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맥베스’... 덧없는 촛불이여!
오페라 ‘맥베스’... 덧없는 촛불이여!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4.22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고 깊은 욕망

공연의 난이도 때문에 쉽게 무대에 오르지 못한 오페라 <맥베스> 공연이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진다. <맥베스> 공연은 올해 주세페 베르디(1813~1901) 탄생 210주년을 맞아 베르디 전막 오페라 4개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립오페라단 비바! 베르디시리즈의 첫 번째 공연이다.

오페라 '맥베스', 4막의 맥베스 부인의 모습,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맥베스', 4막의 맥베스 부인의 모습,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맥베스> 국내 초연은 1997년 5월 23일 서울시립오페라단(단장, 오영인)이 카를로 팔레스키의 지휘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됐다. 이후 2007년 10월 4일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이 마우리치오 베니니 지휘로 예술의 전당에서 한 공연이 대표적이다. 2007년 공연 이후 국립오페라단은 2010년에 2007년 버전을 다시 예술의 전당에 올렸다. 이번 공연은 2007년 초연 이후 16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이다.

2023 오페라 '맥베스'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2023 오페라 '맥베스'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베르디의 첫 셰익스피어 오페라인 <멕베스>는 4막 10장으로 1847년에 작곡되어 같은 해 피렌체 페르골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베르디는 1887년에 <오텔로>를 작곡했고,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헨리 4> 속 장면들을 바탕으로 그의 마지막 오페라 <팔스타프>를 작곡했다.

베르디 중기의 걸작 오페라로 손 뽑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가 원작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국왕 막 베하드(영어식 이름 맥베스)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인간이 욕망 때문에 파멸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작품.

셰익스피어에 심취했던 베르디가 <맥베스> 곡을 쓰기 시작한 당시는,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가 출간되지 않았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곡했는데, 후에 영국 런던에서 연극을 본 후에 일부를 개작했다고 한다.

이후 1852년 파리에서 새 오페라를 작곡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베르디는 <맥베스>에 발레를 추가하고 (당시 파리 오페라에는 언제나 발레가 포함되었다) 여러 부분을 수정하여, 1865년부터 수정된 곡으로 공연되었고, 개정판 초연은 같은 해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공연됐다.

3월 27일 '맥베스' 제작 발표회 모습, 의상 디자이너 주세페 파벨라(가운데), 지휘 이브 아벨(오른쪽), 연출 파비오 체레(오른쪽 뒤), 국립오페라단 제공
3월 27일 '맥베스' 제작 발표회 모습, 의상 디자이너 주세페 파벨라(가운데), 지휘 이브 아벨(오른쪽), 연출 파비오 체레(오른쪽 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는 국립오페라단과 2016년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초>, 2022년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를 함께 한 바 있다.

그는 “<맥베스>는 우리가 존재하기 전부터 운명은 주어졌다고 전제하는 극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운명을 대하는 자세는 배역마다 다릅니다. 맥베스 부인은 운명이 자신에게 오라고 요구하는 반면 맥베스는 운명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신화의 운명론은 한 사람의 삶에 모든 것이 가는 실로 연결돼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실이 탁 끊어지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합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오페라 지휘를 한 이브 아벨이 맡았다. 그는 베르디는 <맥베스>를 자신이 쓴 음악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로 그 뒤의 작품부터는 많은 것이 바뀝니다. 새로운 오페라를 쓰는 전환점이 된 거죠.”라며, 베르디가 진정 사랑한 <멕베스>를 소개했다.

맥베스 역으로 베르디 바리톤의 무겁고 불안한 분위기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바리톤 양준모, 이승왕이 캐스팅됐다. 맥베스 부인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에리카 그리말디, 맥베스의 친구 방코 역에 베이스 박종민 박준혁, 맥베스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하는 막두프 역에 테너 정의근 윤병길이 출연한다.

베르드의 작품 중에서 <맥베스>만큼 드라마틱하고 암울한 음색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가진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에 매료된 베르디의, 극적인 긴장감을 표현하는 유도 동기 기법의 관악기와 현악기의 연주는 소름 돋는다. 이와 같은 극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내적 갈등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쿵쿵거리는 맥베스의 심장 소리까지 느끼게 해주는 관악의 리듬감은 연극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음악극의 아름답고 황홀한 색채를 오감으로 선물한다.

국립오페라단 비바! 베르디시리즈는 <멕베스>를 시작으로, 62225<일 트로바토레>, 92124<라 트라비아타>, 1130123<나부코>로 이어진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