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전쟁] ②”소 잃어도 고쳐야 할 외양간” 규제 시급
[플라스틱 전쟁] ②”소 잃어도 고쳐야 할 외양간” 규제 시급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21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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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 전반에 온실가스 배출하는 존재, 플라스틱
뉴질랜드, 미국, UN, 탈 플라스틱 정책 바로세우기
국제사회, 탁플라스틱 정책에도 “한국 제자리 걸음”

저렴하고 내구성 있으면서도 가벼워 다양한 용도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우리 삶의 핵심적 요소로 자리 잡은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사용이 이제는 전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소각이나 매립 과정에서 환경호르몬 발생, 맹독성 폐기물의 불완전연소 등으로 토양 및 대기오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심각한 원인을 제공한다. 이처럼 해양과 매립지의 오염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야기되며 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고 있지만, 전세계는 여전히 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 사용율의 증가에 따른 환경 오염, 이를 막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과 그럼에도 남은 과제를 훑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2030년까지 미국의 플라스틱 산업은 석탄 발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픽사베이)

‘새로운 석탄’ 플라스틱

석유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가공 과정은 물론 판매 유통 그리고 폐기물 처리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당연하게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도 늘었다.

지난해 OECD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19년 약 4.6억 톤에서 2060년 약 12.3억 톤으로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9년 18억 톤에서 2060년 43억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환경보호청이 개발한 WARM(WAste Reduction Model)은 폐기물 관리 방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량 계산이 가능한 모델이다. WARM을 활용해 플라스틱 소각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을 계산한 결과, 2020년 국내에서 소각 처리된 플라스틱 폐기물 약 260만 톤으로부터 온실가스 약 520만 톤 CO₂eq의 발생이 예상되었다. 온실가스 520만 톤은 500MW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평균적으로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의 약 2.6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생애과정 전반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플라스틱의 총 온실가스 중, 소각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만 한정됐다. 미국의 환경단체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은 2021년, 산업 전반에서 플라스틱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10단계 과정을 분석해 배출량을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최소 2억3천200만t에 달한다. 이는 석유나 천연가스의 시추부터 제조시설에 대한 공급, 폐기물 소각까지 제품 생애주기 전체를 따져 산출한 수치다. 보고서는 이러한 배출량이 평균적인 500㎿(메가와트) 규모 석탄 화력발전소 116곳이 뿜는 평균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9년 이후 미국에서 최소 42곳의 플라스틱 공장이 새로 가동에 들어가거나 가동을 준비하고 있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들 시설이 완전 가동되면 배출량은 5천500만t으로 평균 규모 석탄 화력발전소 27곳을 추가한 것과 같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한 2030년까지 미국의 플라스틱 산업은 석탄 발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임을 지적하며 플라스틱을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새로운 석탄’으로 규정했다.

(사진/픽사베이)
뉴질랜드는 지난해 부터 단계적인 플라스틱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플라스틱 규제 나서는 전 세계

국제사회는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을 없애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단계적인 플라스틱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뉴질랜드는 오는 7월, 2차 시행을 앞두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연구팀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매년 약 7400만미터톤(metric ton)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 물병 300만개와 맞먹는 무게다. 연구는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각각 오클랜드 도심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 옥상과 도심에서 약 4km 떨어진 교외 한 정원에 깔때기가 담긴 나무상자를 설치하고 대기에서 쏟아지는 미세플라스틱을 모은 결과다.

때문에 오클랜드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한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코트라 오클랜드무역관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뉴질랜드에서는 △플라스틱 농산물 주머니(produce bag) △플라스틱 식기 △플라스틱 빨대 △과일에 붙어있는 라벨 스티커 등 4가지 종류의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이 금지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시된 1차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스틱과 PS 식음료 포장재, PVC 용기 등 총 6가지 항목의 플라스틱 제품들이 금지됐다.

동시에 뉴질랜드 정부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제안했다. 재활용이 쉬운 Type1, Type2, Type5와 기타 플라스틱류인 Type7 하에서 생분해와 퇴비화가 가능한 플라스틱류가 그것이다. 플라스틱이 생분해성 제품으로 인증되려면 지정된 시간 내에 분해돼 총 3개의 부산물인 물, 이산화탄소·메탄, 바이오매스만 남아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캘리포니아는 2026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5%를 목표로 한다. (사진/픽사베이)

수입, 제조 이어 수출까지 금지령

캐나다도 지난해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법안 시행을 통해 비닐 봉투, 일회용 식품 용기, 플라스틱 빨대, 수저, 음료 묶음 고리(Six-Pack Rings), 음료 스틱 총 6가지품목에 대한 수입, 제조, 판매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단계적으로 2022년 12월부터 6가지 품목에 대한 수입, 제조가 금지되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판매 중지, 2025년부터는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도 발 빠르게 플라스틱 규제를 시행한다. 유럽연합은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 Directive (EU)

2019/904에 따라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비닐, 음식 용기, 면봉, 음료 컵 면봉 등 10개 품목에 대해 판매가 금지됐다. 현재는 생산자 책임재활용(EPR)제도가 확대 시행되었다 또 2021년 1월부터 유럽연합 회원국 국가별로 자국의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에 사용된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폐기물에 1kg당 0.8유로를 EU에 납부하는 제도인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역시 지난해, 캘리포니아 대기 자원 위원회(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ARB)는 100% 무공해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의무화하는 계획인 ACC(Advanced Clean Cars) II를 채택하는 것을 14-0,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캘리포니아는 2026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5%를 목표로 한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2020년 주지사 개빈 뉴섬이 휘발유로 구동되는 신차 및 트럭 판매의 단계적 제거를 요구하는 행정 명령을 내놓았다. 이후 주정부는 별도로 2045년까지 전기 자동차의 주요 에너지원인 전력망에서 배출가스를 제거하기로 약속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EU, 캐나다, 미국과 달리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가 없고 ‘일회용품’ 정의를 통해 규제 하고 있다. 때문에 그 범위 및 용도가 명확하지 않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구체적인 감축 전략과 규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는 EU같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률이나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퇴보하는 국내 플라스틱 정책”

우리나라는 2022년 6월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 직전 6개월 유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용품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전국대상에서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했고, 일회용품 규제의 강화 또한 1년간의 유예와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당시 많은 환경단체가 이를 두고 “플라스틱 폐기량을 신속하게 줄여나가야 하는 현시점을 고려할때 퇴보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이어나갔다.

또한 우리나라는 EU같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률이나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 범위 및 용도를 설정한 후, 플라스틱 폐기물의 관리뿐만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 전 주기 단계에 걸쳐 생성-유통-소비-재활용 및 폐기 관련법 규제를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22년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 참석한 175개국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on plastic pollution) 제정을 합의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 협약을 제정함으로써 폐기물 처리위주로 그쳤던 기존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플라스틱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도모하는 협약이다.

그린피스는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된다면, 이는 환경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제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국 정부를 질타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이 마지막 협상 회의인 정부간협상위원회(INC) 5차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희망하는 만큼, 정부는 국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강력한 협약이 체결되도록 선도적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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