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경제】 실적으로 보는 반도체와 배터리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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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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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적자...반도체 업황 부진에 바닥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분기 최대 실적, 배터리 날았다
어닝 서프라이즈 ‘현대차·기아’ 반도체서 배터리 자동차로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 수요가 부진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5800억원의 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는 3조4000억원의 적자로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반면 전기차 수요 확대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의 실적은 하늘을 찌르는 기세다. 배터리 기업 중 SK온만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사업 초반 성장통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기업도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해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를 제치고 자동차와 배터리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적자

삼성전자는 27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매출은 63조74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고 영업이익 64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1조5746억원으로 86.1%이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점이다. 

DS 부문의 매출은 13조7300억원에 그쳤고 적자는 4조58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4분기(-6900억원), 2009년 1월(-7100억원)이후 14년만이다. 반도체의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과 연관이 크다. 이에 가격은 하락했고 재고는 늘어 업황 자체에 한파가 불고 있다.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삼성전자는 투자 확대로 실적 부진을 이겨낸다는 전략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실적이 부진할때마다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적자를 해소해 왔다. 이번에도 삼성전자는 시설 투자에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퍼붓는다. 특히, 적자를 본 반도체에 9조8000억원을, 디스플레이(SDC)에 3000억원 등 전년 동기 대비 36%를 늘린 10조7000억원을 퍼붓는다. 연구개발(R&D)에도 사상 최대 투자 규모인 6조5800억원을 쏟아부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불황 여파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00억원의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이다. 순손실은 2조5855억원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도 1조8900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어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셈이다. 특히, 영업손실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SK하이닉스 설립 이래 처음이다.

반도체가 주춤하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분기 최대 실적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반도체가 주춤하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분기 최대 실적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분기 최대 실적

반도체가 주춤하는 사이 배터리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매출은 8조7471억원, 영업이익 6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4%, 영업이익은 무려 144.6%가 상승했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예상 금액인 1003억원이 반영돼 IRA 효과를 봤다. 이번 실적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으로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냈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조2000억원)의 절반을 단 3개월만에 벌어들였다. 또, 지난해 상장 이후 5분기 연속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삼성SDI는 1분기 매출 5조3548억원, 영업이익 3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2%, 영업이익은 16.5%가 증가했다. 매출만 보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매출 5조원이 넘어갔다. 특히, 에너지 사업부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4.6%가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1.7%가 증가해 전기차 배터리 수혜를 톡톡히 봤다.

배터리 기업들의 호실적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불량률이 낮고 수율이 높은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가 최고 수준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간 기술 개발 투자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수율은(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 90% 이상이고 시설 투자로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 생산설비를 구축해 시장 수요 대비를 일찌감치 마쳤다. 여기에 미국의 IRA로 전기차 양산 분위기가 앞당겨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자리잡은 국내 배터리 기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

다만 SK온은 아직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SK온은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이 이번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SK온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격려금을 지급해 일회성 비용이 증가했고 최근 가동을 시작한 미국 2공장에 대한 초기 고정비 증가, 주 고객사인 포드의 F150 배터리 화재사고 등의 여파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 1분기 현대차와 기아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으로 상장사 순위를 바꾸는 등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호실적의 이유는 자동차 판매가 늘었기 때문인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의 판매가 늘고 있는 점은 앞으로의 실적에도 청신호로 풀이된다. (사진/픽사베이)
특히, 올 1분기 현대차와 기아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으로 상장사 순위를 바꾸는 등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호실적의 이유는 자동차 판매가 늘었기 때문인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의 판매가 늘고 있는 점은 앞으로의 실적에도 청신호로 풀이된다. (사진/픽사베이)

‘현대차·기아’ 대세는 자동차

한편, 배터리만큼 호실적을 낸 현대차와 기아로 인해 이제는 반도체보다는 배터리와 자동차가 효자 품목으로 떠오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 86.3%가 증가했다. 이번 현대차 실적이 주목되는 이유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장사 전체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주춤한 삼성전자를 뛰어넘은 현대차는 역대 1분기 최대 실적까지 달성했다.

이번에 현대차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유는 말그대로 자동차를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믹스 개선, 즉 고가의 자동차를 많이 판매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했다. 현대차가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총 102만171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2%나 증가했다. 지난해 출시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와 ‘SUV’, ‘제네시스 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자동차만 19만1047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5.6%나 늘어났다.

기아차의 실적은 더 놀랍다. 기아는 지난 1분기 매출 23조6906억원, 영업이익 2조8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1%, 영업이익은 무려 78.9%가 증가했다. 특히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2조3173억원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현대차에 이어 상장사 2위로 올라섰다는 점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기아 역시 자동차를 많이 판매한 것이 호실적의 이유로 풀이된다. 올 1분기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76만7700대의 차량을 팔아 전년 동기보다 12.0%나 증가한 판매량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18만413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8%가 늘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1만3938대(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를 팔았고 하이브리드 차량은 3만1482대(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를 파는 등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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