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는 것⓷

2022-01-21     정은경 방송작가
삽화/

나의 달리기 경력 2년. 
5km를 35분에서 40분 사이에 뛴다. 
친구들 중엔 어떻게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냐며 부러워하지만
나 역시 이렇게 달리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100미터씩 몇 번 뛰다가 걷기를 반복했고, 
익숙해지면서 어플을 이용해 달리기 능력을 길렀다. 
그 어플에는 총 6코스의 달리기 방법이 있는데…
1코스부터 5코스까지는 뛰다가 중간에 걷는 과정이 있다.  
그런데, 마지막 코스인 6단계는 쉬는 거 없이 30분 동안 계속 뛰기다. 

중간에 걷는 과정이 없다는 건 심적으로 무척이나 부담됐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 걷기 과정이 있어 그나마 견딜 수 있었는데
아예 걷기 없이 내리 30분을 뛴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뛰다가 무릎이나 발목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좀 더 체력을 기른 다음에 6코스를 가겠다고 생각하고, 
늘 1코스에서 5코스까지 연습하곤, 다시 1코스로 넘어갔다. 6코스는 건너뛰고…
 
가지 않은 길이 이렇게 두려운지 미처 몰랐다. 
6코스를 완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기껏해야 어플이 아니던가?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왜 도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지, 
가다가 숨이 차면 도중에 걸으면 되는 것을… 
중간에 그만둔다고 손해를 보거나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6코스는 가기가 꺼려졌다. 

그때의 내 마음은 그랬다. 
6코스를 완성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뛰다가 걸을까 봐 두려웠다. 
그리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나의 허약함을 탓할 것 같았다. 
5코스까지는 잘 해왔고, 장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있었는데, 
6코스를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를 탓하게 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꽤 많은 시간을 미루게 됐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었다. 
어플엔 늘 이가 빠진 것처럼 비어있는 6코스의 기록!
언젠가 넘어야 할 코스인데 언제까지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시도해보는 수밖에… 

컨디션 좋은 어느 날.
날씨는 화창하고 뛰기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을 때였다. 
그래! 오늘은 6코스, 30분 쉬지 않고 달려보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 30분 달리기 시작했다. 
5코스의 경우는 15분을 뛰고, 1분을 걷고, 또 15분을 뛰는데 그 5코스가 익숙해진 건지 
뛴 지 15분이 지나면서 몹시 힘들어졌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다리가 무거웠다.
한계가 온 걸까? 걸어야 할까?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그런데, 그때!!
갑자기 호흡이 편해졌다. 발도 가벼워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주변의 풍경도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걷지 않았는데 마치 걷는 것처럼…
이후 편안하게, 아니 오히려 30분보다 더 오래 달리게 되었다. 
걱정한 것에 비해 너무 무난했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두려워서,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 했을까?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해보지 않았던 낯선 것이라고 해서.
도전하지 않고 그렇게 흘려버린 기회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중에는 정말 나에게 맞고, 진정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도 있었을 텐데.

달리기처럼 해보면 되는 것을.
일단 해보다 나에게 맞지 않는, 혹은 못 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면 
그때 그만두면 되는 것을…. 뭣이 두려운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가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가보지 않고 망설이고, 갈등하는 그 자체다. 

이제 나에게 30분 달리기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아니, 사실 아직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힘은 든다. 
하지만, 내 체력으론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됐고,
지금은 30분을 넘어 5km를 뛴다. 시간상으론 37, 38, 39분 정도.
조금 더 익숙해지면 좀 더 긴 거리, 좀 더 긴 시간을 달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