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과 환경] ① 성역 없는 우주, 쓰레기로 뒤덮였다
[우주개발과 환경] ① 성역 없는 우주, 쓰레기로 뒤덮였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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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이 환경에 던지는 가장 큰 문제, 폐기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우주 쓰레기, 충돌 위험
“이상 기후에 지구로 떨어지는 쓰레기 전소 못해”

인공위성, 화성탐사, 우주정거장, 이제는 우주여행과 화성개발까지 이야기되는 시대이다. 우리 정부 역시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고,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우주 개발 포부를 밝히며 참전의사를 밝힌 상태. 현재까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우주개발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짐작해본다. [편집자주]

(사진/ 픽사베이)
지구 궤도에 널린 수만 개 이상의 고장난 위성과 파편 즉 우주 쓰레기가 새로운 환경 이슈로 떠오른다. (사진/ 픽사베이)

궤도에 널린 수만개의 파편들

최근 우리 정부는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핸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말, 서울 JW매리어트 호텔에서 개최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우주경제 강국을 위해 2045년까지 진행할 6대 정책 방향은 ▲달·화성 탐사 ▲우주기술 강국 도약 ▲우주산업 육성 ▲우주인재 양성 ▲우주안보 실현 ▲국제 공조의 주도 등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5년 안에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발사체의 엔진을 개발하고 10년 후인 2032년에는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이라며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을 개발하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5년 내 우주 개발 예산을 2배로 늘리고, 2045년까지 최소 100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보유한 우주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민간 우주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용 펀드를 만들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우주경제에 산업전반이 주목하는 가운데, 우주 관련 ESG도 함께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지구 궤도에 널린 수만 개 이상의 고장난 위성과 파편 즉, 우주 쓰레기다.

우주 쓰레기는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각국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등 각종 우 주물체들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우주폐기물이나 잔해를 말한다. 이들은 우주관측과 위성 송수신에 오류를 일으키거나 우주정거장이나 위성 등 우주비행체와 충돌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

(사진/ 픽사베이)
우주 쓰레기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시속 4만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표류하는 중이다. (사진/ 픽사베이)

“지구 주위 95%가 쓰레기”

현재 우주에는 1억 개가 넘는 우주 쓰레기가 존재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를 돌고 있는 우주 물체 가운데 95% 이상이 우주 쓰레기다. 우주 쓰레기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시속 4만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표류하는 중이다. 이 중 10cm 이상 크기의 쓰레기가 3만 4,000여 개에 달하고, 1cm 이상 10cm 미만 쓰레기는 90만 개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인류는 2022년 6월 기준 위성 등을 포함해 5만6500여개의 물체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이 중 2만8160개가 우주 쓰레기로 남아있다. 무게로 따지면 약 9300t에 달한다. 막대한 양의 우주 쓰레기들은 고도 500~1300km 곳곳에 포진해 있다.

최근에는 스페이스X 등의 민간기업의 인공위성 발사가지 활발해지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18년부터 2022년 10월 말까지 총 3,558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한 연구 결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3년 뒤에는 단일 기업인 스페이스X에서 발사한 인공위성 수가 그동안 전 세계가 발사한 인공위성의 수를 넘어서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우주 쓰레기들이 충돌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2021년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 손상사고를 포함해 실제 1961년 이후 우주 쓰레기 충돌사고가 약 560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실제로 지난 1월 기능을 잃어버린 인공위성과 우주를 떠돌던 로켓 본체가 서로 충돌할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 우주 쓰레기인 SL-8 로켓 본체와 코스모스 2361 인공위성 잔해가 약 6m 이내(오차범위 수십 m 이내)로 접근했기 때문. 우주 물체 추적 서비스 레오랩스 “SL-8로켓 동체와 코스모스 2361이 고도 984km에서 서로 스쳐 지나갔다”고 밝혔다.

