으로, 2017년에 비해 49.5%포인트(395만t) 증가한 양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배달음식 포장재가 포함된 ‘기타 폐합성수지류’다.이 항목은 항목은 2019년 하루 715.5t에서 2021년 하루 1292.2t으로 80.6% 증가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음식 등의 일회용 폐플라스틱 양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21년11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84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추가로 발생했다.

같은 해 그린피스의 조사에서도 국내 총 플라스틱 배출량 77,288개 가운데 식품 포장재로 쓰인 일회용 플라스틱은 60,331개로 전체의 78.1%를 차지해 2020년도 조사8에 비해 6.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체의 혈액 속, 모유,공기 중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으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야생 동물의 분변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사진/픽사베이)

팬데믹이 낳은 플라스틱 전쟁 2차전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팬데믹 발생 이후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이 2.2%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건설, 무역 등 산업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줄어든 비율이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의 감소폭보다 크지 않았다(OECD, 2022a). 즉, 코로나19 팬데믹 속 경기 침체에도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역시 모든 품목에서 2017년보다 증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2017년 65개에서 2020년 102개로 56.9% 늘어났고, 생수 페트병은 같은 기간 96개에서 109개로 13.5%, 일회용 비닐봉투는 460개에서 533개로 15.9% 늘어났다.

202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1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소비량은 568개에 달한다. 여기에 일회용 컵, 생수 페트병, 일회용 비닐봉투까지 더하면 연간 1312개로, 무게로 환산하면 약 19㎏이다. 그린피스는 2020년 한해동안 한국인이 사용한 생수 페트병은 56억개로, 병당 지름을 10㎝로 가정해 세워놓으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플라스틱 컵 연간 사용량은 53억개로, 컵 하나 높이를 11㎝로 가정할 때 모두 쌓으면 지구에서 달 사이 거리의 1.5배에 달한다. 한해 사용된 비닐봉지는 276억개로, 이를 20ℓ 종량제 봉투라고 가정하면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는 양이다.

그린피스는 또 생활계 폐기물은 2010~2021년 사이와 같은 추세로 증가하면 2030년에는 한해 약 647만50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0년의 177만9000t에 비해 약 3.6배 증가한 수치다. 생활계 폐기물이란,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폐기물 전체와 사업장 폐기물 중 생활 폐기물과 성질 및 상태가 비슷해 같은 기준으로 처리가 가능한 폐기물을 합한 것이다. 역시 여기에도 재활용이 어려운 1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포함됐다.

유럽플라스틱·고무 생산자 협회인 유로맵(Euromap)이 발표한 자료5에 따르면, 조사대상국 63개국 중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은 67.4kg(2020년 추정치)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사진/픽사베이)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대 약 150만 톤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약 3억 9천만 톤으로 70년 사이 약 260배 이상 증가 했다.  (사진/픽사베이)

재활용률 낮아 더 심각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높은 플라스틱 사용률이 아닌 재활용률이다. 국내에서 폐기물로 배출된 플라스틱은 재활용, 소각, 매립 방식으로 처리된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발생량 대비 재활용량 비율)은 약73%이다. 생활계 폐기물로 한정할 경우의 재활용률은 약 57%이다.

2022년 OECD가 발표한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중 9%만이 재활용됐다는 결과와 유럽연합(이하 EU)에서 발표한 2018년 기준 EU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32.5%라는 자료와 비교해보면 무척 높은 수치이다.

그린피스는 이 원인을 우리나라와 유럽이 정의하는 재활용의 범위가 다르다는 데 두었다. EU는 폐기물을 에너지화한 에너지 회수를 재활용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플라스틱의 물성을 변화시키지 않고 재사용하거나 가공하여 이용하는 ‘물질 재활용'만을 재활용으로 간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회수를 열적 재활용으로 보고 재활용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EU의 기준에 따라 플라스틱의 물질 재활용률을 다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크게 떨어진다.

2017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의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 22.7%이며, 특히 그중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추정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약 13%에 불과했다. 충남대학교 연구팀의 물질흐름분석 수행 결과, 2021년 폐기물 데이터를 기준으로 동일 계산을 실행해보면 전체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간 증가한 약 27%이었다. 여기에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여전히 낮은 약 16.4%에 불과했다. 2017년도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재활용 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건강과 삶을 위협함과 동시에 플라스틱 오염을 심화시켰다. (사진/픽사베이)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투명한 공개 필요”

그린피스는 2030년 생활계 폐기물 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약 6,475천 톤으로 예측했다. 이수치는 정부의 강화된 플라스틱 감축 정책 이행,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의 탈플라스틱 전환, 그리고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는 시민들의 노력에 따라 다르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까지 국내 플라스틱이 생산 및 유통, 소비되는 전 과정에서 어떠한 영역에서 얼마만큼의 플라스틱이 소비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매력적이고 획기적이었던 플라스틱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하루빨리 덜어내야 하는 물질이 되었다.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포장재나 용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불필요한 사용이 많고,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첨언한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의 환경 단체들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억제와 함께 일회용 플라스틱 중심의 시스템부터 재사용과 리필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신속히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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