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저승사자 흰개미’ 외래종 출몰에 발칵 뒤집힌 한국
‘목재 저승사자 흰개미’ 외래종 출몰에 발칵 뒤집힌 한국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2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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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발견된 흰개미, ‘목조 킬러’ 외래종 맞았다 ‘비상’
강남에 이어 충남 아산에도? “토착종이지만 목재에 위협”
환경부, 범부처 합동조사 발표… 촉각 세우는 문화재청

[한국뉴스투데이] 서울 도심에서 마른 나무까지 무차별적으로 갉아 먹는 외래 흰개미가 나타났다는 신고에 이어 충남 아산에서도 발견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외래종 흰개미가 서울 강남구의 주택 베란다 하수구 입구에서 발견됐다. (사진/ 환경부)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 발견

지난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날(17일) 서울 강남구 한 주택에서 흰개미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한 누리꾼이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집에 알 수 없는 곤충이 수십 마리 나타났다”며 사진을 올린 것이 시작.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국내엔 없는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는 추정도 있었다. 이후 19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외래 흰개미류를 발견해 긴급 방제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5월 18일 발견지점 및 인근을 조사한 결과, 외래흰개미류의 사체 2개체가 추가로 발견되었으나, 외부 유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실내 목재 문틀(섀시) 틈에서 서식·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외래흰개미류는 국립생태원에서 현미경으로 정밀 동정한 결과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으로 확인되었으며, 국립생물자원관과 경상대학교에서 유전자분석을 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전자분석을 통한 최종 종 동정은 일주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신고지점에 대한 긴급 방제조치는 완료되었다”라며, “외래흰개미류를 발견하는 경우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강남구에서 발견된 외래종 흰개미 (사진/ 환경부)

환경 내성 강하고 목재 안에서부터 파먹어

이번에 확인된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 외래흰개미류는 인체에 위해를 끼치지는 않으나, 전세계적으로 목재 건축물 및 자재에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래흰개미류의 정확한 국내 유입경로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추후 역학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른나무흰개미과의 흰개미는 북미대륙과 동남아시아, 호주 등이 원산지인데 남극대륙을 제외한 전대륙에 분포돼있다.

문제는 이 흰개미가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국내 흰개미와는 다르게 수분이 결핍된 건조한 환경에 대한 내성이 강하여 토양과 접촉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건조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목재 건축물 및 자재에 광범위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환경부는 “토양과 접촉한 목재에만 피해를 주던 기존 국내 흰개미들과는 달리 토양과 이격된 전통한옥, 목조문화재 등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범부처 합동조사를 발표하며 범정부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합동조사에는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와 검역본부, 산림청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합동조사에 참여하진 않지만 국내에 서식하던 흰개미가 팔만대장경(경남 합천 해인사 소장) 경판을 갉아먹는 일이 발생해 지난 1973년부터 흰개미 피해 방제를 해온 문화재청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흰개미 추정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충남 아산, 토착 흰개미 나타나 목재 피해

마른나무흰개미과의 흰개미는 마른 나무를 닥치는 대로 갉아 먹어 ‘목조 주택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나무를 안에서부터 파먹는 특성으로 문제 발견 시 이미 골조까지 상당히 파먹은 뒤여서 미국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주, 호주, 동남아시아 등 출범지역에서는 큰 골치거리다.

뿐만 아니라 흰개미는 분류학적으로 ‘바퀴목’에 속한다.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흰개미를 ‘바퀴벌레의 사촌’ 정도로 보고 있다. 바퀴벌레와 함께 약 2억년 전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진화 없이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성을 가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누리꾼이 흰개미를 목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흰개미로 고통 받는 중’이라는 글을 올린 누리꾼은 “2월에 내부가 목재로 인테리어 된 상가를 계약하고 3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4월 중순쯤 무언가가 여기저기 날아다녔다"며 "잡고 보니 날개 달린 개미였다"고 밝혔다.
이어 "건물 내부 여기저기서 발견돼 유심히 봤더니 문기둥 나무 속은 비어있고 몰딩을 뜯고 나와 날아다녔다"며 "하얀 유충 개미도 있었다. 흰개미라는 걸 알게 돼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건물주가 방역업체를 보내줘 개미가 나온 곳만 약 뿌리고 갔는데, 보름 후 다른 곳에서 수십마리가 벽지를 뚫고 나왔다”며 “다른 방 액자 뒤에서 유충이 뚝뚝 떨어지길래 액자를 들어보니 그 벽을 다 갉아먹고 나와 떨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여섯 장의 사진을 보면 날개 달린 흰개미들이 목재 사이에 뭉쳐 있고, 벽면과 바닥에도 유충 수십마리가 떨어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산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최근 논란이 된 외래종 흰개미가 아닌 국내에서 많이 발견되는 토착종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토착종 역시 외래종 못지 않게 목재에 피해를 많이 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입 경로를 파악하기보단 대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진/ 환경부)

턱없이 부족한 흰개미 방역 전문가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된 외래종 흰개미를 비롯해 토착종 흰개미 등 흰개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게다가 흰개미 방역 전문가마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흰개미 연구 권위자로 불리는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흰개미는 주위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알을 낳을 장소를 찾지 않기에 국내에 들어온 지 최소 5년이 지났다”며 “유입 경로를 파악하기보단 대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도심은 열섬 효과도 있어 기후와 관계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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