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금' 불법 채굴로 신음하는 아마존
'피 묻은 금' 불법 채굴로 신음하는 아마존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30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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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브라질 새 정부 이후 아마존 부문별한 개발
“2년 간 84톤의 금이 불법 채굴” 열대 우림 파괴
불법 채굴업자, 원주민 땅 짓밟고 여성, 아동 학대
국내 기업, 불법 채굴 중장비 판매? ESG경영 무색

[한국뉴스투데이]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다이아몬드 채굴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착취를 세계에 알린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뜻의 블러드 골드처럼, ‘피의 금’이라는 의미의 ‘블러드 골드’라는 단어도 있다. 바로 열대우림의 생태계와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불법적인 금 채취를 뜻한다.

(사진/픽사베이)
 지구에서 가장 큰 생태계 아마존이 파괴되고 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픽사베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 이후 심각

몇 해 전부터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아마존 열대우림을 둘러싸고 불법적인 금 채굴이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내 농업과 광업 행위를 지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2020년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1만1088㎢에 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9.5% 상승한 수치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연구진은 2019년 1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부임 이후 열대우림 파괴가 가속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0년 파괴된 아마존 면적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 전 2018년(2017년 8월∼2018년 7월) 파괴됐던 면적인 7536㎢보다 크게 늘었다.

2019년에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협회가 위성 자료를 근거로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 사고가 역대 최대 수치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흥미로운 건 이 조사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삼림파괴 데이터를 두고 국립우주연구협회와 논쟁을 벌이다 협회장을 해고한 직후에 발표됐다.

그리고 이번엔 ‘금’이 논란이다. 금 역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출법 이후 크게 증가했다. 1980년대 말 정부의 집중 단속으로 불법 채광업자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국제시장에서 금 가격이 상승하고 브라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2000년대부터 채굴꾼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금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며 불법 금 채굴은 더욱 활기를 띄고있다.

(사진/픽사베이)
금 불법 채광이 아마존, 특히 브라질을 중심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픽사베이)

“원주민 죽임 당할 위험에 처했다”

브라질 지속가능성 협회(Instituto Escolha)는 보고서를 통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임기 첫 2년간 브라질 전체 금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84톤의 불법 금이 채굴됐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라리사 로드리게즈는 “브라질로부터 금을 구매하는 회사들은 해당 금이 불법 채굴로 생산됐을 확률이 매우 높고, 그러한 과정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의 이러한 금 채굴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것은 물론, 아마존강을 수은으로 오염시키고 이 과정에서 토착민들과의 충돌 및 인명피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원주민 부족이 공개서한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 주와 아마조나스 주에 사는 야노마미 부족은 편지를 통해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이뤄지는 불법 채광(광석을 캐냄) 활동 때문에 원주민들이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호소했다.

야노마미 부족의 인구는 약 3만 명이지만 불법 채광업자들 때문에 거주지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이 이들에게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BBC코리아는 아마존 불법 채굴을 둘러싸고 불법 채굴업자와 원주민이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아마존에 사는 야노마미족의 50%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픽사베이)

영양실조도 부족해 살해, 성폭행까지

브라질 사회환경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야노마미족의 50%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고, 3,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상태다. 로라이마주의 보아 비스타 보건국장은 아마존 지역의 불법 채굴로 야노마미족이 물과 음식을 얻는 중요한 수로가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우려하며 2022년에만 급성 설사, 위장염, 영양실조, 폐렴, 말라리아로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들이 703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불법 채굴 과정에서 유입된 광부들은 지역 원주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살해 위협과 성폭력까지 행사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5세 이하 아동의 사망률은 29%가 증가했는데,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570명의 야노마미족 어린이가 질병으로 사망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브라질 정부는 결국 올 1월, 불법 채굴로 영양실조와 말라리아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야노마미족을 대상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아마존 원주민들의 건강과 보건을 위해 여러 부처 협력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아마존 개발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이 뚜렷한데다가, 그동안 보여주기 식 불법채굴 금지 방안 등의 적극적이지 않은 규제에, 야노마미족이 얼마나 지켜질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사진/픽사베이)
아마존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금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품과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픽사베이)

HD현대건설기계, 아마존 파괴 일조

지난해엔 불법적으로 아마존에서 취득한 금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등의 글로벌 빅테크 제품과 연결돼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브라질 현지언론 글로보는 브라질 연방경찰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채굴·취득된 금이 이탈리아 금속가공 기업을 거쳐 글로벌 빅테크 회사 4곳에 공급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이탈리아 기업 취멧이 불법적인 경로로 브라질 내에서 금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금을 글로벌 빅테크인 아마존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최근엔 한국 기업이 아마존의 불법적인 금 채굴 사업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4월 12일,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금 채굴 현장에 HD현대건설기계 굴착기가 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까지 아마존 원주민보호구역 3곳(야노마미·문두루크·카야포)의 불법 금채굴 현장을 항공촬영으로 조사한 결과 176대의 굴착기 가운데 HD현대건설기계 제품이 75대(43%)로 가장 많았다. HD현대걸설기계 다음으로는 중국 회사 류공(25대), 미국 캐터필러(20대)가 뒤를 이었다.

그린피스는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카야포 보호구역 내 굴착기 88대를 포착했는데 그중 34대(39%)가 HD현대건설기계 제품이라 밝혔다. 또한 현대 측이 불법 채굴 현장 부근에 대리점을 집중적으로 세우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현대 측은 자사 장비가 원주민보호구역이나 생태계 보전 구역에 동원될 수 없게 위치추적장치를 도입하고, 불법 채굴 기업이나 개인에게 중장비 판매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픽사베이)
브라질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에도 불법 금광 개발업자들이 흘러가고 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픽사베이)

“브라질만의 문제 아니야”

한편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불법적으로 벌어지는 금광 개발 활동이 브라질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까지 확대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브라질 매체에 따르면 불법 금광 개발업자들은 금맥을 찾아 베네수엘라 쪽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원주민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무엇보다 브라질의 불법 금광 개발업자들은 베네수엘라 군대와 반군 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금을 뇌물로 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정부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밝히며 충격을 더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주민 지도자 로멜 구사나마는 브라질 UOL에 “불법 금광 개발업자들은 생물 종 다양성을 파괴하고 물과 토지를 오염시키며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통제불능 상태”라고 비난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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