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 같은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는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어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카카오 2인자로 불리는 배재현 대표에 이어 김범수 위원장까지 구속된다면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김범수 위원장 22일 구속 여부 판가름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11월 15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20시간30분에 걸쳐 밤색 조사를 펼쳤고 이후 검찰은 지난 17일에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카카오 변호인단은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인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이를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도 시세조종 혐의가 불거진 이후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이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를 구속한 바 있다. 배재현 대표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을 직접 지시·승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어 구속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구속 여부의 핵심은 관여 여부
김 위원장의 구속은 시세조종의 관여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은 배재현 대표를 구속하면서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일과 17일, 27일, 28일 등 나흘에 걸쳐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내 매집한 것으로 봤다. 카카오는 약 2400억원을 동원해 총 553회에 걸쳐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 불이행 혐의도 받고 있다.
즉, 당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 뛰어든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으로 12만원을 제시하자 카카오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이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한 셈이다. 카카오의 주가 시세조종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한 달 만에 9만원대에서 약 15만원까지 올라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을 공모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혐의를 지난해 2월 28일 하루로 한정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하는데 공모했다고 적시하면서 2월 28일에 김 위원장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1300억원 상당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하는 것에 관여했다고 봤다. 나머지 3일간은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 1100억원이 동원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매수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입도 승인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직접 승인을 하지 않아도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 이를 묵인한 것만으로도 공모로 인정돼 처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사법리스크 최고조
이날 김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구속된 배재현 대표의 경우 지금은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이미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의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까지 구속된다면 카카오의 경영과 쇄신이 동시에 흔들리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까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또 본인과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 등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총수의 5% 이상이 되면 그날부터 5일 이내에 보유상황, 보유 목적, 보유 주식 등에 관한 주요계약 내용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 의무를 어긴 것이 확인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 법인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도 위기를 맞았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한 대주주인데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7%를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검찰은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과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어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