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vs 엘시티 시행사, 2391억원 추가 공사비 소송전
포스코건설 vs 엘시티 시행사, 2391억원 추가 공사비 소송전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5.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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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2391억원 추가 공사비 달라 소송 제기
총 공사비 규모의 20%에 달하는 추가 소송비 규모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 시공사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엘시티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상대로 2391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 시공사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엘시티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상대로 2391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부산 해운대의 주상복합시설 엘시티(LCT)가 시끄럽다. 준공을 마치고 3년 이상 지난 상황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엘시티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이하 엘시티)를 상대로 2391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추가 공사비를 두고 시행사와 시공사간 갈등이 벌어졌고 추가 공사비 규모가 총 공사비의 20%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전이 주목된다.

엘시티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에 있는 101층 높이(411.6m)의 주상복합시설로 롯데타워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다. 랜드마크타워에는 롯데 6성급 호텔(260실)과 레지던스호텔(561실), 전망대가 있고 85층의 주거타워 2개동(높이 319m)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세 마천루 건물의 하부에는 워터파크와 인피니티 풀,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2015년 9월 공사를 시작한 엘시티는 2019년 10월 29일 준공승인이 떨어졌다. 시행사는 엘시티PFV,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다. 시행사는 부지 매입부터 계약관리, 대금 지급, 건설, 분양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시공사는 시행사로부터 발주를 받아 건물 공사를 담당한다. 즉 시행사는 해당 부동산 사업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시공사는 건축 부분에만 책임을 지는 등 시행사와 시공사간의 책임 분야는 분명하다.

엘시티의 경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착공부터 눈길을 모았다. 여기에 각종 특혜와 비자금 조성, 이른바 엘시티 게이트로 엘시티는 단단히 유명세를 거쳤다. 이후 준공이 떨어진지 7개월이 지난 2020년 6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엘시티PFV를 상대로 총 2391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다시 한번 엘시티로 이목이 쏠린다. 2391억원은 아파트 1000가구 이상을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 2018년 3월 2일 엘시티 신축현장에서 3명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1명의 근로자는 낙하물에 맞아 사망하는 등 총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3월 2일 엘시티 신축현장에서 3명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1명의 근로자는 낙하물에 맞아 사망하는 등 총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진/뉴시스)

엘시티 착공 후 무슨일이?

앞서 지난 2015년 7월 엘시티PFV는 포스코건설과 책임준공을 명시한 1조4730억원의 공사도급계약을 맺었다. 착공 1년 후 삼우건축의 설계도서가 포스코건설로 전달됐다. 따지고 보면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포스코건설은 기본 설계를 기준으로 견적과 공기를 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우가 제시한 공법으로 시공할 경우 공기와 공사금액이 늘어난다며 공법 변경을 요구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보통 시행사가 제시하는 설계는 완벽하지 않아 착공 후 시공사에서 보완하고 발주처와 협의해 공사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엘시티의 경우 포스코건설이 공법을 문제를 삼고 삼우건축이 안정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의 설계사 교체 요구에 엘시티PFV는 결국 동일건축으로 설계사를 변경해 설계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엘시티를 두고 여러 논란이 터져나왔다. 2016년 11월 이영복 엘시티PFV 회장은 엘시티 사업 등을 벌이면서 허위 용역계약 체결 등으로 대출금과 신탁자금을 가로채고 회사돈을 횡령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5억3000여만 원의 금품을 지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일명 엘시티 게이트로도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도 엘시티를 괴롭혔다. 2018년 3월에는 엘시티 A동(아파트) 공사현장 55층에서 근로자 3명이 작업 중이던 공사장 구조물이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근로자들은 55층에 있던 박스 형태의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56층으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조물이 200m 아래로 갑자기 떨어지면서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지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관리를 하던 근로자 1명도 떨어진 구조물에 맞아 사망하는 등 총 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태풍 콩레이로 엘시티 랜드마크동(호텔) 83층의 유리창 100여장이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당시 깨진 유리는 바람을 타고 엘시티에서 100m 이상 떨어진 미포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4대에 피해를 입혔다. 이같은 사고들로 인해 엘시티 공사 현장은 약 70일간 작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엘시티는 국내에서 2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라는 점외에도 엘시티 게이트와 각종 사고 논란에 유명세를 떨쳤다. 이후 준공이 끝나고 총 2800억 규모의 추가 공사비와 소송전으로 다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열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엘시티는 국내에서 2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라는 점외에도 엘시티 게이트와 각종 사고 논란에 유명세를 떨쳤다. 이후 준공이 끝나고 총 2800억 규모의 추가 공사비와 소송전으로 다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열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추가 공사비 둘러싼 갈등, 결국 소송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유명세를 치른 엘시티는 준공이 끝나고는 소송전에 휘말려 여전히 이름값을 하는 모양새다.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한 추가 공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로 인해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는 일은 일반적이다. 엘시티의 경우 2018년 3월 엘시티PFV와 포스코건설이 필수 사업비 증액 581억원을 합의했다. 이후 엘시티PFV는 공사비 추가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했고 준공을 3개월 앞둔 2019년 7월 포스코가 제출한 추가 공사비 발생 예정과 규모는 약 1040억원이었다. 이에 엘시티PFV는 이 중 388억원을 선지급했다. 

하지만 준공을 1개월 앞둔 2019년 10월부터 포스코건설은 내역도 제출하지 않은 채 최소 6차례에 걸쳐 1500억원이 넘는 추가 공사비를 잇따라 청구했다. 엘시티PFV가 내역서도 없는 추가 공사비에 반발하자 포스코건설은 지난 2020년 6월에 엘시티PFV를 상대로 ‘공사대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포스코건설이 추가로 요구한 금액은 2391억원으로 미리 받아간 388억원을 더하면 총 추가 공사비는 2779억원이 된다. 

이에 대해 엘시티PFV는 건축 현장의 사고로 70여일 공사가 중단된 피해액과 시공사 과실로 인한 돌관작업비용 등 현장 손실 비용을 시행사측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특히 이영복 회장이 구속되고 실형을 살게 된 상황을 포스코건설 측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 공사비 청구 소송 이후 엘시티PFV는 각종 수수료와 세금, 금융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호텔과 상업시설을 담보로 약 44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해당 대출은 시공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자금 압박이 심했던 엘시티PFV는 포스코건설의 추가 공사비 지급 제안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의해 합의서를 작성하고 대출을 받은 뒤 대출 금액 중 약 1500억원을 추가 공사비로 지급했다. 즉, 남은 금액 약 1279억원의 지급 여부가 관건이 됐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엘시티PFV와 포스코건설의 추가 공사비 문제가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추가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내역을 제출하지 못한 점과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확정 채권인 추가 공사비를 먼저 지급한 점 등은 여전히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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