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전쟁] ③ 꿈틀대는 탈석탄 움직임, 이면에는?
[석탄 전쟁] ③ 꿈틀대는 탈석탄 움직임, 이면에는?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07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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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너지모니터, 전 세계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
중국 제외하고 ‘신규 석탄발전 중단’에 가까워졌지만
석탄발전 퇴출 주도하는 미국, 불학실한 인도, 한국은?

산업 혁명의 역군에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한 석탄은 현대 사회, 환경 문제에서 계륵 같은 존재다. 동시에 전세계가 ‘탈석탄’을 외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한국 등은 석탄 발전을 확대하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석탄과의 전쟁, 그 이면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패를 쥐고 있는 석탄 강대국들 그리고 무엇보다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기후위기 주범인 석탄 발전소 폐쇄가 국제적으로 진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파리협정 기후목표, 달성 가능할까?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의 석탄 발전소 파이프라인에 대한 9차 연간 조사에 따르면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 속도를 4.5배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가속화 의제’를 발표하며, 신규 석탄발전을 즉각 중단하고 선진국은 2030년까지, 나머지 국가는 2040년까지 기존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3’에 따르면, UN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OECD 국가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 용량의 70%(330GW)만이 현재 적정 속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 OECD 국가에서는 석탄발전 용량의 6%(93GW)만이 2040년 이전에 폐쇄될 예정이다.

또 신규 석탄발전의 경우, 추진 중인 석탄사업 (공사 이전 혹은 공사중인 단계)은 파리협정 이후 3분의 2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33개국에 약 350GW의 신규 용량이 제안됐고, 추가로 192GW가 건설 중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착공 전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발전 용량은 2021년에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용량을 추월했다.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중국에서 추진 중인 석탄발전 용량은 38%(266GW 에서 366GW 로) 증가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용량은 20%(214GW 에서 172GW 로) 감소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석탄발전 용량의 3 분의 2(68%)를 차지하며, 이는 1년 전의 55%에서 증가한 수치다.

(사진/픽사베이)
 국가 에너지 및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석탄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모멘텀을 가속화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연합과 영국, 최후의 수단

유럽연합은 이미 2021년에 14.6GW의 석탄발전 용량을 폐쇄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가스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석탄발전소 폐쇄가 둔화되어 2.2GW 만 폐쇄됐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임시적으로 재가동·연장 조치가 일부 도입됐지만 향후 몇 년 내에 서서히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2 년 EU 의 총 석탄 발전량에 단 1%만 추가되어 석탄발전의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13.5GW를 폐쇄하며 석탄발전 퇴출을 주도했다.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 용량의 15%(323GW)를 차지하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착공 전 신규석탄은 일본의 사업제안 1건이 유일했다. 지난해 G7 은 2035년까지 저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전력 부문을 대부분 탈탄소화 하기로 선언했지만 더디게 진행 중이다.

주요 20 개국(G20)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 용량의 93%(1,926GW)를 차지한다. 이는 착공 전 용량의 88%(305GW)에 달한다. 지난 2 년간 국제사회는 석탄에서 청정 전원으로의 전환을 위해 452억 달러의 투입을 약속했다. 이 자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가장 큰 규모의 금융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세계에서 계속되는 대량의 석탄 연소는 기후 문제를 고조시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탈석탄 하려면 석탄 투자부터 끝내야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은 본질적으로 고갈되었지만, 여전히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통해 석탄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석탄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단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금융기관 99개가 석탄 정책을 새로 발표하거나 업데이트 했지만, 정책 대부분은 은행, 보험사, 투자자들의 금융 활동을 기후 과학이 명시하는 목표에 맞추기에는 미흡했다. 실제로 이 중 신규 탄광·발전소 개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필요한 기간 내에 석탄발전 관련 금융 지원을 모두 중단할 기한을 설정할 만큼 강력한 정책은 12개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고려 중인 신규 석탄발전 규모는 지난 한해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정체되었다. 더해 유럽연합과 북미에서는 더 이상 신규 석탄발전 사업 계획이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안된 신규 석탄발전 용량의 규모는 2015년 이후 84% 감소했다. OECD/유럽연합에서는 90%, 비 OECD 국가에서는 83%로 감소했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석탄 강국으로 꼽히는 인도의 석탄 관련 정책 방향이 앞으로의 탈석탄 운명을 좌우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인도의 향후 석탄 관련 정책 방향은 불분명하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계획되어 있는 석탄발전 용량은 지난해 2.6GW 추가되어 28.5GW에 달한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운영 및 계획된 석탄 발전소의 양이 감소했다.(사진/픽사베이)

중국 제외하곤 폐쇄 진행 중

석탄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래 최초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착공 전 단계의 총 석탄발전 용량(96.7GW)이 100GW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지원을 받는 해외 석탄발전소 개발이 둔화했다. 2021 년 9 월 중국의 선언을 기점으로 중국이 지원하는 착공 전·건설 중 단계의 해외 석탄발전 용량 약 108GW 중 19%(21GW)가 취소되었거나 취소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약 40%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가동중인 석탄발전을 2040년까지 퇴출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117GW 가 폐쇄되어야 하는데,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폐쇄된 용량의 4.5배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OECD 국가들이 2030년까지 탈석탄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평균 60GW 가 폐쇄되어야 하며, 비 OECD 국가들은 2040년 탈석탄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매년 91GW 를 폐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탈석탄 발표 역시 세계적인 화두다. 지난 2021년, 한국 정부는 2050년 탈석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때문에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예고에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에는 미온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차기 윤석열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1일, 오전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삼척석탄화력발전건설반대투쟁위원회, 안인 석탄화력발전소 강릉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픽사베이)
 파리 기후 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현재 계획된 석탄 발전소 중단보다 4.5배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우리 정부, 앞에선 동의하고 뒤에선 발전소 건설?

단체들은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사업자 강릉에코파워) 2기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사업자 삼척블루파워) 2기의 건설 중단과 진보된 탈석탄 정책을 요구했다.

제10 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에도 총 용량 31.7GW 규모의 석탄발전소 41기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 용량 39.1GW 보다 7.4GW 적은 수준으로 19% 감소에 불과하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 2022년 11월엔 거센 탈석탄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릉안인 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녹색연합 이다예 활동가는 “윤석열 당선인은 기후위기의 해결책으로 원전만 내세우고 있으나 기후위기의 원인은 화석연료”라며 “4기에 달하는 초대형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문제를 방관한다면 윤 정부가 말하는 기후위기 대응책은 그린워싱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석탄발전소는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가 기후 대응에 박차를 가하는 기조에서 2030년 이후 발전소 가동률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석탄발전소 사업의 경제성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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