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1차례 연속 동결로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부터 오늘까지 1년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중 금리 인하 기대가 무산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만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11차례 연속 동결 결정
23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세 개선,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 경제에 대해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소비와 건설투자도 부진이 완화되면서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고 평가했다. 또 고용은 견조한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으로 파악했다. 이에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는 2분기 중 조정됐다가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물가의 경우 지난 4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개인서비스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 등으로 2.9%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3%로 둔화됐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들어 3.2%로 높아졌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성장세 개선 등으로 상방압력이 증대되겠지만 완만한 소비 회복세 등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올해 중으로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전망 수준인 2.6%,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 2월 전망 수준인 2.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의 경우 지난 2월 전망치인 2.1%를 상당폭 상회하는 2.5%로 전망치를 높였다. 다만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경제는 차별화 모습 역력
그러면서 금통위는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주요국별 경기 상황과 물가 둔화 속도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라 봤다. 앞서 지난 4월 30일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25%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6연속 동결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음에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고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 밝혔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주요국 국채금리와 미 달러화 지수가 상당폭 상승하였다가 반락했다. 영국의 경우 지난 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 연속 동결이다. 유로존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4.50%로 인상한 이후 5차례 연속 동결하고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양상,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국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상승했다고 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및 엔화 등 주변국 통화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으며 높은 수준에서 상당폭 등락했다. 국내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했고 주택가격은 대체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여전하다.
특히 국내 경제는 성장세가 예상보다 개선된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이에 금통위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고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및 성장세 개선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 커져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이 전원일치로 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원 중 이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이 3개월 후에도 3.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1명은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3개월 후에는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당시 금리인하 관련 입장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4월에 비해 하반기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와 관련해 금통위원들의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먼저 금리인하 시점을 확인하고 다음에 인하 폭을 생각해야 하는데 인하 시점 불확실성이 커서 인하 폭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금리 인하는 물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물가가 잡히기 전에는 물가지표에 집중하지만 물가가 안정되면 내수와 수출 등을 고려해서 금리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는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해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올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7월 11일, 8월 22일, 10월 11일, 11월 28일 등 4차례가 남았다.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없는 6월과 9월, 12월에는 금융안정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금융안정회의 의사록은 회의일로부터 2주가 지난 뒤 첫 화요일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