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일가 혈연기업 인베니아, 정작 주주들은 속타

오너 지분율에 따른 배당금 책정의혹, 주주 입장 받아들이나

2019-02-23     이근탁 기자
구동범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업무협약을 맺고 재벌 총수들의 부당 내부거래 감시를 한층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대기업의 내부거래 현황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LG그룹의 (방계)친족 기업 인베니아내부거래 논란이 화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베니아 (소액) 주주연대는 사측에 주주가치 제고(배당금 확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공기관(공정위)에 인베니아 내부거래 관련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 입장에서 자칫 보유한 주식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LG일가 혈연기업 '인베니아'

인베니아는 LIG그룹의 초대회장 구철회의 손자인 구동범 사장, 구동진 부사장이 운영하는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이다. 2001년 설립돼 2017년 기준 매출액 1800억 원이 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구동범 사장, 구동진 부사장과 혈연으로 맺어진 LG그룹과의 내부거래가 인베니아 성장 비결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 인베니아는 지난 2011년 총 매출액 가운데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LG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비율이 94%에 이르렀다. 해마다 수치는 감소해 2017년 내부거래 비율은 44%로 낮아졌다. 하지만 인베니아의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이 44%인 것을 감안하면 내부거래를 통한 총매출액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추측이다.

LG그룹 초대회장 구인회회장을 중심으로 LG그룹과 인베니아의 관계를 살펴보면 구광모회장(LG그룹 회장)은 구인회의 증손자, 구동범 사장(인베니아)은 구인회 초대회장의 동생 구철회의 손자로 7촌 뻘 혈연으로 이어져 있다.

현행법상 친척간의 내부거래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도·윤리경영을 앞세운 ‘LG일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인베니아 지분과 배당성향

앞서 언급한 내용만 본다면 인베니아 주주 입장에서 LG그룹과의 내부거래는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주연대가 주주가치 제고목적으로 내부거래를 볼모로 잡은 것은 인베니아의 지분현황과 배당성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17년 공시기준 인베니아 지분 가운데 구동범과 구동진 부사장이 각각 8.5%, 구자준(구동범 형제의 아버지) 6.07%, 구동범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의 자녀가 각각 0.59%로 총 24.24% 주식을 구 씨 일가가 보유했다. 당시 인베니아의 배당성향은 7%로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률 17.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인베니아 오너 형제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2곳은 최대 250%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구동범 형제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디디고2017년 영업이익 1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76% 상승했으며 모회사인 인베니아와 내부거래 비중 72%에 달했다. 당시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31%로 인베니아 보다 24% 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 다른 계열사 인베니아 브이는 구동진 부사장과 구연지(구동범 사장의 자녀)씨가 각각 39%의 지분을 가진 곳으로 영업이익 4억 원(전년대비 81% 증가)을 기록했다. 이곳 역시 인베니아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것으로 당시 내부거래 비중 92.3%에 달했다.

당시 '인베니아 브이'의 배당성향은 250%로 오너의 지분율에 따라 배당성향이 결정된다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인베니아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배당가능 이익 한도가 나오지 않아 주주 친화 정책을 펼 여력이 없었다. 상장사 인베니아 경영은 계열사와 무관하며, 회사를 믿고 투자해주시는 주주 분들의 목소리인 만큼 귀 기울여 잘 설명드리고 이해시켜드리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배당성향 책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

인베니아 LG그룹 인수 가능성

논란이 계속될 경우 LG그룹이 인베니아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그룹 입장에서 현재 구광모 회장이 세금 탈루에 관한 일부 혐의에 대해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내부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인베니아 주주연대의 행보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2015LG그룹이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혈족 기업을 인수한 전례가 있어 인베니아 인수에 대한 신빙성을 더한다.

지난 2012년 범한판토스(현재 판토스“) 구본호 부사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징역 2,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범한판토스에 대한 LG그룹의 부당지원이 붉어지자 2015년 범한판토스를 인수한다.

당시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LG상사는 인수 배경으로 물류사업 시너지 효과 제고를 들었다.

하지만 LG상사가 범한판토스 인수 후 지분율과 거래율 조정을 통해 내부거래 의혹을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론이다.

한편 지난 2014년 대한항공 갑질 사건으로 촉발된 스튜어드십 코드도입에 LG그룹이 타깃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인베니아논란의 또 다른 축인 LG그룹의 대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192월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LG그룹, LG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8.79%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