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전쟁] ④독을 품은 미세플라스틱의 저주
[플라스틱 전쟁] ④독을 품은 미세플라스틱의 저주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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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해양에서 대량 발견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 하수 폐기물, 유기농 비료로 사용?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서도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흔적

저렴하고 내구성 있으면서도 가벼워 다양한 용도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우리 삶의 핵심적 요소로 자리 잡은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사용이 이제는 전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소각이나 매립 과정에서 환경호르몬 발생, 맹독성 폐기물의 불완전연소 등으로 토양 및 대기오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심각한 원인을 제공한다. 이처럼 해양과 매립지의 오염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야기되며 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고 있지만, 전세계는 여전히 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 사용율의 증가에 따른 환경 오염, 이를 막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과 그럼에도 남은 과제를 훑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픽사베이)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생활의 혁명을 가져다 준 플라스틱 속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해성이 숨겨져 있다. 미세플라스틱 속 화학물질에 과다 노출될 경우, 우리 몸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의 흔적이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의도적으로 제조되었거나 또는 기존 제품이 조각나서 미세화된 크기 5mm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져 피부나 소화기관 등을 통해 인체 내에 흡수되거나 섭취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은 2004년에 세계 해양에서 처음으로 대량으로 발견 되었다. 이를 통해 밝혀진 분명한 사실은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미세플라스틱은 미지의 영역이 많은 연구 분야다. 과학, 산업 및 정치는 모든 복잡한 현상을 파악하고 미세 플라스틱의 확산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용어와 연구 분야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이해하려면, 생산 및 사용에서 폐기 또는 재사용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을 다루는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타이어 마모, 옷을 세탁할 때 방출되는 합성 섬유 섬유,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포함된 필링과 같은 케어 제품을 통해 환경에 직접 유입될 수도 있다. 산업 폐수도 주요 유입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 동물 및 환경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열띤 토론과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미세 플라스틱은 동물과 환경에 많은 위협이 되고 결국 유기체 및 생태계에 대한 물리적 및 독성학적 손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진/픽사베이)
미세플라스틱이 산모의 몸을 통해 태아의 소화기로 이동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온 몸에 조금씩 축적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들어가면 다양한 장기와 조직에 축적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음식, 물, 심지어 공기를 통해 섭취될 수 있는데, 소화관, 간, 신장에 축적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신체의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위험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면 생쥐의 간 손상과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 과학 및 기술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비만, 당뇨병 및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장내 미생물 군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2021년에는 인간의 혈액에서 처음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새로운 연구에서 테스트한 건강한 성인 헌혈자의 77%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분의 1에 해당하는 0.0007mm만큼 작은 미세한 입자가 발견되었는데, 이를통해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인간의 대변, 아기 심지어 태어나지 않은 태아 에서도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국제 환경(Environmental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익명의 헌혈자 22명 중 거의 80%가 혈액에 정량화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입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료수 병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기증자의 50%에서 발견되었으며, 포장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은 36%에서 발견됐다. 또 플라스틱 쇼핑백을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은 참가자의 23%에서 발견됐다.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바닥에서 먹이를 먹는 바다 생물부터 열대우림과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며 “작은 입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체에 들어갈 수 있지만 대부분 섭취 또는 흡입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픽사베이)
미세플라스틱은 일상 속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사진/픽사베이)

전세계 바다에 24조억 개

미국에선 하수 폐기물로 불리는 하수 슬러지가 미세 플라스틱을 머금고 있어 인류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22년 환경 비영리 단체인 환경 작업 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하수슬러지가 약 2천만 에이커(80,937sq km)의 미국 농경지를 오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미국 농경지에선 유독성 물질인 PFAS(과불화화합물)가 다량 검출되고 있다.

환경 작업 그룹에 따르면 슬러지는 폐기 비용이 비싸고 영양분이 풍부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기 비료로 많이 사용되는데, 매년 약 800만~1000만 톤의 하수 슬러지가 유럽에서 생산되며, 이 중 약 40%가 농지에 퍼진다.

카디프 대학 연구원들은 이러한 이유로 유럽 농지가 미세 플라스틱의 세계 최대 저장고가 될 수있다고 경고한다. 연구원들은 매일 1mm에서 5mm(0.04in-0.2in) 사이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영국 남부 웨일즈에 있는 한 폐수 처리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모든 입자는 깨끗한 물과 함께 방출되지 않고 전체 중량의 약 1%를 차지하는 하수 슬러지로 남게 된다.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카디프 대학의 수력 환경 연구 센터의 부소장인 캐서린 윌슨은 “이 숫자는과소평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세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고 너무 작아서 볼 수 없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BBC 역시 전 세계적으로 바다에 떠 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약 24조4000억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남극 해빙뿐만 아니라 가장 깊은 바다 해구에 서식하는 해양 동물의 내장, 지하수, 무인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견되고 있어 지구의 모든 부분에 침투했다.

(사진/픽사베이)
무심코 사용한 플라스틱은 환경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다이옥신 포함한 하수 폐기물

환경 캠페인 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가 공개한 영국 환경청(Environment Agency)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농지로 향하는 하수 슬러지는 인간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의 다이옥신 등 오염 물질을 포함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지렁이의 성장을 방해 하고 체중을 감소시킨다. 이것은 지렁이가 토양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넓은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식량 작물을 직접 오염시킬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과일 및 채소와 이탈리아 시칠리아 카타니아 지역 판매자가 판매하는 농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환경 독성학 및 생물다양성 교수인 윌리 펜젠버그(Willie Peijnenburg)의 연구에 따르면 작물은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주변에서 흡수한다. 작물의 뿌리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식물 뿌리에 축적되었다. 상추와 양배추와 같은 잎이 많은 채소의 경우 플라스틱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근, 무, 순무와 같은 뿌리 채소의 경우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할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사진/픽사베이)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축적되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염증, 알레르기, 정신적 손상까지

일각에선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폐에 쌓이면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또 피부, 눈 및 기타 조직을 손상시켜 염증, 염증 및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플라스틱은 내분비 교란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BPA) 및 난연제와 같은 첨가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화학 물질은 신체의 호르몬 균형을 방해하고 불임, 발달 장애 및 암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은 각종 장기와 조직에 염증, 산화 스트레스, 물리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의 호르몬 균형을 방해하고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영국의 헐 대학교(University of Hull)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섭취된 미세 플라스틱은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문제를 인식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농지에 슬러시 살포를 금지했다.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하수 슬러지를 비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와 같은 일부 유럽 국가는 하수 슬러지를 매립지에 처분하다. 하지만 매립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침출돼 주변의 육지와 수역을 오염시킬 위험도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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