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

2022-12-05     김민희 배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말 그대로 '빨리빨리' 세상이다. 뭐든지 빨리 빨리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기다림이란 더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기계 하나의 급속한 발전은 안부를 묻고, 즉답이 오지 않으면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은 빨리 빨리 세상을 더 재촉하는 촉매제와 같다.

편리해진 이 시대는 몇 번의 손가락 터치만으로도 거의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발달을 거듭해 배달문화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해 졌다.

문자 즉답이 오지 않으면 답답해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예상시간 안에 배달이 오지 않으면 왜 오지 않는지 계속 확인을 한다. 모든 게 빠르게 처리되는 편리한 세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그친다.
기다림의 미학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삶은 어쩔 수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나네 사르마는 다시 눈물을 흘렸단다. 하지만 영원히 슬프지만은 않았어. 봄을 가져오는 노루즈를 기다리는 행복이 이별의 시간을 견디게 해줬기 때문이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단다. 기다리는 행복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거든."
  -엘함 아사디 글, 실비에 벨로 그림 <첫눈> 중에서-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기다림을 겪어야 하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가 달기 때문에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기다려야 한다면 잘 기다리는 법을 깨우치는 것이 필요하단 뜻이다.

인내란 참고 견뎌내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일이 꼭 참고 견뎌내는 경지의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오히려 기다리는 사람을 지치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극강의 기다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제대로 인내할 수 있어야함은 당연지사다. 힘든 인내의 시간 끝에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내를 요구하는 기다림도 있을 테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을 갖게도 한다.
원하는 사람, 또는 그 어떤 목적에 대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건 희망이다. 막연한 기다림이든 설레는 기다림이든, 잘 기다리는 것이 관건이다.

▲영화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아는 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모든 것이 주어진다."
     -노먼 빈센트 필-

어떻게 기다리는 것이 맞는다는 정답은 없다. 오직 나만의 방식과 방법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만이 적당한 타이밍에 기다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만약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떤 마음을 갖고 무슨 생각을 하며 기다릴 것인가? 또는 나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면? 기다림의 끝에 오는 결과 보다는 그 과정 자체를 현명하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 항상 과정이 길게 마련이고, 그 시간 역시 소중한 내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기다리는 데에 쓰는지도 모른다. 그 많은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려 노력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당신이 '잘'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잘 살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꽃필 날     -나태주-

내게도 
꽃필 날 있을까?
그렇게 묻지마라

언제든 꽃은 핀다

문제는
가슴의 뜨거움이고
그리움,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