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커스】 또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는 어찌하오리까
【투데이포커스】 또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는 어찌하오리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4.26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월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앞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해 14명 사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월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앞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해 14명 사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경남에서 또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결함 원인 입증을 의무적으로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도현이법이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소관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결론나는 모양새다.

경남에서 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지난 25일 경남 함암경찰서와 MBC보도 등에 따르면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오후 경남 함암군 칠원읍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 손 모씨가 몰던 SUV 투싼 차량이 앞 차를 들이받고 질주하다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출고된 지 2주된 차로 사고 이후 손 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당시 차 안에는 11개월 된 손녀가 함께 타고 있었다.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를 보면 손 씨가 주장하는 급발진 사고에 힘이 실린다. 신호 대기 중이던 손 씨의 차량은 출발하면서 굉음을 내고 바로 앞 차를 들이받았다. 이후 속도를 붙인 차량은 빠른 속도로 달렸고 역주행으로 반대편 차선까지 넘나들며 마주 오는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약 1.3km를 달리다 전봇대와 교통표지판 기둥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는 손 씨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당황한 음색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고 이후 손 씨는 브레이크를 죽기살기로 밟았지만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 차량의 급발진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국과수에 사고기록장치 감정을 의뢰했다. 차량 제조사는 조사 전이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를 비롯해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서 2022년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는 무려 766건이 발생했다. 제조사별로는 현대 기아차가 452건(5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르노 102건, 한국GM 49건, 쌍용차 46건, BMW 32건, 벤츠 22건, 토요타 17건 순이다. 

사진은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급발진 인정 사고 여전히 ‘0’건

그럼에도 아직까지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국과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5년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를 감정한 건수는 364건에 달한다. 지난 2018년 49건에서 2019년 58건, 2020년 57건, 2021년 56건, 2022년 76건, 지난해 8월까지 68건으로 국과수가 급발진 의심 사고를 감정한 건수도 증가세에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급발진이 인정된 사고는 아직은 없다. 사고 운전자들은 국과수에 블랙박스 영상 등 급발진 의심 증거들을 함께 제출했지만 국과수는 대부분의 사고 원인을 운전자의 차량 조작 미숙으로 판단했다. 현재 국과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을 감정하는 방법으로 차량의 상태가 저장되는 사고기록장치(EDR)를 이용하고 있다. EDR에 기록된 자동차 운행 정보를 바탕으로 급발진 여부 등을 판단하는 셈이다.

자동차 운행 정보에는 사고 직전 5초 동안 자동차 내 에어백 제어 유닛과 차량 속도, 엔진 회전수, 제동 페달 작동 여부, 가속페달 작동 여부 등이 담긴다. 문제는 사고 직전 5초 이전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기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조사 역시 사고 5초 이전에 대해서는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하는 셈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 증명을 위해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소프트웨어인 전자제어장치(ECU)의 경우 차량 제조사가 보안 사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입증책임 전환을 인정해 급발진 관련 모든 자료를 보존하고 제조사가 재판 과정에서 자동차의 결함 여부와 관련된 자료를 폭넓게 제출하도록 해 사실상 제조사가 결함 여부를 입증하도록 하고 있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유럽 역시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손해배상의 타당성을 입증할 만한 사실과 증거를 공개하도록 하고 제조사가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조사가 급발진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들으며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들으며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현이법...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

이에 우리나라도 뒤늦게 급발진 사고를 제조사가 입증하게 만들기 위한 법안이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2월 강릉 급발진 사고 유가족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을 올렸다. 이 청원은 6일 만에 5만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로 넘겨졌다. 일부 국회의원 역시 해당 청원의 취지에 공감해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일명 도현이법을 발의했다.

도현이법의 골자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원인을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조사하게 한다는 점이다. 또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제조사가 책임지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에 사고기록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표준화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의 치침도 함께 담겼다. 하지만 도현이법은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22대 국회로 넘겨졌다.

법 통과가 지지부진하자 급발진을 막기 위한 대안이 언급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차가 먹통으로 폭주할 경우 소프트웨어적으로 일종의 '킬 프로그램'을 넣어서 프로그램 상으로 가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차량에 급발진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속을 막아주는 '킬 프로그램' 장착을 의무화한 바 있다. 

또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에 탑재된 사고기록 장치인 EDR의 법적 규제를 좀 더 구체화하고 급발진 사고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볼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최근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각종 전자 부품의 오작동으로 급발진 발생 빈도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급발진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