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논란] ②간호사 독립 도전, 간호법 주요 내용이 뭐길래
[간호법 논란] ②간호사 독립 도전, 간호법 주요 내용이 뭐길래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5.2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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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에 묶여있던 간호사, 70년 만에 독립 추진
간호사 업무 범위 규정, 과중한 업무량 해결하나
美·英 간호법 이미 존재, 간협 VS 의협 기준 달라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상황으로 간호사들의 고된 업무 환경이 사회적으로 조명되며 동력을 얻었던 '간호법'을 둘러싼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까지 ‘국민의 건강’을 들고 일어섰지만, 갈등조정은 한없이 멀어만 보인다. 대리처방이나 수술 거부, 면허증까지 반납하며 규탄에 나선 의료계가 현장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간호사법을 둘러싼 갈등 내용과 쟁점, 입장 차이와 해외 사례 등을 심도 깊게 짚어본다. <편집자주>

▲보건, 의료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시선이 집중됐던 간호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에서 다시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건, 의료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시선이 집중됐던 간호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에서 다시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뜨거운 감자’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로 돌아갔다. 보건, 의료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시선이 집중됐던 간호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에서 다시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70년 잔재 청산
간호법은 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부터 간호인력에 관한 내용을 따로 독립시키는 법안을 말한다. 간호인력이란 간호사, 간호조무사, 조산사 등을 포함하며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은 제외하는 개념이다. 그간 간호사는 의료법 제2조 1항에 따라 의료인에 포함되어 있었다. 의료인이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지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회와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등이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 등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인·의료행위의 범주에서 간호 또는 간호·조산에 관한 사항을 이관하여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간호업무 범위, 간호전문인력의 양성·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율하여 간호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간호법의 제정 배경은 역사적 요인과 현실적 한계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간호사가 의료인에 포함되어있는 현재 의료법은 1962년 국민의료법에서 제명이 변경된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이 법안의 근본이 1944년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위해 제정한 조선의료령이라는 점을 들어 간호계는 일제의 70년 잔재, ‘낡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반복하여 지적 받고 있는 간호사 직무의 어려움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인력들이 과중한 업무량, 낮은 보수 수준,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 결여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간호사의 근속 연수는 평균 7년 5개월로 타 전문직군에 비해 짧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범위는 명확하게
간호법의 골자는 간호사 업무의 독립과 명확한 업무 범위 규정이다. 간호법은 ▲1장 총칙 ▲2장 면허와 자격 ▲3장 간호사 등의 업무 ▲4장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단체 ▲5장 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개선 ▲6장 보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화하고,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도록 했다.

반복해서 지적받았던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관련한 내용도 상세히 포함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적정한 간호사 확보와 배치, 간호사의 근로조건, 임금 등 처우 개선에 관한 기본지침 제정과 재원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의 신체·정신적 고통 등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와 교육 의무 부과 등이 담겨있다.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수행할 역할에 대한 요구도 담겼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통한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및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해야 한다.(21조) 또 간호사 등은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 양심에 따라 최적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일·가정 양립지원 및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등을 요구할 권리(22조)를 가진다.

업무범위의 포괄적 기술로 인한 문제, 간호사의 인권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누구든 간호사 등에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복지부 장관이 간호 현장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빛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24조)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마친 후 서울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마친 후 서울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외사례 갑론을박
간호법 보유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국회 복지위에 간호법 해외 입법례 검토 결과를 보고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11개 주요국을 검토한 결과 일본,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6개국은 독립된 간호법이 있고, 프랑스,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는 미보유국이라고 분류했다.

국회 복지위가 국회도서관과 입법조사처 조사 자료를 토대로 파악한 주요국 간호법 입법 사례에는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뉴질랜드,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가 포함돼 있다. 미국은 간호법이 연방법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에서 간호법을 제정했으며, 간호사를 독립적인 전문 직종으로 규율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된다. 영국은 2001년 제정된 '간호와 조산 명령'(The Nursing and Midwifery Order) 등에서 간호사를 약사, 치과의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규율하고 있다.

간호법 해외사례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의료정책연구소가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다. 해당 보도자료는 대한간호협회가 '세계 90개국이 독립적인 간호법을 갖고 있거나 제정 중'이라며 해외 사례를 간호법 제정 근거로 내세운 것에 대한 반박이다.

당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OECD 38개 회원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 등 11곳만 독립적인 간호법이 있고 나머지 27개국은 간호법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간협의 기준은 이와 큰 차이가 있었다. 간협은 간호법을 가진 OECD 회원국은 33개고 이를 포함해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협이 근거로 제출한 자료에는 OECD 38개국 중 한국, 코스타리카, 칠레, 멕시코, 이스라엘 등 5개국을 제외하고 모두 간호법이 있는 것으로 분류돼 있다.

의협과 간협 간 간호법 해외사례 국가의 차이는 상이한 분류기준 때문이다. 의협은 간호법이 단독법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만을 간호법 존재 국가로 집계했다. 반면 간협은 우리나라 간호법(안)의 골자에 기준을 두고 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독립적으로 규율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복지부는 작년 2월 국회 보고 자료에서 간협이 제시한 90개 간호법 보유국을 검토한 결과 "간호 직역에 대한 규율이 주목적"이었고 "국내 발의된 간호법안과 같이 간호인력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국가별로 법령 구조와 보건의료 법체계가 상이하므로 단순한 비교·답습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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