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3차례 연속 연 3.5%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7월에 이어 19개월째 동결로 역사상 최장기 동결로 기록됐다.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2.4%로 0.1%p 소폭 하향했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도 2.6%에서 2.5%로 낮췄다.
13연속 동결...19개월째 연 3.5%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본회의에서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작년 2·4·5·7·8·10·11월과 올해 1·2·4·5·7월에 이어 13회 연속 기준 금리를 동결해 역대 최장기간 동결을 기록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한은은 현재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으며, 인플레이션은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미국 경기둔화 우려, 엔캐리 자금 청산 등으로 위험회피심리가 크게 강화되었다가 되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 달러화 지수와 장기 국채금리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강화 등으로 하락했다. 한은은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 및 주요국 정치 상황의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 0.1%p 소폭 하향
한은은 국내 경제는 수출 호조가 이어졌지만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면서 부문간 차별화는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도 점차 회복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은은 올해 성장률에 대해 1/4분기중 큰 폭 성장에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점을 반영해 지난 5월 전망치(2.5%)보다 소폭 낮은 2.4%로 전망했다. 내년은 지난 전망치 2.1%를 유지했다. 향후 성장경로는 소비 회복세, IT경기 확장 속도, 주요국의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6%로 높아졌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2% 수준을 유지했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한은은 앞으로도 국내 물가상승률은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대 초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금년 연간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하는 2.5%로, 내년은 지난 전망에 부합하는 2.1%로 내다봤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금년 및 내년 모두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2.2% 및 2.0%로 전망됐다.
이창용,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한 결정은 금융통화(금통)위원 전원 일치"라고 밝혔다. 다만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7월 11일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정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피면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