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 연임 불발, 정치권 요동

임기 연장 꿈꿨던 나경원,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불가’ 나경원 퇴출로 황교안 체제 급속도 재편하는 분위기 친황 체제 통해 개혁공천·보수대통합 이끌어낼 듯 패스트트랙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2019-12-04     이주현 기자
나경원

[한국뉴스투데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기 만료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나 원내대표는 연임 의지를 피력했지만,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임기 연장을 거부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강행하기로 했지만 결국 임기 연장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친황 체제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나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로 인해 패스트트랙 법안의 운명도 어찌 바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 나경원 불명예 퇴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임기 연장을 하고 싶어 했다. 지난 3일 오전 공식 석상에서 나 원내대표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자신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임기 연장을 희망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자유한국당 내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이날 강석호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고, 황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그리고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는데 만장일치로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은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재신임을 꺼내 들었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박완수 사무총장은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명예 퇴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하지 않고 물러난다”고 밝히는 아름다운 퇴장을 해야 구설수가 나오지 않는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나 원내대표가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갈등설이 또다시 불거지게 됐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퇴진하면 없던 불화설이 또 나올 것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황 대표가 모든 당직자를 교체한 데 이어 원내대표까지 교체하면서 친황 체제로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친황 체제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숙청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물론 황 대표는 “경선 후보가 나타나서”라면서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워낙 강하게 의지를 표출한 상황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아무래도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나 원내대표가 물러나게 된다면 사실상 친황 체제로 굳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내년 총선을 친황 체제로 치르겠다는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강석호, 유기준, 심재철 의원 3파전으로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중 강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 친황 체제에 대한 우려도

물론 친황 체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을 사당화하면서 황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그로 인해 현역 물갈이를 하고 확실한 개혁 공천을 이뤄낸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황 대표가 정치 초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공천 갈등을 어떤 식으로 봉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된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당을 장악하면 뭐하냐면서 친황 체제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같은 불만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을 얼마나 봉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로 인해 자유한국당은 빠른 속도로 친황 체제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황 대표는 ‘개혁공천’과 ‘보수대통합’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내년 총선을 준비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혁공천은 ‘현역 50% 이상 물갈이’를 통해 발현할 것으로 예상되며, 보수대통합은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의 통합을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 자신도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정치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친황 체제를 구축한 후 개혁공천과 보수대통합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공화당이 있으며, 이언주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등이 있다. 따라서 보수대통합을 이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된다.

황교안

◇ 또 다른 변수 패스트트랙

한편, 나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로 인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 것이 바로 패스트트랙 법안이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상태다.

사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에 결정타는 필리버스터 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생법안을 외면했다면서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떠넘겼지만,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민심은 나 원내대표를 외면했다. 이런 점을 최고위원들도 잘 알기 때문에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에 반대한 것이다.

이제 곧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되는데 세 명의 후보 모두 협상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당과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대표가 워낙 강경하게 나가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의 강경한 입장에서 선회하면서 협상론에 무게가 실린 후보들이 나타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은 또 다른 변수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