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주목하는 이상기후 “비상"
북한도 주목하는 이상기후 “비상"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31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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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엘니뇨'에 긴장…"모내기 5월말까지 와다닥 끝내야"
재해성 이상기후 대응 총력, 농업 비중 커 각성 효과 끌어내

[한국뉴스투데이] 지구촌에 이상 기후와 관련한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도 이상기후를 기정사실화하며 대응하는 모양새다.

(사진/픽사베이)
북한이 연일 신문을 통해 이상기후에 관한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노동신문, 이상 기후 대비 강조

지난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재해성 기후에 철저히 대처하자'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이상기후 경각심을 드러냈다. 기사에는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한 데 의하면 올해 5월~7월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은 60%, 7~9월에는 80%라고 한다”면서 "엘니뇨는 일단 발생하면 전지구적인 기온과 강수량에 영향을 미쳐 경제를 혹심하게 파괴하고, 사람들의 생활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며 바다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전했다.

기사에서는 과거 북한이 엘니뇨 현상으로 발생한 피해가 언급되기도 했는데, 2015년 7월에 평양시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과 자강도, 동해안의 일부 지역에서 35~38.5℃의 고온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서해 지구의 어느 한 지역에서는 6시간동안에 341㎜의 폭우가 내렸던 사례, 그해 늦가을에 동해안 중부의 바닷가 지역들과 일부 산간지대들에서는 70cm이상의 매우 많은 눈이 내린 사례 등을 소개했다.

기사는 이를 두고 “엘니뇨가 나타난 해들에 지난 시기 폭우나 많은 비가 잘 내리지 않던 지역들에서 큰물 피해를 입은 사실은 심각한 교훈을 주고 있다"면서 "이전에 재해성 기상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았던 지역이라고 하여 마음놓고 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집 기사 연이어 보도, 중요성 부각

또한 "농업부문 일꾼들은 각성 또 각성하여 올해 알곡고지 점령을 위한 투쟁에서 맡고 있는 임무를 다하여야 한다"면서 "일꾼들은 올해 농사의 성과 여부가 다름아닌 자신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재해성 기후에 대처할 수 있게 만단의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신문에선 이상기후와 관련한 예측 불가능도 언급했다. "앞으로 언제 가뭄이나 폭염이 들이닥치고 어디에 얼마나 많은 무더기비가 내리겠는가 하는 것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보조수원 조성, 물빼기 대책 등 각 상황에 맞는 농업기술적 대책을 빈틈없이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통상 이상기후와 관련된 상황을 국제뉴스로 배치했지만, 최근 특집 기사로 편성하며 집중 보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자연재해가 식량 생산량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각성을 다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시아재난감축센터(ADRC)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2019년 인구 천 명당 자연재해 피해가 아시아 국가 중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기사를 통해 “중앙비상재해위기대응지휘조에서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초래되는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사업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며 “성, 중앙기관, 각 도·시·군 공장 및 기업소를 비롯한 단위에 능력있는 일꾼들을 망라한 비상재해위기대응지휘조들이 조직되고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 밑에 사업하는 전일적인 체계가 확립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일꾼들은 기상상태를 항상 주시하면서 돌발적인 정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직과 지휘를 박력있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자연재해가 식량 생산량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세계적인 이상 기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북한. (사진/픽사베이)

물과 관련된 이상기후에 주목

노동신문은 최근 '자연재해', '폭우피해', '식량위기 악화' 등 제목의 기사를 자주 발행하는데, 그 중 폭우나 가뭄 등 '물 문제'에 특히 치중했다.

지난 5월 15일자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물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물의 행성으로 불리우는 지구에서 물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5월 11일에는 중국, 르완다, 네팔, 예멘의 최근 폭우와 산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를 언급하고 농작물과 농경지가 못쓰게 됐다고 전했다.

재해성 이상기후 대응은 최근 등장한 북한의 농정과제 4개 중 하나에 포함된다. 노동신문은 5월12일자 기사 ‘내일이면 늦는다, 비상히 각성하여 만전의 대응책을’에서 “농업부문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가물이든 큰물이든 폭염이든 그 어떤 재해성이상기후 속에서도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과학적인 물관리체계를 확립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21년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꼽은 기후변화대응 취약 우려국 11개 나라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북한은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식량 부족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인구가 굶주림을 겪었다. 2006년 여름에는 북한은 폭염과 가뭄으로 중국으로부터 긴급 식량 지원을 받아야 했다.

2007년 봄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토지 유실, 인명 피해를 입었고, 2010년 겨울에는 추위와 폭설로 대규모 피난민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후에도 2012년 봄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 2016년 태풍 라이온락 피해, 2018년 폭우와 지진, 2019년 가뭄 등 끊이질 않는 자연재해를 경험했다.

“인민 건강과 경제 발전 심각한 피해”

북한은 지난 2016년, UN과 전략계획에 합의해 작성한 문서에서 자국을 “산림 및 토지 황폐화 문제에 직면해있으며 이로 인해 기후변화, 기상이변에 대해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후 북한은 2019년 제3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중 기후변화에 대한 권고사항을 모두 수용했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 7월,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상황을 담은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에 따르면 “자연재해가 인민들의 생활과 건강, 경제 발전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기술했다.

보고서에는 또 북한의 재생 에너지, 기후 위기 대응 현황 등이 포함됐는데, 2015년 심각한 가뭄 직후 폭우가 오거나 골프공만 한 우박이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또 2016년에는 강수량 측정 이후 최고량의 집중호우로 인해 두만강이 범람했고 2018년과 2020년에는 심각한 가뭄 이후 장마철의 호우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북한기상 30년보(1991~2020)'에 따르면 봄철(3월~5월) 북한의 강수량 평년값은 1981~2010년 148.6㎜에서 1991~2020년에 143.5㎜로 약 5.1㎜ 감소했다. 남한과 북한의 연강수량을 비교하면 북한은 7.7㎜가 남한은 1.4㎜가 줄었다. 또 최근 VOA(미국의 소리)는 미국 해양대기청의 위성 사진을 분석하고 북한의 봄 가뭄이 예년보다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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