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식량 공급사슬 구축 위한 푸드테크가 미래다

매번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 및 가격 대란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공급사슬 구축 절실 ‘스마트팜’으로 외부 요인 줄이고, 안정적 생산 ‘배달앱’에 집중된 국내, 정부 차원 지원 필요

2022-10-26     이지혜 기자

【창간기획】 총성 없는 식량 전쟁, 위기감 고조

①코로나19부터 우크라 사태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②대한민국, 곡물자급률 OECD 최하위...식량안보 위태
식량 공급사슬 구축 위한 푸드테크가 미래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먹거리 관련 분야를 여기에 포함시킨 이들은 드물다. 지금 이 시간에도 먹거리와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푸트테크 콘퍼런스가 세계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개최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2025년까지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7000조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의 먹거리가 처한 진짜 위기는 무엇이며 세계는 지금 어떤 푸드테크 혁명을 이뤄내고 있는지, 그 가운데 국내의 움직임을 살피고 동향을 전망한다. <편집자주>

[한국뉴스투데이]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 속에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친환경 요소를 추구하는 푸드테크가 불안정한 식량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란 모든 식량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시스템에 가깝다. 스마트팜이나 인공지능 등 초기 단계에 진입한 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매번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 및 가격 대란

푸드테크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의 이른바 ‘양상추 대란’이다.

당시 맥도날드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해 양상추가 평소보다 적게, 혹은 제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는 공지를 내놓았다. 실제 양상추 없이 빵과 불고기 패티만으로 만든 햄버거를 내놓았는데, 그 모양이 마카롱 같다고 ‘불고기 마카롱’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나 전쟁 등과 같은 급작스러운 환경변화 이전에도 한파 등의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의 공급 부족은 종종 발생해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는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보통 전통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바이오기술을 접목한 신사업을 뜻한다.

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시작해서 식품 제조, 농산물과 식품의 유통, 그리고 식품의 소비와 재활용으로 연결되는 공급사슬 전체에 혁신기술을 접목해 효율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스마트팜을 활용한 농산물의 생산, 요즘 누구나 사용하는 모바일을 활용한 배달서비스의 활용, 농산물의 새벽배송, 그리고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인 대체육 등이 모두 푸드테크에 포함된다.

푸드테크의 범위는 현재는 음식, 배달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농산물 생산부터 식품의 공급, 제조 및 관리, 식당 검색 및 주문배달,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농식품 산업 전반에 거쳐 이루어질 전망이다.

외부

‘스마트팜’으로 외부 요인 줄이고, 안정적 생산

스마트팜은 말 그대로 ‘똑똑한 농장’이다. IoT(사물인터넷)센서와 제어장치 여기에 AI(인공지능)까지 더해져 사람이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관리하는 식이다.
 
실내 스마트팜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온실 스마트팜과 밀폐형 스마트팜이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식물 성장에 필요한 빛이 태양광이냐, 인공광이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온실 스마트팜이나 밀폐형 스마트팜으로 완전히 분리하기보다는 환경조절과 경제성을 고려해서 상호 필요한 것을 보완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 농산물 생산에서 온실 스마트팜과 밀폐형 스마트팜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밀폐형 스마트팜은 재배작물을 통제된 시설 내에서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등의 환경조건을 ICT기술로 인공적으로 제어해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연속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밀폐형 스마트팜은 전통농업에 비해 물소비량을 95% 줄이고, 생산량을 몇십 배 높이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마트팜 관련 생산 기업은 팜에이트, 인성테크, 엔씽 등이다. 팜에이트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실내농장을 운영하며 샐러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밀폐형 스마트팜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부터 사업자로 참여해온 인성테크는 수익창출을 위해 개별 부품들을 양산이 가능하도록 금형으로 만들고, 일반적인 자재들은 범용적인 자재를 사용해 시설비용을 낮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

농업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2014년 창업한 엔씽은 창업 이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40ft 컨테이너 형태의 모듈형 스마트팜을 개발해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아부다비 등 중동 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알가팜텍, 만나CEA, GCL팜, 원에이커팜 등의 기업들이 있으며, 2022년 현재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유통 단계의 기업에는 농식품 거래 플랫폼이나 가정간편식(HMR) 등이 해당된다. 농식품 거래 플랫폼 기업은 쿠팡이나 마켓컬리, 정육각 등이 있고, 가정간편식 생산업체는 프레시지 등이 있다.
 
아울러 서비스 단계의 기업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농식품을 전달하는 딜리버리 서비스와 식당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딜리버리 서비스는 바로고나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종자에서 재배 단계를 포괄해 농업 전후방 산업을 포괄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그린랩스도 있다.

윤석열

‘배달앱’에 집중된 국내, 정부 차원 지원 필요

이처럼 푸드테크 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분야별로 추진되고는 있지만, 식량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작용하려면 생산량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푸드테크 산업 영역이 아직은 ‘배달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외에서는 생산 시스템들이 속속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다. 최근 덴마크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밀폐형 스마트팜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노르딕하베스트(Nordic Harvest A/S)는 궁극적으로 7000㎡ 면적에 14단의 재배베드를 설치해 연간 1000톤 규모의 무농약 채소를 연중무휴로 수확할 예정이다.

또 영국 존스푸드컴퍼니(JFC) 역시 글로스터셔에 연간 1000톤 규모의 채소를 생산할 공장을 설치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에미레이트항공(EK/UAE)에서는 항공 케이터링을 위해 버스타니카(Bustanica)라는 이름의 밀폐형 스마트팜을 구축했는데 이 역시 연간 1000톤 규모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들처럼 관련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설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규모화를 달성한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한국의 투자 규모는 규모화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푸드테크 규모가 2027년에는 34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