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침묵의 죽음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침묵의 죽음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4.06.28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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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A Quiet Place: Day One>은 전편 1, 2편의 애보트가족이 소리 없는 사투를 벌이는 471일 차를 기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재앙이 시작된 날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그날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콰이어트 플레이: 첫째 날' 스틸컷, (왼쪽)에릭 역의 조셉 퀸, 사미라 역의 루피타 뇽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콰이어트 플레이: 첫째 날' 스틸컷, (왼쪽)에릭 역의 조셉 퀸, 사미라 역의 루피타 뇽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평균 소음 90 데시벨의 소음 지옥 뉴욕 맨해튼.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활하는 시인 사미라((루피타 뇽오)는 마지못해 병동 환우들과 함께 단체 공연 관람에 나선다. 그러나 공연 관람은 뒷전이고 간호사가 약속한 할렘가의 피자가게 방문이 목적이다. 지루한 공연 중간에 잠시 빠져나온 그녀는 거리의 이상한 분위기를 목격한다. 하늘에선 알 수 없는 섬광이 무수히 떨어지고 그와 함께 정체불명 괴생명체가 나타나 사람을 공격한다. 거리는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속수무책.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하는 괴생명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무방비 상태로 도시에 고립된 생존자들. ‘침묵과 혼돈 속에서 불안한 밤은 깊어 간다.

거리에서 만난 에릭(조셉 퀸)과 고양이 프로도와 함께 집에 도착한 사미라는 극심한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이를 지켜보던 에릭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녀에게 진통제를 구해다 준다. 시한부 삶을 이어가는 사미라는 딱 하나 소원이 있다. 아버지가 공연했던 곳을 다시 가 보고,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피자를 먹는 것. 구사일생 어렵게 도착한 피자가게는 이미 괴생명체로부터 파괴됐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부친을 추억하며 이 땅에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미라. 자신이 입고 있는 부친의 유품인 노란 가디간 스웨터와 에릭의 재킷을 바꿔 입고, 위안이 되어주던 고양이 프로도를 에릭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지옥 같은 뉴욕에서 탈출하는 배에 탈 수 있도록 에릭을 돕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왼쪽)루피타 뇽오, 자이먼 운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왼쪽)루피타 뇽오, 자이먼 운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한적한 시골 농장에 은신하는 한 가족과 미국 소도시 공장 지대를 중심으로 전개된 전편과 달리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붐비는 최대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괴생명체로부터 은신처가 되어주는 외진 장소가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 공격이 도사리는 도시를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하여,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시를 선택함으로써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더 넓은 세계관과 더 큰 스케일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무너져 내리는 브루클린 대교부터 고층 빌딩을 타고 내려오는 괴생명체 무리까지 대도시로 확장된 배경과 압도적인 재난 상황은 한층 거대해진 스케일을 보여 준다. 안전지대라고는 찾을 수 없는 대도시에서 괴생명체를 피해 지하철역부터 할렘까지 숨죽인 사투를 펼치는 사미라와 에릭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조용조용한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트랙의 웅장함은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배가시킨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왼쪽)조셉 퀸, 루피타 뇽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왼쪽)조셉 퀸, 루피타 뇽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피그>의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자이자 이번 영화의 제작을 맡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프리퀄에서 긴장감, 스펙터클, 캐릭터의 균형을 맞춰 줄 감독을 찾던 중, 마이클 사노스키의 데뷔작 <피그>를 보고 바로 그에게 맡겼다고 한다.

영화는 외면적으론 거대한 재난 영화의 갑옷을 입고 있지만, 영화의 속살은 죽음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인간의 연약한 내면의 서사를 담고 있다. 익명의 다수에 죽음과 대비시킨 사미라의 죽음은, 죽음 앞에 누구나 혼자라는 명제를 확인시켜 준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사랑과 평화라는 감독의 세계관이 침묵처럼 흐르는 영화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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