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게 뭔데?

2023-04-23     김민희 배우

"누가 그러더라. 세상에서 제일 폭력적인 말이 남자답다, 여자답다, 엄마답다, 의사답다, 뭐 이런 말이라고그냥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서 서툰 건데, 그래서 안쓰러운 건데, 그래서 실수 좀 해도 되는 건데.."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우리는 초조한 인생을 살아가는 서투른 인간이다. 그런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 많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면서도, 나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무엇다우라고 강요받기도 하고, 누구 다우려 애쓰며 살지만, 완벽히 그 역할을 해내기란 매우 어렵다.

~답다는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위치와 권리에 걸맞은 모습을 의미할 때 쓰이곤 한다. 인간 사회에서 내가 속하는 상태에 맞는 역할 수행의 요건을 갖출 때 표현하는 말인 것이다.

남자다운 남자, 여자다운 여자, 엄마다운 엄마, 얼핏 좋은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이며 엄마는 엄마일 뿐이다. 답다라는 말 안에서 개성과 인격은 무시되는 듯하다. 틀에 가두어 서툴러선 안된다고, 그것은 쓸모있는 인생이 아니라고 재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자격은 책임이 따라야 하고, 권리는 의무가 따른다. 그러나 개성과 인격이 배제된 책임과 의무를 강요받는다는 사회에서 그 구성원의 올바른 역할 수행이 가능할까?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할 자격은 없다. 때로는 틀릴지라도, 일반적이지는 않더라도, 남들과 다르더라도,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가끔 '이건 너답지 않아'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나다운 건 뭘까? 남들이 바라고 요구하는 모습의 ''가 나다운 걸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니즈에 맞춰 스스로 그렇게 보이고자 애쓰는 것이 '나다움'이어선 안 될 것이다.

남다른 나다움에서 참다움을 찾아야 한다. 항상 옳지는 않더라도, 진짜 내모습을 알고 내가 원하는 걸 제대로 추구하는 ''를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나답게,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면 어떤 위치에 걸맞은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의 오늘은 처음이고, 사람은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그저 우리는 다른 어느 것답게 보다도, 나답게, 사람답게 살아갈 때 가장 아름답게 매일을 살게 되지 않을까?

▲드라마,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에서-