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우주는 하나다
‘더 문’... 우주는 하나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8.02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우주적 세계관

고군분투. 그곳은 동화 속 신비한 별이 아니다.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은 달에 환상을 잠식시킨다. 위험천만하고 척박한 달. 그런데 그 척박한 달이 마치 이웃한 지역처럼 친근하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평균 약 385km. 거리감이 무색하다. 이미 달의 시대는 열렸다. 놀라운 영화의 힘! 영화의 에너지에 전율이 느껴진다.

'더 문' 스틸컷, 황선우 역의 도경수가 월면차를 타고 유성우를 피하는 장면, CJ ENM 제공
'더 문' 스틸컷, 황선우 역의 도경수가 월면차를 타고 유성우를 피하는 장면, CJ ENM 제공

영화 <더 문: The Moon>을 보고 밤하늘에 달을 유심히 바라봤다. 불현듯 반달 동요가 떠올랐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로 묘사됐던 달. 노래로 시로 음악으로 찬미 되던 달. 그러나 달에는 아름다운 계수나무도 귀여운 토끼도 없다. 그냥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진 회색의 천체라서 별로 예쁘지도 않다. 때때로 무수한 유성이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의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더 문>은 지구에서 거의 관측할 수 없는 달의 뒷면을 배경으로 한다. 우주 시대가 개막한 현재도 달 후면에 관한 연구는 앞면보다 미진하여, 신비의 영역이다.

김용화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더 문>은 실제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고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다. 진정한 SF영화가 되려면 공상과학이 되어야 하는데, ‘공상은 아니다. 시나리오 작업 중에 우주 개발에 대한 낭보가 이어져서 자신감을 가졌고, 전문가에 자문과 실증을 받으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더 문' 스틸컷,  유성우 충돌 폭발 장면, CJ ENM 제공
'더 문' 스틸컷, 유성우 충돌 폭발 장면, CJ ENM 제공

실제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김용화 감독의 설명은 더 놀랍다. 영화에서 보는 달의 표면이 실제 달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고 한다.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 지원받은 달 사진을 참고하여 실제처럼 제작했다고 한다. 우주복의 질감이 화면으로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실크로 제작할 만큼 미세한 질감의 차이까지 고려해 연출했다.

감독은 피사체 하나부터 한 땀 한 땀 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면 그만큼 전반적인 퀄리티도 함께 상승한다. 옷이 됐든 미술 소품 하나가 됐든, 실제 제작해서 VFX와 콜라보를 하자는 차원이었다라며, VFX뿐 아니라 실물 세트를 충분히 활용했다고 밝혔다.

'더 문' 스틸컷, 황선우 역의 도경수, CJ ENM 제공
'더 문' 스틸컷, 황선우 역의 도경수, CJ ENM 제공

어렸을 때부터 꿈꾸고 동경했던 우주와 달에 대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은 분명했다. 지금 한국 영화의 기술력이라면 도전장을 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영화를 준비했다는 감독은 ”<더 문>은 먼 미래가 아니라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중력, 무중력, 진공 상태, 기체의 유형이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 우주 기술력을 왜곡 없이 구현하고 싶어서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과학적 검증을 거쳤다고 한다감독은 무엇보다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감정과 스토리에 관객이 집중하도록 화면과 사운드 등 물리적인 요소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더 문' 스틸컷, 김재국 역의 설경구, 우주센터 장면, CJ ENM 제공
'더 문' 스틸컷, 김재국 역의 설경구, 우주센터 장면, CJ ENM 제공

<더 문>은 사고로 인해 지구로부터 38.4Km 떨어진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도경수)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의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이야기 구조는 선명하고 단순하다.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담았다. 상황에 따라 가족애, 동료애, 그리고 인류애를 녹여냈지만, 개인의 감정선은 한결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표현됐다. 인간의 감정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율배반적인 존재가 인간 아닌가.

어린 시절의 동경을 영화 현실로 실현한 감독의 달 여행에 동승한 도경수, 설경구, 김희애 배우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영화에 몰입감을 준다. 무엇보다 영화적 기술력이 상상 이상이다. 놀랍다. 객석에 앉아 있는데, 마치 달의 표면을 걷는 느낌처럼 울렁거린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자신이 먼저 위로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에 진심인 감독의 마음이 이번에도 관객과 이심전심으로 통할까.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