레오랩스는 버려진 우주 쓰레기들이 많은 궤도인 고도 950~1050km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2022년 6월과 9월 사이 이 지역에서만 1,400건의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레오랩스 측은 "버려진 거대한 2개 물체 사이의 이런 충돌을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부른다”며, “이는 대부분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충돌의 위험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사진/ 픽사베이)
많은 우주 쓰레기들이 충돌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진다. (사진/ 픽사베이)

1cm 조각이 수류탄 폭발과 같다?

인류의 우주활동이 활발해지며 우주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충돌사고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우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주 쓰레기가 서로 충돌하면 무시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주 쓰레기들은 초속 7.5㎞ 이상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는 총알 속도의 7배에 달한다. 우주를 떠돌고 있는 1㎝ 크기 알루미늄 조각은 1.5t 무게 중형차가 시속 50㎞로 부딪히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수류탄 폭발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외부 충격까지 더해지면 더 빠른 속도를 갖게 된다.

만약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파괴되면, 이로 인해 또다시 파편 등의 우주 쓰레기가 발생해 또 다른 인공위성을 위협하는 연쇄 폭발의 악순환인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다. 케슬러 증후군은 1978년 도널드 케슬러가 제기한 개념이다. 지구 저궤도를 도는 물체의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해 연쇄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작동 중인 위성과 우주선은 이런 우주쓰레기를 피할 수 있다. ISS는 필요에 따라 충돌 방지를 위한 회피 기동을 진행한다. 실제로 ISS는 러시아 위성으로 인한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2021년에도 2차례 회피 기동을 실시했다. 이 실험으로 약 1,500개의 우주 쓰레기가 더해졌고, 러시아 우주인 2명을 포함한 우주인 7명이 대피해야 했다. 2007년에는 중국이, 2008년에는 미국이, 그리고 2019년 인도가 인공위성을 요격했다. 우주 쓰레기는 그때마다 각각 10만 조각, 174조각, 400조각이 생겨났다.

요격이 가능한 상황은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버려진 로켓 본체와 인공위성들은 이런 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다. 레오랩스는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 파편 제거 임무 투자 등을 포함 우주쓰레기 완화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 픽사베이)
버려진 로켓 본체와 인공위성들은 이런 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진/ 픽사베이)

“온실가스 수치 올라 더 오래 머문다”

위험한 문제는 또 있다. 온실가스가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우주 쓰레기의 증가를 가져오는 동시에 추락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영 남국 조사국(BAC)은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 수치가 오를수록 대기권 상류층의 밀도는 감소해 지구 궤도를 도는 물체들이 더 오랫동안 궤도에 머물게 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일시적으로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는 물체의 수는 줄여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공위성 간의 충돌 가능성을 키워 결국 우주 잔해물을 늘리는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추락하는 인공위성은 고도 80㎞ 인근에서 대기권과 만나는데, 엄청난 속도에 따른 마찰열 때문에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인공 우주 물체 대부분이 전소된다. 덕분에 지구의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매슈 브라운 우주물리학과 박사 연구팀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는 대기권 상부층의 밀도를 감소시키고, 이 때문에 마찰로 인한 우주 쓰레기 소실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주고있다.

결국 완전히 불타지 못한 우주 쓰레기는 지구로 곤두박질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영국의 한 가정집 지붕을 뚫고 들어온 금속 덩어리는 1969년 발사한 아폴로12호 잔해물로 확인됐고, 2011년 10월에는 2.5t에 달하는 독일 연구용 위성 '로사트' 일부가 대기권에서 소실되지 않고 인구 2000만명인 베이징 인근으로 돌진하다가 바다로 비켜 가는 상황까지 생겼다.

만일 소실되지 않은 로사트 일부가 시속 480㎞로 베이징을 강타했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국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3년 11월, 인공위성 고체가 추락 10분 전 지상 100㎞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한반도를 향했지만, 다행히 호주 서쪽 인도양과 남극, 남미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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