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점검】 한국전력공사, 고강도 자구안...정승일 사장은 사퇴
【공기업 점검】 한국전력공사, 고강도 자구안...정승일 사장은 사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5.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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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지자체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시장경제 논리로는 이익을 보기 힘들어 사기업이 운영하기 힘든 사업이나 사기업이 운영할 경우 국민 편의에 지장이 있는 사업 등 절대적으로 국민의 공공성을 위해 운영된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직원이 50명 이상이고 자체수입액이 총수입액의 50%를 넘으면 공기업으로 분류된다.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들은 각 공기업의 경영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만약 공기업이 운영을 잘못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에 공기업 점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한국뉴스투데이는 앞으로 꾸준하게 공기업 점검하고 지켜 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한국전력이 사장의 사의표명과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한 12일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자구안을 검토한 후 내주 중 전기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사진/뉴시스)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12일 사장의 사의표명과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2년간 38조4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적자 해소를 위해 자산 매각과 임금 반납, 임금 동결 등 25조7000억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 자구안 발표와 동시에 부실경영 책임론과 태양광 사업 및 한전공대 비위 의혹으로 감사를 받고 있는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자진 사퇴했다.

한전, 자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안 발표

12일 한전은 전남 나주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고강도 자구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정승일 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경영위기를 조기에 타개하고, 경영혁신을 통한 근원적 체질개선을 위해 전력그룹 차원의 다각적인 고강도 자구노력 대책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구안은 지난해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따라 수립했던 전력그룹 재정 건전화 종합 계획 규모인 20조1000억원에서 약 28%인 5조6000억원이 늘어난 총 25조7000억원 규모다.

먼저 기존에 발표한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아래 수도권 대표 자산인 여의도의 남서울본부를 매각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한 매각, 제안공모 등 혁신적 매각 방식을 도입해 매각 가치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강남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 3개 층과 서인천지사 등 10개 사옥의 임대도 빠르게 추진한다. 그 외에도 추가 임대 자산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어 전직원이 임금 인상분 반납을 추진한다. 한전과 그룹사는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3직급(차장급)의 경우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한다. 성과급은 경영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6월경 1직급 이상은 전액, 2직급 직원은 50% 반납할 계획이다. 또 4직급 이하 일반 직원 5만여 명에 대한 임금은 동결된다. 다만 임금 동결과 반납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추후 노조와 협의 후 진행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 축소는 이번 자구안에서 빠졌다. 한전과 그룹사들은 누적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중에도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한전공대에 1724억원을 출연했다. 올해 한전이 한전공대에 출연하기로 약속한 예산은 1588억원에 달한다. 자구안에서는 빠졌지만 현재 한전은 한전공대 지원 축소를 검토하고 있어 추후 축소 여부를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전력의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에 따라 12일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자구안을 검토한 후 내주 중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력량계. (사진/뉴시스)
한국전력의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에 따라 12일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자구안을 검토한 후 내주 중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력량계. (사진/뉴시스)

2년간 적자 38조4000억원, 올 1분기도 적자

이처럼 한전이 지난해 마련한 자구안에 이어 올해 한 단계 더 강도를 높인 자구안을 발표한 이유는 누적 적자 규모가 38조4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자는 올해 1분기에도 계속됐다. 한전의 적자는 2021년 5조8000억원에 지난해에는 32조6000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6조17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적자는 2021년 2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한전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21조59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1299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한 데 따른 매출액 증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매출액에 영향을 주는 전기 판매수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조8807억원이 증가했다. 

영업비용은 27조7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5206억원이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회사 연료비는 1조4346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1조5882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이는 자회사 발전량과 민간 구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줄었으나 지난해 연료가격 급등 영향이 이어져 자회사 연료비가 증가했고 전력시장가격(SMP)도 3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자 규모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5조원대보다 늘어난 6조1776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전은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미달되고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해 금융시장의 왜곡이나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상 폭은 1분기 인상 폭인 kwh당 13.1원의 절반 수준인 kwh당 7원 인상이 유력하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자구안 발표직후 정부에 자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승일 사장. (사진/뉴시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자구안 발표직후 정부에 자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승일 사장. (사진/뉴시스)

정승일 사장 임기 만료 1년 앞두고 사퇴

이날 자구안 발표 직후 정승일 사장은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과 한국가스공사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을 역임한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5월 한전 사장으로 임명됐다. 정 사장은 적자가 본격화됐던 2021년 임명돼 한전의 재무 위기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이후 지난해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 재무 악화와 직원들의 태양광 비리 의혹, 한전공대 지원 등의 책임론을 물어 정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시작됐다. 태양광 비리 의혹의 경우 한전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족 등의 이름으로 태양광 업체를 세워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10월부터 감사원이 2만3000여 명에 이르는 한전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불법 태양광 사업 실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는 오는 6월 경 발표된다.

또 한전공대(KENTECH·켄텍)에 지원을 시작한 2020년부터 올해까지 한전이 한전공대에 지원한 금액이 총 3312억원으로 나타나 적자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남 나주에 설립된 한전공대는 매년 건물이 신축되는 중이고 교수 연봉이 평균 2억원이다. 또 에너지 분야 우수 인재 육성 차원에서 학생 전원의 입학금과 등록금을 100% 면제하고 무료로 아파트형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어 자본이 계속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그간 정 사장의 사퇴를 압박해왔다. 특히,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처음에는 수행 경제인 명단에 정 사장을 포함시켰다가 출국 직전 명단에서 빼는 것으로 정 사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에 정 사장으로써는 내년 5월까지의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사의를 하게된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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