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음주운전 사망 사고, 日 징역 30년 때리니 1/10
[투데이진단] 음주운전 사망 사고, 日 징역 30년 때리니 1/10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22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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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위원회, 스쿨존 사고 양형기준 24일 확정
음주운전 사망사고, 선고된 평균 형량 “고작 4년”
일본은 최고 30년 유기징역, 사망자수 급감 효과

[한국뉴스투데이] 음주운전(飮酒運轉)은 술이나 약물을 음용한 후 정상 상태로 신체가 회복되기 이전에 교통수단을 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한민국 현행법 상 도로교통법 제44조에서 규정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에 해당하며, 더 큰 위험을 야기해 사람을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만들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죄로도 가중 처벌되는 범죄 행위이다. 운전대를 잡는 음주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 사람 나아가 일가족의 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범죄, 음주운전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서울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현장을 지나던 학생들이 친구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서울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현장을 지나던 학생들이 친구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쿨존에서의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해서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은 음주운전 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분노케 한 ‘대전 스쿨존’ 사고를 계기로 가해 운전자에 대한 처벌의 기준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범도 벌금형 안 돼 
대검찰청이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교통사고 양형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요구 반영 여부는 오는 24일 의견서에는 현재 감경 요소로 인정되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감경요소에서 삭제를, 초범에게 벌금형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자동차종합보험은 대다수 운전자가 가입해 있는 만큼, 감경사유로는 맞지 않고, 오히려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를 가중 양형 인자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볼 때”라는 입장이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죄마다 정해진 형의 범위를 법정형이라 하는데, 판사는 법정형 내에서 일정 기준에 따라 형을 가중 또는 감경하여 선고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 양형기준은 이때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이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이 정해둔 범죄 유형별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말한다.

전문가들 역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기준안에 대한 제18차 공청회’에서는 교통범죄 양형기준안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음주운전 처벌 강화 요구에 대해 최형주 전문위원은 "이번 교통범죄 양형기준안에서는 음주·무면허운전에 관한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했고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경우 교통사고 유형과 음주·무면허운전 유형의 다수범 가중을 통해 가중된 양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양형위원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122차 전체회의에서 음주운전 양형기준을 별도로 신설하고,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기준을 상향한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 양형기준안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 관계기간 의견 조회 및 행정예고를 통해 제시되는 의견을 반영하여 오는 24일 열리는 123차 양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양형기준안에는 무면허운전이나 혈중알코올농도 0.03~0.08%의 음주운전자가 3회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5년 이내 동종 전과가 있으면 징역형을, 혈중알코올농도가 0.2%를 넘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징역 1년6개월에서 3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통사고 치상과 음주운전이 모두 가중영역인 경우에는 징역 5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를 다치게 할 경우 징역형 상한을 기존 7년6개월에서 10년6개월로 높였다.  

사고 나도 집행유예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 강화 요구가 높은 이유는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은 최근 자신의 유투브 채널을 통해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선고된 실제 형량에 대해 언급하며 이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전 스쿨존 사고’ 유족의 지인 제보 내용을 전하며 ‘윤창호법’을 언급한 데 이어 “법이 엄하게 바뀌었지만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 형량이 평균 4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현행법상으로는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가해자에 대하여 무기징역까지 판결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알려진 음주운전 사망사고 판결 중 최고형은 8년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교통사고 가해자의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등 선행되어야 마땅할 절차 없이 납득하기 어려운 처벌이 내려지는 것도 문제다. 

스쿨존, 음주운전 교통사고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여론은 여러 번의 국민 청원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 측에) 용서를 받지 못해도, 형사 합의가 안 됐는데도 징역 4년 근처”라며 “더 이상 이런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없어지려면 국민 청원으로 될 게 아니다. 법원에서 판사님들이 ‘내 딸이라면’,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떠났다면’이라고 한 번만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호소했다.

낙인찍힌 번호판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요구를 반영하여 정치권도 나섰다. 여당은 음주운전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 일명 ‘음주 살인 운전자 신상 공개법’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한 자와 10년 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자의 이름·얼굴·나이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앞서 야당은 지난해 음주운전사 소유 차량에 대해 특수번호판을 사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특수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냈다. 별도 번호판 장착은 대만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이 의원은 “이런 제도로 (대만과 오하이오주는) 상당 부분 효과를 봤다”며 “음주운전자에 대해 해당 운전자 소유의 자동차등의 번호판을 2년 이내의 범위에서 특수번호판으로 교체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지난 2017년 형광 번호판 제도를 포함한 ‘도로교통법 위반 처벌 조례’를 개정했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5년 내에 재적발된 운전자는 노란색 형광 자동차 번호판으로 바꿔 달아야 한다. 해당 번호판은 일반 번호판과 달리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노란색 형광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형광 번호판이 부착된 운전자는 1년 동안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면 원래 번호판을 돌려받는다.

오하이오주는 모든 음주 운전 전과자가 음주 운전 전과가 있음을 의미하는 ‘파티 번호판’(party plates)‘을 의무 장착 해야 한다. 이 번호판은 오하이오주의 표준 차량 번호판과 달리 음주 운전자용 번호판은 등록 스티커나 그래픽이 없이 노란 바탕에 빨간색 글씨이다. 미네소타주도 5년 동안 2회 이상의 음주 운전을 하거나, 10년 동안 3회 이상의 음주 운전, 법적 한도의 두 배의 혈중 알코올 농도, 또는 체포 당시 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을 때 음주 운전 번호판인 "위스키 번호판"(whiskey plates)을 장착하게 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 강화 요구가 높은 이유는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 강화 요구가 높은 이유는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징역 30년에 사고 뚝↓
음주운전 전과를 표시하는 번호판의 장착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별도 번호판 장착은 운전자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재범 발생 방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음주운전 전과자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않거나, 개인 소유가 아닌 리스 차량 등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회피가 가능하다. 제도 도입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막대한 소요 비용이 예상되는 점 등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 건수 감소가 눈에 띄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2001년 음주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징역 선고가 가능한 법을 제정했다. 이는 앞서 1999년 음주운전 사고로 두 명이 숨진 사건의 가해자가 징역 4년을 받은 사건과 이듬해 역시 2명이 사망한 음주운전 사고에 징역 5년6개월이 선고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분노한 국민들이 법 개정 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국회에서 강력한 처벌법을 제정했다. 이후 실제로 20년 이상의 형량이 줄줄이 선고되면서 2002년까지는 1,000명이 넘었던 일본은 연간 음주운전 사망자수가 꾸준히 급감해 2019년에는 176명까지 줄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하여 ’2023년 어린이안전 시행계획‘을 내놨다.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통학로를 옮기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음주운전 사고 근절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의 실질적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 마냥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강력한 형량이 선고되는 사례가 누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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