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규모 여전...이자 부담에 요금 인상 목소리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분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모두 흑자를 기록했지만 누적 적자와 부채 규모는 여전하다. 이에 공공요금 현실화를 통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여건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2분기에도 동결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하반기에 한꺼번에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동시에 인상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 1분기 이자만 1조1500억원 부담
한전은 올해 1분기 매출 23조2927억원, 영업이익 1조2993억원, 당기순이익 595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흑자로 전환된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흑자로 전환된 이유는 지난해 연료값 하락으로 인해 비용 지출이 6조원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022년 이후 6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된 것 역시 흑자 기조에 보탬이 됐다.
이같은 흑자 전환에도 한전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4분기에 1조8843억원으로 줄었고 이번 1분기에는 1조2993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흑자 기조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지난 2021년 2분기까지 적자를 이어온 한전의 누적 적자는 42조3000억원이다. 부채 역시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연결기준 총 부채는 202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지난해 부채에 따른 이자 비용만 4조4517억원을 부담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한전은 1조1500억원을 이자로 지불했다. 하루 120억원이 이자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면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이자 지출이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 중동 분쟁도 확대될 조짐이 보여 이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이 겹쳐 하반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힘든 상황에 적자 전환까지 우려되면서 한전의 재무적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스공사 역시 한전과 비슷한 상황
가스공사 역시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가스공사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2조81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가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하락한 동시에 판매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판매단가는 1MJ(메가줄)당 7.59원이 하락했으며 판매 물량은 31만톤이 줄었다.
매출이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215억7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개선된 이유는 지난해 1분기 가스 도매 부분에서 일시적으로 발전용 원료비 정산 손실이 발생한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당기순이익은 4069억25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인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0.8%, 영업이익은 74.0%가 늘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문제는 미수금도 늘었다는 점이다.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7868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14조1997억원으로 3개월 만에 4129억원이 늘어났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대금 중 판매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다. 외상 개념이지만 돌려받지 못하는 돈으로 손실로 기록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 규모는 13조549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4%가 늘었다.
또 1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39조869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2% 증가했다. 차입금이 늘어난 이유는 운전자금 등 자금 소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부채 규모는 4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가스공사는 이자로 1조6800억원을 부담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부채 규모는 46조9000억원으로 이자만 4100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가스 전기요금 동반 인상 불가피
이에 한전과 가스공사는 정부를 향해 요금 인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노력만으로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호소했다.
며칠 뒤인 22에는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요금 인상없이 이 상태를 이어갈 경우 올 연말 미수금은 1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 경고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연일 요금 인상에 목소리를 내면서 하반기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동시에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동시에 인상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인상폭까지 높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하반기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인상 시점의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7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세종시의 한 음식점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가스 요금의 경우 홀수 달마다 요금을 조정하고 있어 빠르면 7월에 인상될 가능성이 나온다. 전기 요금의 경우 상당 부분을 현실화했기 때문에 요금 인상 시기가 가스요금 보다는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