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정부가 지난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고용노동부 소관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등 8건 개정안을 재추진한다. 여기에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명 시럽급여라는 논란으로 뜨거웠던 실업급여가 다시 도마에 올르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고용부, 고용노동법 개정 재추진
16일 고용노동부는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법 등 고용노동부 소관 8건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실업급여다. 정부는 고용노동법 개정을 통해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지급받은 반복 수급자에 대해 반복수급 횟수별로 급여액을 최대 50% 감액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즉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지급받는 이들에 대해 수급 3회차에는 10%, 4회차 25%, 5회차 40%, 6회차 50% 등 최대 50%까지 수급액을 감액하게 된다. 또 수급 대기 기간을 최대 4주로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 7일인 수급 대기기간이 4배 이상 길어지는 셈이다.
다만 저임금 근로자와 일용근로자 등 노동시장 약자는 반복수급 횟수에 포함하지 않도록 보완방안도 마련됐다. 반복수급 횟수는 법 시행 이후 수급하는 경우부터 산정해 수급자의 예측 가능성은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으로 단기 근속자가 현저히 많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보험료(사업주 부담)를 추가 부과(40% 이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될 예정이다. 근로자의 단기 이직사유가 사업주 귀책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기 근속자 비율 등 산정 시 제외하고 추가 보험료는 향후 3년간의 실적을 토대로 부과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1대 국회서 임기 만료로 폐기
그 외에 청년들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 공인노무사 시험에 미성년자도 미리 응시할 수 있도록 공인노무사법이 개정되고 성년후견제도 활성화 및 피후견인의 기본권 보장 강화를 위해 고용보험법, 평생직업능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3개 법률에 따른 자격의 취득 또는 위원회 위원 임명 등의 결격사유에서 피한정후견인이 삭제된다.
정부는 불합리한 행정조사를 정비하기 위해 공인노무사법을 개정해 공인노무사 사무소 조사 일시, 내용 등을 사전에 통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개정해 사회적기업의 사업보고서 제출 주기를 연 2회에서 1회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의 고용노동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구직급여 반복수급 개선을 위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노사가 공동으로 기여한 보험재정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쓰여야 한다는 국회 요구와 현장 목소리 등을 반영해 여·야 및 정부 공통으로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핵심 고용안전망인 구직급여 제도가 본연의 재취업 지원 기능에 충실하면서 보험가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노동약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합리적 논의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여 재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실업급여 수혜자 지속 증가에 비상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의 고용노동법을 개정하게 된 배경은 실업급여 수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근로자에게 이직일 이전 18개월(초단시간근로자는 24개월) 중 180일 이상 근무하고 실업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재취업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지급되는 정책지원금이다.
지급액은 실직한 근로자가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직전 평균 임금의 60% 수준의 급여로 지급 기간은 4~9개월간 지급된다. 비자발적 이직사유가 아닌 자발적 이직사유일 경우에도 질병이나 출퇴근 시간이 3시간 이상 소요된다면 실업급여 지급 대상이 된다. 실업급여는 일용근로자와 예술인, 노무제공자 등에도 조건에 따라 폭넓게 지급된다.
하지만 지난 2018년 6조6884억원 규모였던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해 11조792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실업급여 요건을 채운 뒤 퇴사를 하는 반복수급자가 2021년 10만명을 넘어서고 지난해에는 11만명을 돌파하면서 실업급여 대신 시럽급여라는 논란까지 벌어졌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동일사업장 실업급여 반복수급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일 사업장에서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만732명으로 이는 전년 1만7278명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5년 전인 2019년(9396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 반복수급이 실업급여의 재정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노동계 반발...재추진에 따른 갈등 예상
하지만 노동계는 실업급여를 최대 50%까지 삭감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정수급에 따른 재정 악화를 언급하며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더 적게 지급하는 방향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고용불안에 노출된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가 손쉬운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법적으로 고용주가 명확치 않은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자들의 이직과 그에 따른 실업급여 수급이 잦아지는 까닭은 불안한 고용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불안의 원인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확산과 이를 방기하거나 조장하는 정부의 반노동적 노동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나고 반복된 수급이 발생하는 원인과 책임은 고용을 불안정하게 하는 기업들과 이를 조장한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재정악화를 운운하며 취약계층 노동자의 실업급여마저 뺏어가겠다고 하지만 재정위기의 진짜 원인은 재벌 감세와 기업 감세로 줄어든 세수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노총 청년노동자들은 실업급여 삭감 법안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시럽급여’라는 표현을 들어, 일부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실업급여 하한액 삭감 등을 추진하고 청년층을 비하하는 표현을 공개적인 석상에서 사용하거나 취약계층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을 꺼내든 것은 사회보험의 기능을 해하는 법안의 입법”이라며 강력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