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방미, 폼페이오 국무장관 만난 까닭

국민의힘 “패배한 정권 인사 왜 만나나” 논평 외교가, 패배한 정권도 만나야 신의 쌓은 것 상원 차지한 공화당 겨냥한 방미 일정 7천만 표심 무시 못해...트럼프 미래는

2020-11-13     이주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물론 아직도 경합주 일부에서는 손으로 하는 재검표가 이뤄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점차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야권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트럼프 행정부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것을 두고 “왜 만나냐”면서 타박을 하고 있는데 외교가에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이다.<편집자주>

강경화

[한국뉴스투데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부터 4박 5일동안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어려모로 부적절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고 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데 현 정부 국무장관을 만난다면 정권을 이양 받는 측(바이든 측)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면서 부적절하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라인의 외교 감각과 판단 능력은 ‘개판’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바이든 측에서 보면 괘씸죄로 걸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적절했다는 평가도

야당이 이런 비판을 내놓았지만 외교가에서는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면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명 바이든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행정부’에서만 국한되는 내용이다. 이번 미국 선거가 ‘대선’만 치러진 선거라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미국 선거는 ‘대선’만 치른 선거가 아니다. 바로 상원과 하원 의원들도 뽑는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상원의 경우에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다. 즉, 외교 정책에 있어 행정부는 민주당이 주도를 하지만 의회는 ‘공화당’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선에서 공화당이 패배를 했다고 하지만 의회권력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에 해당하는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외교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은 앞으로의 4년에 대한 사전 포석의 성겨이 강하다.

만약 이번 대선 결과만 놓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바이든 인맥만 찾았다면 공화당은 우리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을 것이다. 그것이 의회에서 나오는 외교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을 만남으로써 공화당이 섭섭함을 갖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이런 이유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것은 적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7천만 표심 무시 못해

또 다른 이유는 7천만 표심을 무시 못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패배를 했다고 하지만 역대 최다 득표를 했다는 점은 무시를 하지 못한다. 즉, 공화당 민심을 무시하고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를 했다고 쪼르르 달려가서 바이든 인맥만 찾았다면 아마도 공화당 민심이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을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그 7천만표를 바타으로 해서 2024년 대선에 나올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는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했다고 트럼프 대통령 인맥을 모두 무시하고 바이든 인맥만 찾았다면 우리 정부는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외교가에서 상당한 잔뼈가 굵은 인물로서 외교가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제쳐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했다고 해서 바이든 인맥만 찾는다면 우리 정부의 외교력은 사실상 무능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폼페이오 장관이 4년 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2인자로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정권이 인수된 상황이 아닌데 트럼프 인맥은 무시하고 바이든 인맥만 찾았다면 아마도 바이든 캠프에서는 우리나라를 ‘신의가 없는 나라’로 낙인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내년 1월 20일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것이 곧 바이든 시대를 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강경화

바이든 인맥 찾는게 오히려 역효과

더욱이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캠프 시절이나 당선되고 난 후에 자신의 사람들에게 다른나라의 외교 수장을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무시하고 바이든 인맥을 찾았다면 오히려 해당 인맥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찍히게 되면서 4년간 힘든 시절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폼페이오 장관을 찾아간 것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물론 강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과도 면담했다. 차기 국무장관 후보군으로 불리는 쿤스 의원을 접촉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이어 외교가에서는 국민의힘이 강 장관의 방미를 ‘개판’으로 논평한 것이 오히려 바이든 캠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정권은 버리는 정권’이라는 인식을 미국에게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교는 ‘신의’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패배했다고 버리게 된다면 어느 쪽이든 우리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은 외교 참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