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SK그룹 리밸런싱 속도
【기업이슈】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SK그룹 리밸런싱 속도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7.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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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 이사회에서 양사 합병안 통과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SK그룹의 최고협의기구) 의장을 맡은 이후 SK그룹 계열사 전반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계열사 전체 점검을 마치고 하반기부터는 합병과 비주력 사업 매각 등 리밸런싱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통과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관건이었던 합병비율은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합병비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합병 신주 발행을 통해 SK E&S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석유화학과 윤활유, 석유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지난 1999년 분할된 SK E&S는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해 현재는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로 올라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은 오는 8월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마지막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날 무리없이 승인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합병 법인은 연 매출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자산 규모는 10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합병 이후에도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합병안이 통과된 후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 E&S와의 합병에 대해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기반을 만들고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과 같은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전략으로 오는 2030년에는 상각전 영업이익 20조원 규모의 종합에너지 회사로 도약한다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서울 종로구 SK본사.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SK본사. (사진/뉴시스)

SK그룹, 계열사 전반 리밸런싱 예고

이번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의 합병은 SK그룹이 예고한 리밸런싱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SK그룹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협의기구로 의장을 중심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그룹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컨드롤타워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로 통한다. 

새롭게 의장이 된 최창원 부회장은 최종건 SK그룹(구 선경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그간 SK케미칼과 SK글로벌, 워커힐,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에서 기획과 재무 업무를 주로 담당했고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과 SK건설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그룹의 케미칼과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등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 오너 일가인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되면서 SK그룹이 책임경영을 앞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SK이노베이션 대표였던 김창근 전 의장과 SK바이오팜 대표이사였던 조대식 의장에 이어 오너 일가인 최창원 부회장이 직접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게 되면서 지금의 SK그룹의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SK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조직 효율화에 나섰다. 신규 선임 임원 수 역시 그룹 경영전략인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강화를 위해 대폭 축소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SK그룹 계열사 전반의 사업구조 개편 준비를 거쳐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리밸런싱을 예고한 바 있다.

SK그룹은 종합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친환경 신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SK에코플랜트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그룹은 종합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친환경 신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SK에코플랜트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반기에도 합병, 매각 등 리밸런싱

이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시작으로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그룹은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와 신규투자로 그룹 몸집을 키워왔다. 이에 올해까지 3년 연속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이 됐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만 보더라도 198개 계열사에서 33개가 증가하고 12개가 감소해 올해 총 219개의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규모 투자 이후 현금 창출 확대가 줄어들었다. 또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신규 투자하는 투자 구조까지 흔들리면서 SK그룹 전반의 재무 건정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SK그룹은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정성와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간 교통정리를 단행해 그룹 몸집을 줄이고 반대로 힘은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에서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내실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트랜지션 시대를 맞아 미래를 준비하는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SK그룹은 종합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친환경 신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SK에코플랜트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계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을 시작으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0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있는 SK온은 원유 수입·석유 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과 합병이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가공·유통회사인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합병을 통해 적자 해소에 나설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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