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후폭풍】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처벌은 제자리
【전세사기 후폭풍】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처벌은 제자리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6.02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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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6월 1일부터 시행
첫날에만 795명 임차인 피해 접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청사에 설치된 전월세종합지원센터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청사에 설치된 전월세종합지원센터에서 한 시민이 피해자 접수를 위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이 6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 가운데 첫날에만 795명의 임차인이 전세사기 피해를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되면 각종 지원 대책을 적용받게 된다. 다만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특별법에 처벌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어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6월 1일부터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핵심은 금융지원 확대와 경매·공매 절차 지원이다. 정부는 금융회사와 보증사 등에 협조공문과 비조치의견서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경우 근저당권 설정 시점이 아닌 현시점의 최우선변제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초과할 경우는 2억4000만원까지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또, 기존에 미처 상환하지 못한 전세대출 채무에 대해 분할상환약정을 보증사와 체결하면 최장 20년간 무이자 분할상환이 가능해진다. 당장 상환이 어려운 경우 최대 2년간 상환유예 기간도 설정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등 전세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의 연체정보 등록은 유예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소득요건 제한이 없는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3%대 금리로 거주주택 경락, 신규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이전에 높은 금리로 다른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했어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환할 수 있다. 만기는 최장 50년, 거치기간은 최장 3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도 앞으로 1년동안 완화한다.

또, 피해자로 인정되면 생업으로 바빠 경매나 공매를 진행하기 어려워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절차를 진행하고 발생하는 비용의 70%를 부담한다. 피해자가 주택을 경매로 낙찰 받을 경우 지방세 감면·구입자금 대출 지원 등 세제, 금융지원 혜택도 부여된다. 우선매수권도 부여된다. 주택 매수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한 뒤 공공임대 전환해 그대로 거주도 가능하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피해자로 인정돼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 접수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날에만 17개 시·도에 795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앞서 긴급사례로 지자체들이 미리 사전접수를 받은 260여건을 제외해도 첫 날 하루만에 530여건의 피해가 접수된 셈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위촉식 및 1차 회의가 열렸다. 위원회는 피해자 선정 등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전반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위촉식 및 1차 회의가 열렸다. 위원회는 피해자 선정 등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전반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이달 중 피해자 결정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맡았다. 국토교통부는 피해지원을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는 동안 위원회 인선을 진행해왔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최완주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맡았고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토부, 금융위원회 실장급 당연이 5명이 포함됐다. 민간위원 25명은 법률전문가 8명, 법무사·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세무사 등 7명, 학계 전문가 7명, 소비자보호 등 공익활동 경험자 3명 등이다. 위원의 임기는 6월 1일부터 2025년 5월 31일까지 2년이다.

위원회는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발족식을 한 뒤 바로 1차 위원회를 열었다. 첫 회의에서 위원회는 매각기일이 도래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 182호와 부산 진구 60호에 대한 경·공매 유예 요청과 정지 협조 요청을 의결했다. 위원회가 법원에 요청하면 3개월간 경매 유예·정지가 가능하며 기간은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또, 위원회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요청할 경우 최대 1년간 경매가 미뤄진다.

현재 특별법 지원이 필요한 임차인은 가장 먼저 거주지 관할 시·도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각 시·도는 30일 내로 조사를 마치고 국토부로 결과를 넘기게 된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위원회는 안건 상정 후 30일 이내에 피해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피해자 인정까지는 60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득이한 경우 의결을 15일 이내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어 피해자 인정에는 최대 75일이 소요될 수 있다.

추후 위원회는 7월 둘째 주 2차 위원회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이때 최초의 피해자 인정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국토부는 사안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고려해 이르면 6월 중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첫 피해자 인정은 좀 더 빠르게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 구속 및 엄중처벌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 구속 및 엄중처벌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특별법에 처벌 내용 빠져, 후속 대책 필요

피해자 지원이 속도를 내는 반면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사람을 기망해 임대보증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임대보증금을 취득하게 한 범죄자에 대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이종배, 이태규, 강기윤, 지성호 의원 등 12명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이는 무자본·갭투자나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고지, 실소유자 행세 등 무권한 계약, 위임 범위 초과 계약, 허위보증·보험, 불법중개 등 다양해지고 치밀해지는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그간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 대부분이 강제성이 없고 서민층과 청년들은 전세사기를 당해도 전세사기범에 대한 처벌은 커녕 빚만 떠안는 억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에는 피해자 구제만 담겼을 뿐 방지나 처벌의 내용은 쏙 빠졌다.

현재 전세사기의 처벌의 경우 기존 형법 제347조에 따라 사기죄의 처벌과 같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 주범과 공모자들이 수개월 동안 피해자들의 피를 말리며 피해변제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회유와 협박으로 제2, 제3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는 처벌이 약한 것도 이유라 지적했다.

한편,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앞서 국토부가 2월 27일부터 5월 19일까지 실시한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 공인중개사 242명 중 99명(41%)의 위반행위 108건이 적발됐다. 공인중개사들은 매도인과 공모해 보증금 편취 목적으로 매매계약 후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무자격자가 중개행위를 하면서 계약서 작성 대가로 공인중개사에게 일정 금액을 제공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 집 계약시 공인중개사를 믿고 거래하는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이제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까지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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