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 인조인간 현실화 생각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뇌에 마이크로칩 이식해 기억 저장 한다.

2015-01-16     김명수, 윤보현
[한국뉴스투데이 김명수, 윤보현 기자] 지난해 초, 영국의 한 방송국은 ‘인조인간 만들기’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최첨단 생체공학 기술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현재 가능한 최신 생의학 기술을 총동원하여 손, 팔, 다리, 골반 등을 포함해 눈과 귀, 일부 장기와 조직까지 인공으로 만들어진 ‘렉스’라는 인조인간을 선보인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사실 인조인간의 현실화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미 사용자가 다루기에 훨씬 쉽고 착용이 편리한 최첨단 의수나 의족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다가 인공와우로 대표되는 인공귀는 세계적으로 청력장애자 20만 명에게 청력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일부 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망막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이러한 시도는 두뇌에까지도 범위를 넓히고 있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이 두뇌의 전기신호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거나 스크린의 영상을 조종하도록 하는 연구는 물론, 최근에는 두뇌 이식을 통해 손상된 두뇌 기능을 대체하거나 치료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특히, 미국의 과학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가 2013년의 10가지 혁신기술 중 하나로 꼽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생의학과 시어도어 버거 교수팀의 성과는 가히 획기적이다.

웨이크 포레스트대학 생리학과 로버트 햄슨 교수팀과 함께 질병이나 사고로 기억을 잃은 이들이 두뇌 이식을 받아 기억을 회복하도록 돕는 이 연구는 앞으로 치매나 뇌졸중 등 두뇌 관련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할 것으로 보인다.

버거 교수팀의 연구는 한마디로 단기 기억은 가능하지만 장기 기억 능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두뇌를 이식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되돌려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두뇌의 신경 관련 질병이나 퇴행성 또는 사고로 인한 두뇌의 손상은 일상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버거 교수는 특히 손상이 잦은 부위로 대뇌의 ‘해마’라는 곳을 주목했다. 측두엽 안쪽에 있는 해마는 20초 정도 유지되는 단기 기억을 받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므로 새로운 사실을 기억하고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부위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나 뇌졸중 또는 심각한 뇌 부상 등으로 해마가 손상된 이들은 장기 기억을 형성할 수 없어 새로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억할 수 없게 된다.

버거 교수는 손상된 해마의 기능을 실리콘 마이크로칩으로 대체함으로써 새 정보를 기억하게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마이크로칩을 두뇌 표면에 이식하고 입출력 전극을 통해 두뇌의 특정 부위에 연결하면 입력되는 단기 기억을 해마 대신 마이크로칩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해 출력·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해마에서 장기 기억을 만들어 저장하고 추출하는 과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마이크로칩에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억을 도대체 어떻게 입력하고 출력한다는 것일까? 언뜻 들으면 불가능한 계획인 듯싶지만, 기억이 실상은 두뇌의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하면 한편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뇌에는 뉴런이 평균적으로 약 100억 개 존재하며 시냅스를 통해 뉴런에서 뉴런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이러한 뉴런의 네트워크가 서로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동작하면서 말하고,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능이 가능하게 된다.

버거 교수는 기억이란 일정 뉴런이 어느 정도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일련의 전기 펄스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기억을 이루는 전기 펄스의 패턴은 시차와 장소에 따른 시공간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입력과 출력 패턴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진은 쥐의 해마 부위를 아주 얇게 층층이 잘라 가능한 한 모든 장소에 전극을 연결하고 다양한 모든 조합의 입력 패턴과 출력 패턴을 면밀히 기록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력 패턴과 출력 패턴의 상관관계를 대변하는 수학적 모델, 즉 기억 전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차후 두뇌에 이식될 마이크로칩은 이 프로그램으로 단기 기억의 입력 패턴을 처리해서 장기 기억이라는 출력 패턴을 만들어내게 된다. 즉, 이 마이크로칩이 두뇌의 해마 대신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
인간에 대한 연구도 진행

마이크로칩의 개발에는 아직도 숙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연구진은 이미 동물 시험으로 해마를 거치지 않고도 외부에서 장기 기억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상태다.

우선 살아 있는 쥐를 대상으로, 해마 내부의 두 지역에 전극을 부착하고 쥐가 레버 두 개 중 한쪽을 누를 때마다 물을 주도록 훈련하면서 이 두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기록하였다.

그 다음, 쥐에게 약물을 주입해 해마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쥐가 더는 학습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이미 기록한 신호의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외부의 컴퓨터로부터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기억을 형성할 때 신호를 추정해서 한쪽 전극으로 전달했다. 그러자 쥐는 다시 학습능력을 회복했다. 해마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장기 기억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험을 진행하였다. 이 시험에서도 약물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 원숭이는 전극을 통해 올바른 코드가 주입되자 학습능력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결과에 고무된 연구진은 앞으로 1~2년 안에는 실제로 마이크로칩을 동물에 이식해서 시험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인간에 대한 연구도 곧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8만 명이 넘는 간질병 환자와 파킨슨씨병 환자가 발작이나 경련을 방지하려고 두뇌에 전극이 이식된 상태이므로, 이들의 첫 시험 대상은 접근하기 쉬운 이 환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동물시험에서 기록된 신호의 데이터에 기반을 둔 기억 전환 프로그램이 인간에게 얼마나, 어떻게 적용될지 확인하게 된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기억을 형성하는 인간의 경우에는 기억력 회복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의 치유도 넘보고 있다. 그러나 두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알츠하이머의 특성상 현재로서는 질병 초기 단계에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 해도 버거 교수는 마이크로칩의 두뇌이식과 약품 주입을 병행하면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면서 동시에 주변 세포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두뇌 이식기술 개발될까?

버거 교수팀의 연구는 기억 회복에 초점을 두었지만 앞으로 두뇌 손상에 따른 다른 질병에도 비슷한 연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뇌 연구는 2013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의 ‘두뇌연구프로젝트’를 발표함에 따라 미국 국방부 고등기술연구원, 미국국립보건원, 미국국립과학재단 등이 주도하고 있어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SUBNETS’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앞으로 5년간 차세대 두뇌이식 연구에 7,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파병 후 정신적·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인들을 돕기 위한 것으로, 외상후트라우마, 경계성 성격장애, 중독, 만성두통, 더 나아가 우울증까지도 연구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5년 안에 FDA 허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로 기존의 두뇌 이식용 전극을 개선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두뇌이식기술을 개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앞으로는 그동안 심리적 질환으로 구분되던 질병들까지도 두뇌 이식을 통해 더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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