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려서

2022-07-11     김민희 배우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
첫째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둘째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셋째는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들은 살아감에 있어 꽤 의미가 있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에게 자문해 봤을 때 내려지는 답들은 바로 그 사람 자체를 말해주는 것과 같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과 일, 그리고 가장 소중한 시간은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기에, 그것을 아는 건 나를 깨닫는 일이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어떤 한 시기나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이란 것 자체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잡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데다, 누구에게나 제한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돈을 시간보다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탈무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지만, 시간은 무엇으로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 나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그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기에 그것의 소중함에는 조금 안일해 지기도 한다. 매순간 의미를 두고 쉼 없이 산다는 게 꼭 시간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에 맞게 효율적으로 살아가려는 고민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잡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으니 말이다.

"살아가면서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 없단다. 넌 뭐든지 할 수 있고 될 수도 있어.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지금처럼 살아도 좋고, 새 삶을 시작해도 되. 최선과 최악 중 최선의 선택을 하렴. 너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후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렴."
"결국 남은 진실은, 시간은 순리대로 살든 거꾸로 살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제1차 세계 대전 말 80세의 외모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려진 한 남자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지다가 결국은 갓난아기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의 벤자민은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모습은 노인이지만 천상 어린아이의 마음이고, 세월이 흐를수록 겉모습은 젊어지지만 그는 여느 어른들과 같이 정신은 나이 들어간다. 절대 평범할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죽음을 맞이한 벤자민. 영화의 한 대사처럼, 삶의 종착지는 모두 같은 듯하다. 그저 각자 가는 길이 다를 뿐이고, 누구나 그만의 길을 갈 뿐.

어떤 방식의 인생이든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른다. 짧게 또는 길게 주어질 뿐 시간의 흐름은 그 어느 것 보다도 공평하다. 그래서 무엇을 하는 것에 너무 늦거나 이른 것은 없는 게 아닐지.
가능하다면 나름의 최선을 선택해 살아가는 것이 세월이 흐른 후에 하게 될 후회는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달려 갑자기 어른이 될 수 없듯,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지나고 보니 끝내 일어나지 않았던 어떤 것에 낭비한 시간들을 돌이켜 본다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기다리는 이들에겐 너무 느리고
  두려워하는 이들에겐 너무 빠르고
  애도하는 이들에겐 너무 길고 
  기뻐하는 이들에겐 너무 짧고 
  사랑하는 이들에겐, 영원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