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아들은 희망이다

오늘 찾을 수도, 영영 못 찾을 수도

2023-04-19     곽은주 기자

세계 2차 대전 이후,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함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라는 문화적 반향을 일으켰던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이 디지털 포맷으로 완벽하게 복원된 버전으로 국내 정식 개봉한다.

영화 <자전거 도둑 원제: The Bicycle Thief>은 자전거가 큰 이동 수단이었던 시대의 이야기다. 1950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동시 수상하며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자전거 도둑> 개봉 7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 볼로냐 시네마테크 재단의 영화복원연구소인 림마지네 리트로바타’ (L'Immagine Ritrovata)는 개봉 당시에 화질과 사운드로 <자전거 도둑>을 재탄생시켰다.

1948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자전거 도둑>6·25 전쟁 중인 19521211일 국내에 개봉됐었고, 이후 정식 수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전거 도둑>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네오리얼리즘 영화란 신현실주의 영화 운동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포착한일련의 영화를 일컫는다.

<자전거 도둑>은 현실주의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단순한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풍경을 영상 예술로 승화시킨 수작이다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구두닦이>(1946)를 제작한 후, 메이저 스튜디오의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친구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자전거 도둑>을 완성했다.

영화는 전후 이탈리아의 비참한 실상을 담고 있다. 데 시카 감독은 당시의 가난과 실업을 담고 싶어서 루이지 바르돌리니가 쓴 소설에서 제목과 일부 플롯을 차용했다. 감독은 스튜디오 세트장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촬영했고, 연기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했다. 아버지 안토니오 역의 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공장 노동자였으며, 아들 브루노 역의 엔초 스타이올라는 길에서 꽃을 파는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영화 촬영 현장을 구경하다가, 데 시카 감독의 눈에 띄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2차 대전 직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나치 독일과 동맹을 맺었다가 패전한 이탈리아는 극심한 가난과 실업으로 허덕였다.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던 주인공 안토니오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거리에서 벽보를 붙이는 일을 맡는다. 그러나 그 일을 하기 위해선 자전거가 필요했고 그 사실을 안 부인 마리아(리아넬라 카렐)는 남편을 위해 결혼 혼수품으로 소중하게 간직했던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산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첫날, 안토니오는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안토니오는 아들 브루노와 함께 자전거를 찾아 나서지만, 자전거는 찾을 수 없었다. 밥벌이를 잃게 된 안토니오는 눈앞이 캄캄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영화 <자전거 도둑>에 대하여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인간적인 영화라는 말에 토를 달 관객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자전거 한 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팍팍하고 절박한 가장의 초조함과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형언할 수 없는 불안이 이심전심 가슴에 훅! 파고든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며 걸어가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먼저 아버지의 손을 잡아 주는 아들. 아들을 내려다보며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아버지. 덩달아 눈앞이 흐려진다. 시대는 달라도 사람 사는 모양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타인이 퍼붓던 비난의 모멸과 수치스럽던 순간도 잠시, 아들의 손을 꼭 움켜잡고 인파에 묻혀서 걷는 안토니오의 뒷모습은 비록 남루한 행색이지만 알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아들은 살아갈 희망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