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미국 법원이 구글을 독점기업으로 판결했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이자 검색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이번 판결은 미국 법무부와 빅테크 기업들에서 진행 중인 여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IT산업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우리나라 검색엔진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까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독점기업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구글이 독점기업이며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셔먼법 2조를 통해 독점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판결이 빅테크 분야의 독과점 혐의를 다룬 소송 중 중요한 결정이라며 애플과 아마존, 메타를 상대로 한 다른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0년 미국 법무부와 38개 주의 공동 소송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이라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총 100억 달러(한화 13조3000억원)을 지출하고 있고 이같은 독점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구글이 독점 해소를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사업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들어가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서 구글의 독점에 대한 증언을 나서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해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현재의 인터넷은 오픈웹이 아닌 구글웹일 뿐"이라는 발언을 했다. 당시 구글의 점유율은 84%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인터넷이 구글 제국이라고 비꼬면서 무려 3시간 30분간에 걸쳐 구글 독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에 선다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CEO는 “일찍부터 이용자가 웹을 사용하는 데 있어 브라우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1~2년에 한번 업데이트를 할 때 크롬은 6주마다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는 등 노력을 했다”며 구글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를 구구절절 설명했음에도 결국 법원은 구글을 독점기업으로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지난 2021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제공한 총 금액이 260억 달러(약 36조 원) 이상이며, 2022년에는 애플에 20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적시됐고 이같은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으로 구글이 광고 시장까지 장악했다며 이를 소비자 피해로 연결됐다고 봤다. 즉, 검색 시장을 독점해 온라인 광고 가격을 인상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구글 반발, 즉각 항소
이번 판결에 대해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미국 국민의 역사적인 승리”라고까지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규모가 크거나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회사는 없다”면서 독점금지업에 대한 강력한 집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구글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수위 등은 오는 9월 청문회 등을 거쳐 연방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전망이다.
이에 구글은 반발하며 즉각 항소를 예고했다.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 법무부는 구글에 대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전반적인 개혁을 요구했었다. 업계에서는 구글에 대한 독점규제조치로 기본 검색엔진 설정비용 지불 금지, 기본 검색엔진 제공 금지, 일부 사업 매각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아이폰 등에서 구글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설정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구글과 애플의 거래액은 연 20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구글이 애플 브라우저 사파리로 버는 검색 광고 수입의 36%나 차지한다. 독점기업으로 판결이 날 경우 구글과 애플의 거래가 중단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애플의 이익이 4∼6%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악의 경우 기업 분할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구글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업 분할 명령까지 내려질 가능성을 염두하고 소송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기업 분할 판결까지 나올 경우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미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또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AI 산업 전반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규제 바람 어디까지
특히 이번 판결은 구글과 같이 셔먼법 위반 소송을 진행 중인 애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미국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서도 셔먼법 2조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경우 스마트폰의 독점이 문제가 됐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 점유율은 매분기 50~60%에 육박한다.
미 법무부는 애플 아이폰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iOS와 아이메시지, 애플워치, 애플페이 등 서비스 전반에 걸쳐 타사 서비스와의 연동을 제한해 공정한 경쟁을 막고 소비자들에게 독점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애플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차별화 원칙으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기술을 개발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판결을 보면 애플 역시 독점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번 판결로 애플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등 거대 빅테크 기업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빅테크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도 이번 판결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의 권력에 잠재적인 제한이 생길 것으로 풀이하는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들이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여러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과 독점 사이에서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독점기업으로 최종 판결이 날 경우 이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중요한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