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라 내가 만만하니?
지하철이라 내가 만만하니?
  • 김민선
  • 승인 2012.05.10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적 편의를 제공하니 범죄의 장소가 된 지하철

인터넷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지하철역사에서 음악을 틀어주고, 경복궁역에는 현재 한국전통서예대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메트로미술관이 있다. 지하철 곳곳에는 예술무대가 마련되어 세계 각국의 음악과 악기의 연주가 이루어지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노래자랑도 열린다.

이런 문화적 볼거리들은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흔한 광경일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문화메트로 구현을 목표로 시민들이 생활속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민들 또한 이런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며 누리고 있다.

이렇게 자유롭고 친근한 지하철의 이미지를 시민들은 너무 편하게만 생각했을까,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이곳은 담배를 피고, 욕을하고, 술을 마시는 "00녀"의 사건을 만들어낸 범죄장소로도 연일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지하철의 1차적 정의는 대중의 '교통수단'이다. 좁은 도로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다니는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지하로 다니는 자동차를 만든것이다.

지하철은 교통해소라는 본래목적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문화의 옷을 입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사람들의 칼받이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인생포기와 스트레스의 감정을 이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말처럼 교통수단과 문화전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더니, '자살장소'와 '성추행장소'라는 불명예 타이틀이 달리는 참으로 무고한 지하철의 입장이다.

최고의 디자인은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지하철이 본래의 기능인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만 했더라면 이 같은 오명은 쓰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를 단체로 기억상실 해버린 듯, 지하철에서 자기집 안방같은 안락함을 느끼고 있다. 공공교통수단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기쁨을 누리는 장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예의를 차리고 긴장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하나라도 팔아 살아보겠다는 보따리 잡상인들만 단속하지 말고, 시민들의 기본적인 예절도 관리해야 할 때다. 국가적으로도 지하철에 관련된 공공법규를 엄격하게 확대제정하여 지하철의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을 옮겨주는 기능에 충실한 지하철이 교통수단의 이상적인 디자인이 될 것이다.


김민선 happy674@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