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

2022-12-19     김민희 배우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인들 중, 사는 게 정말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윗사람이나 결혼한 이를 이르는 어른은,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의 의미 정도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든 그렇지 않든 언젠가 당연히 어른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나이가 성인에 접어들면서는 줄곧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몇 살이면 나는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부터는 어른이 된다는 말의 무게감을 알았던 것 같다. 자기 일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던가, 보다 성숙하게 행동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 무게감의 실체다.

어른이라고 해서 무조건 점잖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무게감들이 사람을 어른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책임감을 갖고 성숙하게 행동하며 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인간관계도 훨씬 어렵다. 더 다양하고 복잡해진 감정은 타인에 대한 이해까지 강요받기에 보이지 않는 상처에 종종 노출되곤 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상처받지 않을 만큼 강해지는 건 아니다. 아이보다 좀 더 단단해질 뿐, 좀 덜 울 뿐이다.

경험치가 쌓인 만큼 성숙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분명히 기댈 곳은 줄어든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아이처럼 투덜대는 사람은 징징댄다는 질타를 받는다. 
늘상 징징대는 사람의 투정은 좋을 리 없다. 그런 사람들은 주변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른이 되었다 해도 괜찮지 않은 건 괜찮지 않은 거다. 
괜찮지 않다면 괜찮아 지도록 마음을 다스려야만, 불행해지지 않는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스스로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아픔을 표현하는 게 좋다. 괜찮은 척 한다고 쉽게 괜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냥 사람을 병들게 할 뿐이다.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 내 안에 꾹꾹 눌러 담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표출하며, 마음이 병들어 가지 않게 다스린다면, 나를 건강하게 하고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시간을 나누며 위로를 주고받는다면 더 건강한 그림이 그려진다. 

▲어른들은

   어른들은 몰라요  -동요-

우리가 무엇을 좋아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을 몰라요
        -중략-
우리가 무엇을 생각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중략-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세요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동요의 가사 일부이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케어해 주는 건 어른의 당연한 의무가 맞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동요를 들으며 웃음이 나왔다.

어른들도 모르는 게 많다고 답가를 해주고 싶었다. 어쩌다보니 어른이 된 어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 어른은 처음인 것을. 그러나 어른이 된 이상 어른답게 세상을 대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어른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게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이다.

나이가 몇 살이 됐건 자기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외로운 여정을 걷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쩌다 어른이 된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어른이어서 힘들지만, 어른이니까 어른답게 견뎌내며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어른이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