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SK그룹 경영권까지 흔드는 세기의 이혼
【투데이이슈】 SK그룹 경영권까지 흔드는 세기의 이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5.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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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사상 최고액의 재산분할금을 판결했다. 1심에서 제외됐던 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이 재산분할금에 포함되면서 재산분할금은 1조3808억원이 됐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분 일부 매각 등이 불가피하다. 이에 SK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항소심 재판부 재산분할 위자료 규모 늘려

지난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앞서 1심 재판부가 판단한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보다 늘어난 규모다. 재산분할금이 늘어난 이유는 SK 상장과 주식의 형성, 가치 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가치 증가에 대해서 피고(노소영)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된다"면서 "피고는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원고의 모친 사망 이후에 대체재, 보완재 역할을 했고 SK 주식은 두 사람의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지난 1991년경 노태우로부터 상당 자금이 유입되면서 SK 상장과 주식 형성, 가치 증가 과정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최종현(SK 선대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가)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가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관련해 재산으로도 관여를 하고 정치적으로도 관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혼소송은 민사 소송이라 정확한 사실 확인없이 정황상의 증거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이 부분이 1심 재판부와 달라지면서 사상 최고 규모의 재산분할금이 판결됐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최 회장은 김희영과 공개 활동하면서 배우자 지위에 있는 것처럼 장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면서 혼인의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았고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김희영과 티앤씨재단을 설립하는 등 피고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여러차례 최 회장을 질타했다. 유책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강조한 재판부는 2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위자료를 판결했다. 이때까지 이혼 위자료 최고액은 2억원에 불과하다. 

항소심 판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금으로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 관장 “훌륭한 판결” vs 최 회장 “유감”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노 관장 측 변호인은 “거짓말이 난무했던 사건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주신 훌륭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 관장 측은 1심 보다 재산분할금이나 위자료 규모가 늘어난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추후 판결문을 자세히 검토한 뒤 쟁점 내용에 대해 대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노 관장 측 변호인은 최 회장의 주식회사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맞다는 항소심 판단에 대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 확대, 유지됐다는 상대방 주장에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부부 공동재산으로 형성돼서 30년 동안 확대됐으니 나누는 것이 맞다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노태우의 비자금 300억원 유입설과 관련해서는 “오늘 판결로는 비자금이라고까지 인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해 성실히 증명했으나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며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라 지적했다.

또 최 회장 측 변호인은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공개한 것은 비공개 가사 재판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자금 유입 등과 관련해서도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면서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고 SK는 사돈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고 반박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SK 경영권까지 흔들...향후 판결 주목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SK그룹의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두 사람의 개인 문제에서 그룹 전체 문제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SK그룹은 지주사인 SK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스퀘어, SK E&S, SKC, SK네트웍스,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의 주식 17.73%를 보유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가지고 있는 SK 주식은 현재 주가로 따지면 약 2조원 규모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금을 주식으로 가져가겠다고 할 경우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까지도 확대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노 관장이 과거 SK 경영에 직접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지배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판시했다.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주식 일부 매각은 불가피하다. 최 회장으로써는 SK 지분을 줄이지 않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의 SK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방안으로 거론되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은 29.4%다. 비상장주식이기는 하나 지분 가치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돼 재산분할금의 일부를 마련하기는 충분하다.

한편,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상고를 예고했다. 이날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상 초유의 재살분할금 판결로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이 가정사에서 그룹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향후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질지 관심이 쏠린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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