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생을 대학원 가기 싫어하는 이유
이공계 생을 대학원 가기 싫어하는 이유
  • 김 위 겸임교수
  • 승인 2023.05.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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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과정동안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필요
석·박사 학위 끝낸 대다수의 대학원 졸업자들 직업 선택 놓고 좌절
▲대학원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차후 직업을 가지는데 금전적이 효과마저 없다면 대학원까지 갈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대학원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차후 직업을 가지는데 금전적이 효과마저 없다면 대학원까지 갈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대학원생들의 생활

흔히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원 진학을 두고 노예농장에 끌려간다는 비유를 많이 한다. 대학원  자체가 사실 학습량뿐만 아니라 요구하는 업무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한국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본인의 석·박사 과정 때 ‘월화수목금금금’과 오전 9시에서 저녁 10시 퇴근을 밥 먹듯 한 것이 상당히 흔한 일이었다. 

대학원 시절 ‘월화수목금금금’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월화수목금금’의 스케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렸다. 휴가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실험실을 지키며 주 12시간동안 학부 강의가 배정되어 그 당시에는 그렇게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재도 의생물학 계열 중 동물이나 인간과 연관된 실험은 본인의 계획이 아닌 실험 대상에게 맞춰야 하니 대학원생이 휴일을 누리기는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원을 가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이런 상황을 알면서 대학원을 가는 것이긴 하나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200만원도 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 것은 교수를 지망하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다. 

또한 대학원생들이 받는 200만원마저도 1년에 지불하는 학비와 생활비를 제하면 빈곤하게 생활을 하기 마련이며 이마저도 본인이 속한 대학원 실험실에 연구비가 없다면 장학금 없이 수업료까지 내면서 과정을 이수하거나 소수의 질 나쁜 교수들의 경우 대학원생들의 연구비 통장을 압수하여 학생들이 받아야 할 돈까지도 착복하는 경우까지 있다.

취업 안정성의 부족

이런 윤리적, 물리적 부조리가 적용되는 시점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차후 직업을 가지는데 금전적이 효과마저 없다면 대학원까지 갈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10명중에 1명만이 대학을 갈수 있었던 해외박사들이 국내에서 교수자리를 얻으려 해도 각 과마다 대기인원이 300명 이상일 정도로 인력적채가 심했다. 비단 90년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거의 모든 학령인구가 국내대학에 들어가는 현 시점을 봤을 때 해당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명함에 박사라는 직함을 적을 수 있는 명예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과거에는 빠르면 7년, 늦으면 10년 정도 걸린다는 문과계열의 박사들은 타이틀만 가지고 일자리를 찾기란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보다는 강사 낭인으로 최저임금만 가지고 각 대학을 전전하며 교수자리가 날 때까지 학생을 가르치다 40대가 넘어서 강사라는 자리조차 보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의 경우 몇몇 명문 대학에서 대학원 학위를 받거나 어학적 능력과 전공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학위를 끝내고 국내보다 훨씬 나은 조건으로 외국의 대학 혹은 연구소에서 자리를 얻거나 아니면 상당한 연구적 실적을 내고 국내에서 교수라는 직책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끝낸 대다수의 대학원 졸업자들이 유학파보다 좋은 자리를 얻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어 대학원까지 가서 이공계 출신들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직업을 가지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석·박사를 끝내더라도 지방사립대 출신이라면 자칫 잘못하면 택배기사보다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석·박사이상을 요구하는 직업의 경쟁률의 높은 특성상, 직업 안정성 자체가 떨어져 고졸보다도 못한 직업 자유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교의 재정확보를 위해 석·박사를 날림으로 취득하는 사회 지도층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학위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학위를 받았음에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기가 부끄러울 정도의 잉여 인력이 생산되는 사회적인 부분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까지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2차 대전 때 보다 못한 대한민국의 이공계 대학원생의 지원

2차 세계대전 때, 물론 종전 말기에 들어서 겨우 이공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을 전쟁이 투입했던 일본이지만 그전까진 국가의 기초체력을 갉아 먹을 수 있는 행위 자체를 최대한 자제했을 정도다. 지금부터 약 80년 전이라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국가적 총동원령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 면제까지 주면서 선진국들이 인재에 대한 보호가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런 혜택마저 2010년대 들어서 국민들에게 불평등을 강요한다는 이유로 연구 및 산업체 인원에 대한 병역 혜택을 대거 축소하거나 없애 버렸다. 그리고 대학원생들에 대한 최저임금 자체에 가이드가 마련된 것이 10년도 안되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연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공계 생들을 대학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가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1인당 평균소득에 맞게 임금을 조정하고 다양한 혜택을 대학원 과정동안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그것에 걸맞게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느끼지 않게 연구에 대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김 위 겸임교수 yesteria@ajou.ac.kr

김 위 겸임교수

현 아주대학교 의용공학과 겸임교수
전 대우전자 미주법인 자문위원
University of Calgary 의과대학 석사
York University 생물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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