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김기춘, 법 앞에 무릎꿇다

2017-01-23     이주현 기자

[한국뉴스투데이] ‘법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으며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온 박근혜 정권의 실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기획과 작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지난 2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특검은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추궁하기 위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소환하며 박 대통령을 향한 칼날을 세웠다.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유신헌법의 구체적인 안을 만들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어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며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이후 김 전 실장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대검찰청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다 1992년 14대 대선 당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모의를 벌이며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되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했고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 무죄로 풀려났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잠시 주춤하던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며 왕실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떠올랐다.

화려한 복귀로 기세를 떨치던 김 전 실장은 2015년 자살한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일명 ‘성완종 리스트’에 “2007년 김 전 실장이 법률자문위원장인 당시 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적혀 관심을 모았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김 전 실장에 대한 소환조차 없이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처럼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실세 중 실세로 권력을 휘두른 김 전 실장이지만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을 통해 드러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여든을 앞두고 법 앞에 덜미를 붙잡혔다.

한편 23일 ‘블랙리스트’ 관련 참고인으로 특검에 출석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지시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면서 김 전 실장이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