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전쟁] ②탄소 저감? 반대로 걷는 중국
[석탄 전쟁] ②탄소 저감? 반대로 걷는 중국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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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부족 사태 막기 위해 속도 내는 중국 석탄 공장들
1년간 신규 석탄 발전 승인 건수 4배로 증가, 탄소저감은?
‘에너지 안보’ 중국만의 이슈? 늘어난 석탄발전소에 ‘휘청’

산업 혁명의 역군에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한 석탄은 현대 사회, 환경 문제에서 계륵 같은 존재다. 동시에 전세계가 ‘탈석탄’을 외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한국 등은 석탄 발전을 확대하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석탄과의 전쟁, 그 이면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패를 쥐고 있는 석탄 강대국들 그리고 무엇보다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지난해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45억 톤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같은 해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2억 9,0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사진/ 픽사베이)

녹색 성장 강조, 뒤에선?

세계 산업 발전을 이끈 석탄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수은 등 유해물질이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꼽히며 ‘최악의 화석연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럼에도 석탄은 석유 등 에너지원에 비해 낮은 비용의 이점으로 전세계가 유용하게 사용했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4월,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할 만큼 값비싼 에너지로 재부상 중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의 석탄 발전소 파이프라인에 대한 9차 연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을 제외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운영 및 계획된 석탄 발전소의 수가 감소했다. 기존 발전소가 폐쇄됐거나 계획된 프로젝트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석탄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전력난으로 큰 고난을 겪은 중국의 경기 둔화세가 뚜렷한 만큼 석탄 생산과 수입을 늘려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속셈이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말부터 최소 165기가와트(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간부들에게 말했다. 또한 중국에너지건설그룹 회장은 2025년까지 총 270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녹색 성장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석탄발전소 건설에 나선 것을 두고, 블룸버그통신 역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연료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중국의 석탄 수입은 국산 석탄보다 저렴한 석탄이 필요한 중국의 철강 업체들과 발전소들의 수요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전 세계 합보다 6배 많은 규모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7월 석탄 시장 업데이트에 따르면 현재 경제 및 시장 동향에 따라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 예상대로 회복된다고 가정할 때 전 세계 석탄 소비는 2022년에 0.7% 증가한 8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량은 2013년의 연간 기록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의 석탄 수요치다.

이 보고서는 최근 몇 달 동안 석탄 시장의 상당한 혼란을 강조하며 이는 석탄이 발전 및 다양한 산업 공정의 핵심 연료로 남아 있는 많은 국가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석탄이 에너지 관련 CO2 배출의 가장 큰 단일 공급원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계속되는 대량의 석탄 연소는 기후 문제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최근 에너지 데이터 기관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와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 센터(Center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 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에 비해 2022년에 신규 석탄 발전 승인 건수가 4배로 증가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석탄 연구 분석가이자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플로라 챔페오니스는 “많은 사람들은 석탄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이 나머지 세계를 합친 것보다 6배나 많은 발전소 건설을 시작한 것을 안다”고 꼬집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농촌 지역의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겨울철 공급의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폭염과 가뭄으로 석탄 발전에 집중

보고서는 중국이 석탄 발전소의 새로운 허가를 추진하는 배경에 오랜 가뭄과 지난 여름의 폭염이 있다고 분석했다. 폭염은 에어컨 수요를 증가시켰고, 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양쯔강의 일부를 포함한 강이 다 말라 수력 발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수석 연구원 아이쿤 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액화 천연 가스의 높은 가격 또한 적어도 한 지방이 석탄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석탄을 고집할까?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소비국 이자 생산국 이자 수입국 이며 소비와 생산이 각각 전 세계 총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석탄은 중국에서 최근 몇 년간 재생 가능 에너지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에 따르면 석탄은 2021년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56%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00년대 중반 70%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석탄 사용 절대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운영 용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카본 프리프(Carbon Brief)가 제작한 세계 석탄 지도는 중국에 석탄 발전소가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메릴랜드 대학교 글로벌 지속 가능성 센터의 부연구 책임자인 라이나 쿠이(Ryna Cui)는 석탄 발전소가 폭염과 같은 전력 수요가 높은 기간 동안 재생 에너지의 백업 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정부와 업계의 주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석탄 산업이 오랫동안 석탄이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의 형태라는 메시지를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에너지 안보가 큰 관심사일 때, 국가는 기본적으로 석탄에서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쉽사리 석탄을 포기 못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고립 피하고 규모의 경제 유지하려면”

석탄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수치를 넘어 역사, 경제 성장 및 정치와 같은 중국에 대한 더 큰 그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하다. 시진핑 주석이 말했듯 중국은 석탄이 풍부하고 석유가 부족하며 가스가 적다.

미국, 러시아, 호주에 이어 세계 4위의 석탄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국은 소비하는 석탄의 약 90%를 생산한다. 이는 곧 중국의 자원 부존은 석탄 가격이 낮고 저렴한 연료를 사용해야만 국가가 특히 초기 단계에서 경제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연평균 GDP 성장률이 9.5% 에 이르는 경제 호황을 누렸다. 비용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이 변화를 견인했다. 1970년대 후반 중국이 세계에 문을 연 이후 저렴한 토지와 저렴한 노동력과 함께 저렴한 에너지가 중국의 경제 경쟁력을 전 세계적으로 끌어올려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항상 경제의 중추였던 제조업은 저렴하고 기술적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원, 석탄이 필수불가결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처럼 중국의 경제 규모가 너무 크고, 오랫동안 석탄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석탄을 버리기 힘든 것으로 평가한다.

역사는 석탄에 대한 중국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당국이 제재를 받았던 기억으로 인해 세계로부터 고립되는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을 가진 만큼, 석탄으로서 자급자족을 실현하려는 욕구도 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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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탄 생산량은 2022년 3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14개 석탄 발전소 추가, 반대로 걷는 중국

2022년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석탄 발전소는 19.5GW, 즉 1% 미만 증가했다. 새로 시운전된 45.5GW 용량 중 절반 이상(59%)이 중국에 있었으며 총 14개국이 새로운 석탄 발전소를 추가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전 세계 석탄 선단이 전년도보다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계속 축소된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석탄 생산과 사용이 계속 늘면서 중국이 공언한 탄소 중립 실현 목표인 '쌍탄(雙炭)' 달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탄은 2030년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중국의 탄소 배출 저감 로드맵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5%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전기차와 수소차 등 신에너지차 보급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다른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향후 농촌의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가스 공급 업체들에 난방용 가스 보조금 지급이 늦어져서 농촌의 가스 구매와 공급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게 정책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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