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미국 제조업의 경기 위축으로 촉발된 R의 공포로 증시가 주저앉았다. 특히,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계속 미루면서 피벗 시점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R의 공포를 키우는 모양새다. R의 공포가 확대되는 가운데 곧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R의 공포와 함께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발 R의 공포가 뭐길래
R의 공포는 경기침체를 뜻하는 Recession의 약자로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두려움을 뜻한다. 경기 침체는 물가는 하락하고 임금은 줄어들고 생산은 감소하는 반면 실업이 늘어나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인 경제 상태를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중동 사태, 고금리 등의 상황으로 힘든 경제 상황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지난해 11월(46.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PMI는 미국 기업들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경기 상황과 전망을 묻는 조사다. 보통 PMI는 50을 기준으로 50이 넘을 경우 경기 확장의 기대를 나타내고 50 미만일 경우 경기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PMI는 47.9로 전달 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시장전망치인 48을 밑돌았다. 여기에 건설 투자도 전달 대비 0.3%가 줄어들며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제조업 PMI가 50 미만을 나타내는 것은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어 제조업 경기 위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조업은 2차 산업으로 농업 등 1차 산업과 나머지 3차 산업 사이에서 산업 전반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다. 제조업이 침체될 경우 고용이 줄어들고 생산이 감소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게 되는 원인이 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면 즉각 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연결고리는 결국에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물론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구매와 설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약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이 향후 정권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하반기 내내 이런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경기 침체에 대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R의 공포에 흔들리는 증시
R의 공포는 당장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30p(0.21%) 내린 2575.5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상승 출발로 장중 2615.80까지 올랐지만 하락 전환해 결국 2500선으로 내려왔다. 오후 4시 기준으로 개인이 4625억원, 기관이 1230억원 순매수, 외국인이 5866억원 순매도였다.
이날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6.47p(0.88%) 내린 725.28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상승 출발했지만 결국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에서 개인과 기관이 동시에 순매수를 보인 것과 달리 코스닥에서는 외국인 198억원 순매도와 함께 기관도 240억원 순매도로 매물을 출회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뉴욕 증시도 흔들렸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9.22p(0.54%) 하락한 4만755.7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66p(0.30%) 하락한 5503.41,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3.37p(0.25%) 상승한 1만7127.66에 장을 끝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장중 1.24%까지 오름폭을 확대하다 장중 하락 전환하더니 이내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장 중 1.11%까지 떨어지다 0.5%까지 낙폭을 줄인 채 마감했다. 코인 시장도 혼조세다. 비트코인은 7600만원까지 밀렸고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도 고점 대비 50%가 빠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지표가 가장 중요한 변수
이런 가운데 미국이 6일 저녁 발표 예정인 비농업 고용 지표는 R의 공포를 잠재울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비농업고용지수는 농축산업을 제외한 전월 고용인구수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은 경제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수치가 예상치보다 높은 경우 미달러화 가치 및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뜻이고 낮은 경우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특히 고용 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 폭과 시기, 속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금리 결정 과정에서 고용 지표를 중요시 해 왔다. 최근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이번에 발표되는 8월 고용 지표는 오는 17일과 18일로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외신들은 일제히 8월 고용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은 중앙값 기준 약 16만5000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도 비농업 고용 증가는 약 16만명으로 전망됐다. 실업률 4.2%로 예상됐다. 다우존스는 비농업 고용 약 16만1000명 증가를 전망했고 실업률 4.2%로 예상했다.
고용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금리 인하 폭이 0.5%p 이상의 빅컷(금리 대폭 인하) 이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고용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활발할 경우 금리 인하 폭은 0.25%p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연준은 고용 지표 발표 이튿날부터 FOMC 회의를 앞두고 정책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