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과 환경] ②개발과 오염의 슬픈 아이러니
[우주개발과 환경] ②개발과 오염의 슬픈 아이러니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27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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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협하는 로켓 발사, 온실가스 배출로 악영향
스페이스X 팔컨9 하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150톤
연소시 발생하는 검은 그을음 블랙 카본, 새로운 주범

인공위성, 화성탐사, 우주정거장, 이제는 우주여행과 화성개발까지 이야기되는 시대이다. 우리 정부 역시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고,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우주 개발 포부를 밝히며 참전의사를 밝힌 상태. 현재까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우주개발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짐작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켓을 한 번 발사할 때 쓰는 추진제는 비행기가 하루 종일 운항하면서 쓰는 연료의 양과 비슷하다. (사진/픽사베이)

200년간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배출양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항공 우주 기술이 개발될수록 오히려 환경오염이 심화된다는 모순은 과장이 아니다. 민간 기업도 우주선을 쏘아대는 시대. 우주 여행이 현실이 된 지금, 우주 개발과 산업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로켓을 한 번 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사실이다.

로켓엔진은 거대한 물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만큼 발사 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된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다량의 연료를 연소시켜 빠른 속도로 진행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시험 발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료 연소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슈다.

이미 다양한 지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프로그램 연구기관인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Aerospace Corporation)의 분석가 마틴 로스에 따르면, 보통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 쓰는 추진제는 비행기가 하루 종일 운항하면서 쓰는 연료의 양과 비슷하다. 스페이스엑스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의 경우 약 500톤의 추진제가 실린다.

또한 2020년 대기 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팔컨9의 발사 한 번으로 약 150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대략 355,000마일 동안 자동차를 운전할 때 배출되는 배출량과 같다. 마틴 로스는 또한 2018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블랙카본 입자들은 3~5년 동안 성층권에 남아 태양열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둬 놓고 오존층을 손상시킨다고 주장했다.

파리경제대학의 ‘2022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우주여행을 한 번 하면 배출되는 탄소 양은 약 10억명이 평생 배출하는 양에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2010년에는 준궤도 발사가 연간 천 회를 넘을 경우 극지방 기온을 1도 정도 올려 얼음 양을 5~15% 줄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발사 과정에서 벤젠, 톨루엔, 나프탈렌과 같은 유해 화학 물질이 지구에 방출된다. (사진/픽사베이)

쏘아 올릴 수록 날씨가 바뀐다?

2019년 환경 과학 및 기술 저널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로켓 발사와 관련된 잠재적인 수질 오염 위험을 조사했다. 이 연구는 발사 과정에서 벤젠, 톨루엔, 나프탈렌과 같은 유해 화학 물질을 주변 수로로 방출하여 지역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2020년에 어드밴스 인 스페이스 리서치(Advances in Space Research)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로켓 발사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기 중에 부유하는 작은 입자인 대기 에어로졸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연구는 로켓 발사가 대기 중 이러한 에어로졸의 농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카본 역시 새로운 우주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블랙카본은 디젤 엔진과 석탄 화력발전소, 바이오매스의 연소 등 탄소를 함유한 연료가 불완전으로 연소하였을 때 발생하는 검은색의 그을음을 뜻한다. 블랙카본은 이산화탄소와 다르게 지구의 보호막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이상 기후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화석연료인 케로신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로켓에 산화로 연소시키면 우주로 날아가는 추력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블랙카본이 배출된다. 로켓은 이 블랙카본을 성층권 하늘에 흩뿌린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최근 모의 시험을 통해 계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저널 : 대기’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40년 우주로켓 발사 횟수가 지금의 10배로 늘어날 경우, 연간 대기에 축적되는 블랙카본 양은 현재의 1천톤에서 1만톤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블랙카본 입자는 스모그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데, 이는 대기 질에 치명적인 오염을 가져온다. 블랙 카본은 또한 눈과 얼음에 침전되어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고 더 빨리 녹게 하여 해수면 상승 및 기타 기후 영향에 기여할 수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준궤도 발사가 연간 1천 회를 넘으면 극지방 기온이 1도 정도 상승해 얼음 양이 5~15%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사진/픽사베이)

