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리튬 국유화...배터리 비상
【글로벌경제】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리튬 국유화...배터리 비상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2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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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유 ‘리튬’ 연이은 국유화...광물자원 전쟁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칠레가 리튬 국유화 작업에 들어갔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칠레가 리튬 국유화 작업에 들어갔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최대 리튬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칠레까지 리튬 국유화를 선언하고 자원 통제에 나섰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미래의 석유나 마찬가지다.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 국유화에 그치지 않고 리튬판 OPEC 결성까지 추진할 가능성을 보여 리튬 카르텔 조짐을 보인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 활로를 찾고 있다.

칠레,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위해 리튬 국유화

20일(현지시간)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칠레는 향후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리튬을 생산한다. 보리치 대통령은 후보 당시 공약으로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과 전략자산 민영화 금지를 내세웠다. 지난해 3월 취임과 동시에 공약사항을 이행 중인 보리치 대통령은 칠레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를 내세워 리튬 국영화를 결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확인된 리튬 매장량은 총 8000만톤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중 실제 사용가능한 리튬은 2200만톤에 불과하다. 그 중 칠레에만 약 920만톤이 매장돼 있다. 사용가능한 리튬의 약 41%가 칠레에 매장된 셈이다. 매장량 뿐만 아니라 칠레는 리튬 생산력으로도 세계 2위에 올라있다. 이는 리튬 추출과 생산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칠레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기업은 미네라(SQM)과 알베말(ALB) 등 2개 사가 있다. 현재 SQM과 ALB은 테슬라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에 리튬을 공급하고 있다. 이미 1970년대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한 칠레는 그간에도 리튬 추출을 관리해 왔지만 이번 국유화 선언으로 국영기관을 통해 추출과 생산, 개발 등 더 강력한 통제에 나선다. 이에 SQM은 2030년까지, ALB은 2043년까지 칠레에서 리튬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해진다.

보리치 대통령은 리튬 광산 인근 주민과 광업 기업, 입법부와 토의를 거친 후 올 하반기 중으로 국영 리튬 기업 설립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가 관련법을 승인하면 국영 리튬 기업을 통한 국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으로는 칠레 내에서 리튬 추출과 생산,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리 하에 있는 관민연대사업(PPP)와 사전 합의와 계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그전에 칠레 정부는 기존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관련 기업들이 국가의 관여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계약 만료 전 관련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칠레 외에도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이 리튬 국유화를 통한 자원 통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칠레 외에도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이 리튬 국유화를 통한 자원 통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하얀 석유’ 리튬 관리에 나선 중남미 국가들

리튬 국영화는 칠레 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역에서 포착된다. 볼리비아에서는 이미 2008년 리튬을 국영화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당시 볼리비아를 광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국영 리튬 기업 YLB를 설립한 바 있다. 세계적 관광지이자 볼리비아의 가장 큰 자랑인 우유니 소금호수는 리튬 생산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 1월 리튬을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민간 기업들의 리튬 채굴권을 전면 정지하고 국유화에 나섰다.

멕시코 역시 리튬 매장량이 많은 곳으로 추정되는 소노라주에 대한 리튬 탐사와 채굴을 국가가 독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리튬 생산 국유기업 리티오멕스를 설립했다.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은 현재 석유 수출국들이 국제석유자본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설립한 것과 마찬가지로 리튬판 OPEC 결성을 추진 중에 있다. 이들은 공동으로 리튬에 대한 국제적인 발언권 강화까지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리튬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기 때문이다. 리튬은 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약한 금속이다. 반투명한 흰색에 광택이 나는 리튬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광택이 없는 회색으로 변한다. 리튬 화합물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된다. 유리 성분의 녹는점을 낮추거나 유리나 세라믹 요리 기구의 열저항을 증가시키기 위해 유리와 세라믹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탄산리튬은 여러 가지 정신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알루미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도 탄산리튬이 필요하다. 또 탄산리튬에서 탄소를 제거해 만드는 수산화리튬은 우주선이나 잠수함 내의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제거하는 공기세척기로도 사용된다. 또, 카메라나 컴퓨터, 노트북 등 재충전해 사용되는 거의 모든 배터리에 들어간다. 특히, 전기차가 미래 운송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전기차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리튬은 단숨에 중요한 광물로 떠올랐다.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리튬 카르텔 조짐에 배터리 업계 긴장

리튬이 주목받자 리튬 최대 매장국들은 리튬 카르텔(같은 종류를 생산하는 기업이 가격과 생산량, 출하량 등을 협의하는 행위)조짐을 보이고 있어 배터리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물론 중남미 국가들 외에도 호주나 중국, 짐바브웨, 포르투칼, 미국 등에서도 리튬 추출과 생산, 판매는 이뤄진다. 하지만 중남미의 리튬 매장량은 전 세계의 60%에 달하고 이들의 단합은 다른 리튬 생산국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의 리튬가격지수를 보면 리튬 가격은 지난 2021년 3월 177.93에서 올해 3월 1026.84로 약 6배가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과 EU가 2030년까지 정책적으로 전기차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리튬 가격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배터리 업체들이나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광물 소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체들은 리튬 외에도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으로 나머지 광물 확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은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국가와 기업을 통해 광물을 공급받는 것이 여러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와 캐나다 기업 다수와 광물 공급 계약을 맺었고, SK온은 칠레 기업외에도 호주 기업 등과 리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다각화에 나섰다.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조직을 만들고 폐배터리 재활용을 준비 중이다. 1세대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끝날 시기가 되면 배터리 교체나 폐차의 기로에 서게 된다. 못 쓰게 된 배터리의 재활용 작업을 통해 원재료를 뽑아내 다시 사용하기 위해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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