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논란] ④13개 의료인단체, “간호법은 간호사 이익만 대변”
[간호법 논란] ④13개 의료인단체, “간호법은 간호사 이익만 대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5.24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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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거부권 행사 환영, 총파업은 ‘일단은 유보’
“간호사만 독자 법률, 왜?”…의료인 간 갈등 심화
보건복지의료연대, 모든 직역 처우 개선 대책 먼저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상황으로 간호사들의 고된 업무 환경이 사회적으로 조명되며 동력을 얻었던 '간호법'을 둘러싼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까지 ‘국민의 건강’을 들고 일어섰지만, 갈등조정은 한없이 멀어만 보인다. 대리처방이나 수술 거부, 면허증까지 반납하며 규탄에 나선 의료계가 현장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간호사법을 둘러싼 갈등 내용과 쟁점, 입장차이와 해외 사례 등을 심도 깊게 짚어본다. <편집자주>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 없이는 간호조무사가 업무를 할 수 없어 많은 간호조무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라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진에 지친 의료인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주 북구 제공)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 없이는 간호조무사가 업무를 할 수 없어 많은 간호조무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라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진에 지친 의료인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주 북구 제공)

보건의료단체들이 지난 17일로 예고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국회 재의결까지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간호법 저지 로드맵은 잠정 멈춤에 들어간다. 

간호사만 독자 법률 안 돼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인 간 갈등은 간호법이 국회 법제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간호법은 이에 찬성하는 간호사들과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간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3개 단체다. 

간호법을 둘러싸고 간호사 외의 의료인들이 한 데 뭉쳐 목소리를 낸 데는 간호법이 다른 직역이 아닌 간호사만을 위한 단독 법률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은 간호사 직역만의 이익 실현을 대변하며 범보건의료계의 화합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간호사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이라고 지적하는 근거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 범위가 침해되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만 확장될 것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 없이는 간호조무사가 업무를 할 수 없어 많은 간호조무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의료인이 아닌 간호사만을 위한 권리 보장 과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부분도 갈등 요소다. 의협은 이에 대해 다른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 시도로 인해 타 보건의료직역들과 간호사 직역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면서 “이는 타 보건의료직역의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전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공동대표)은 “간호법은 보건의료위기를 함께 극복해 왔던 수많은 보건복지의료인들을 외면하고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는 ‘간호사특혜법’이다”라며 “간호법은 간호사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고무줄처럼 팽창된 간호행위라는 명목으로 의사의 지도·감독이 없는 단독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국민건강위협법’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보건의료정보관리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등 보건복지의료분야 약소직역의 업무를 침탈하고 일자리마저 빼앗는 ‘약소직역 생계박탈법’이자 간호조무사 학력을 제한함으로써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종처럼 부리는 한국판 카스트제도를 법제화한 ‘위헌적 신분제법’이다”라며 “의료인 면허취소법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성이 있는 불합리한 법이자 필수 의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의욕을 완전하게 저해하는 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간호법을 둘러싼 충돌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건강을 위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의료연대는 지난해 총궐기대회에서 “모든 보건의료 직역이 오로지 국민건강을 위해 본연의 역할에 몰두할 수 있도록 현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먼저”라면서, “8개 단체로 시작해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단체들이 잇따라 동참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 국민을 위해 지금이라도 국회가 범보건의료계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으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간호법은 국민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간호법안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으로 명시돼 있다.

의료연대와 의사들은 간호법이 의료법과는 달리 ’지역사회‘라는 용어를 포함하여 단독 개원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간호사들은 ’억측‘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의협은 ’지역사회‘라는 말이 목적조항에 포함된 것에 대해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해석하며,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 단독 개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의 근거‘라는 비판이 거세다. 간호사의 단독 개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낮은 가능성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쏠렸지만, 간호사 외 의료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협은 “간호사는 의사가 아니다. 간호사가 단독 개원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지 아닌 잠시 멈춤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집단행동은 이달 초 발표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 투쟁 로드맵을 따른다. 로드맵에 대해 의료연대는 "파업 등 단체행동에 관한 의사협회 설문조사에서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교수 등 전 유형에 걸쳐 찬성률이 83% 이상으로 나타났다. 의료악법에 반발하고 저항하는 의료계 여론이 매우 높지만, 국민에 의료공백으로 인한 불편과 우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기에 심사숙고하며 투쟁의 방법과 강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드맵에 따라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요양보호사 등 관련된 직역들이 모두 참여하는 규탄대회가 전국 각 시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계획, 실행됐다. 

일부 의료기관은 단축 진료 등 부분 파업으로 간호법 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단축 진료 등은 지역 의원, 개원의 등 중심으로 진행됐고 전국적 집단 휴진 사태는 없었고, 단축 진료 안내문을 미리 내걸어 환자들의 불편함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파업 참여 병원 및 인원에 대한 집계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어 17일에는 400만 연대 총파업 등 투쟁을 진행하고, 1년 이상 진행된 국회 앞 릴레이 1인시위 장소를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옮겨 이어갈 예정이었다. 의료연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총파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라면서도 “(거부권 대상에서 빠진) 의료인 개정안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하며 국회에서 신속히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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