폭풍 경로 바뀌고 얼음 감소

실제로 미 국립해양대기청 연구진은 이 경우 성층권 온도는 최대 1.5도 상승하고, 제트기류의 속도는 최대 초당 5미터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대부분의 로켓 발사가 열대지역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 지역의 기상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쳐 열대성 폭풍 경로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2010년에는 준궤도 발사가 연간 1천 회를 넘으면 극지방 기온이 1도 정도 상승해 얼음 양이 5~15%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2021년 환경 과학 및 기술 저널에 발표된 연구 역시 비슷한 지표를 가리킨다. 연구는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로켓 발사로 인한 블랙카본이 인근 맹그로브 숲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탄소 저장 능력을 감소시키고 지역 먹이 사슬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켓 발사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공해도 문제가 되었다. 2018년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단일 로켓 발사의 소음은 주변 야생 동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행동 변화와 물리적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2022년 프랑스 툴루즈대 천체물리학·행성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천문학 네이처’지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우주 연구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추산치는 매년 최소 120만 톤에 이른다. 아름다운 우주 사진을 제공한 허블망원경마저 총 55만 5500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연구를 이끈 위르겐 크레들세더 박사는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주 관측 연구도 지속 가능하게 느린 속도로 추진하고, 기존 관측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슬로 사이언스’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스페이스엑스는 환경 보호와 경제적 손실을 함께 보완한 재사용 로켓에 집중했다. (사진/픽사베이)

재활용, 수소로 가는 로켓들

그렇다면 어떤 ‘슬로 사이언스’가 진행 중일까. 미항공우주국(NASA)은 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신개념 인공위성을 개발 중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으로 30x25x10cm 크기(6U)의 ‘PTD-1(Pathfinder Technology Demonstrator 1)’을 발사했는데, 이는 약 11kg 무게에 불과하다. 물은 휘발성이나 독성이 없어서 기존 로켓 연료보다 추진제로서 다루기 쉽고, 그 자체로는 폭발하지도 않는다. 물을 연료로 사용하면 우주까지 안전하게 싣고 올라갈 수 있다. 비록 추력은 약하지만, 간단한 구조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를 이용한 연구도 계속된다. 수소는 폭발성이 높고 액체상태로 유지하려면 영하 250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줘야 하는 등 까다로운 물질이지만, 실용화할 여지가 높다. 수소는 과거에 우주왕복선이나 새턴5 로켓 상단부 엔진의 연료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현재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가 액체 수소를 연료로 쓰고 있다.

러시아는 액화 천연가스, 즉 LNG를 케로신의 대체 연료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LNG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절반 가량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메탄은 화성에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지구에서의 연료 고갈로 인한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총 31회의 펠컨9을 우주로 쏘아 올린 스페이스엑스는 환경 보호와 경제적 손실을 함께 보완한 재사용 로켓에 집중했다. 재사용 로켓은 이미 사용된 1단 엔진을 재점화하여 분리된 본체의 낙하를 돕는 것으로 연료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로켓의 무게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핀론치는 아예 엔진 대신 원심력을 이용해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 기술을 개발 중이다. 처음부터 친환경 로켓 개발을 추진하는 일부 친환경 기업도 있다. 영국 스타트업 스카이로라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연로인 ‘에코신’을 개발했다. 스코틀랜드 기업 오벡스는 바이오디젤 부산물인 바이오프로판을 연료로 쓰는 로켓 ‘프라임’을 개발 중이다. 미국 스타트업 블루시프트는 소형 고체 바이오 연료를 이용한 로켓 ‘스타터스트’의 엔진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발사로 인한 소음과 생태계 파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무제다. 블루 오리진은 환경 단체와 협력해 웨스트 텍사스의 발사 지점 인근의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 중이다. ULA(United Launch Alliance) 역시 마찬가지다. 보잉과과 록헤드 마티의 합작 회사인 ULA는 로켓 발사 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소음 억제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발사 지점 주변의 야생 동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 보존 단체와 협력 중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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